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연희는 내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내 처소에서 사라졌다. 시계는 새벽 3시 36분을 가리키고 있다. 툭툭툭. 누군가 밖에서 내 처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시각에 누구신지요?”
“처사님, 벌써 일어났는지요?”
스님이었다. 나는 스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문을 열고 합장하며 인사를 드렸다.
“네, 스님. 잠이 잘 오지 않아서요. 그런데 어쩐 일로 이 시각에 제 처소를 들리셨는지요?”
“새벽 예불을 드리기 위해 보광명전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처사님의 처소에 불이 켜져 있기에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하고 들렸습니다.”
“그러셨군요. 괜한 발걸음을 하시게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법당으로 가보겠습니다.”
“스님!”
“네, 처사님.”
“혹시 새벽 예불에 참여해도 되는지요?”
“안될 것이야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그러면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그러시죠. 4시에 시작이니 아직 시간이 좀 있습니다. 급하지 않게 준비해서 오시지요.”
“알겠습니다. 스님.”
새벽 내음이 그윽하다. 사찰 고유의 향과 소백산의 체취가 절묘하게 섞여있다. 암중 사찰을 밝히는 은은한 빛들이 좋다. 새벽 예불을 드리며, 비로자나부처님께 하산 인사를 드려야겠다. 내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 내게 주어진 일을 시작해야겠다.
범종소리가 들려온다. 법당으로 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