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의 숨겨진 잔혹성과 폭력성에 대하여
그로테스크
차우준
짙은 암적색은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지
혼돈의 끝이고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밝은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다 끈적하고 보다 암울하고 보다 그로테스크한
짙은 암적색은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지
목공용 톱날 위에 처절하게 죽은 이의 피를 맛보고 싶어
거칠면서도 매끈한 그 날카로움 끝에서
점점 점도가 높아져가는 비릿한 죽은 이의 피
소름 돋는 비명소리와 공포에 질려있던 울음 처절함
그 모든 것들은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지
지금 당장 밖으로 달려 나가
이름 모를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그를 또는 그녀를 실낱같은 빛 한줄기도
허락되지 않는 태초의 어미의 자궁으로 데리고 가
나는 피와 살로 만들 거야
나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어줄 짙은 암적색으로
이건 단순한 끔찍한 살인이 아니야
우리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가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