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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May 12. 2018

그로테스크

인간 내면의 숨겨진 잔혹성과 폭력성에 대하여

그로테스크


                                                       차우준


짙은 암적색은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지

혼돈의 끝이고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밝은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다 끈적하고 보다 암울하고 보다 그로테스크한

짙은 암적색은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지

목공용 톱날 위에 처절하게 죽은 이의 피를 맛보고 싶어

거칠면서도 매끈한 그 날카로움 끝에서

점점 점도가 높아져가는 비릿한 죽은 이의 피

소름 돋는 비명소리와 공포에 질려있던 울음 처절함

그 모든 것들은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지

지금 당장 밖으로 달려 나가

이름 모를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그를 또는 그녀를 실낱같은 빛 한줄기도 

허락되지 않는 태초의 어미의 자궁으로 데리고 가

나는 피와 살로 만들 거야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어줄 짙은 암적색으로

이건 단순한 끔찍한 살인이 아니야

우리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가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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