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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톰 #3~4

by 작가C

#3

“김 박사, 이리로 와봐. 나랑 같이 이것 좀 확인합시다.”

마쓰오 박사는 출근하자마자 나를 부르며, 어제 작업을 마친 인간 커넥톰의 모델링을 함께 확인하자고 했다. 마쓰오 박사 역시 나처럼 어지간히 결과가 궁금한가 보다.

“그럽시다.”라고 말한 후 나는 마쓰오 박사의 자리로 갔다. 마쓰오 박사는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모델링 화면과 프로그램 화면을 각각의 모니터에 띄웠다. 그리고 우리는 차분히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마쓰오 박사,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 데? 무슨 문제가 있나?”

“잠시만 기다려봐. 내가 지금 프로그램을 살펴볼게.”

“알았어. 나도 프로그램과 커넥톰을 비교하며 문제가 없는지 찾아볼게.”

3시간이 지나갔다.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는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 인간 커넥톰 역시 문제가 없었다. 예측대로라면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때, 이 커넥톰은 어떠한 반응을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어떠한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인간 커넥톰 연구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영역인 것인가?’ 라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김 박사, 혹시 외부로부터 어떠한 자극이 있어야만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커넥톰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자극도 받지 않았잖아. 어떠한 반응이 일어나도록 데이터가 입력된 상태도 아니고. 인간은 어떠한 자극이 주어져야 행동으로서 어떠한 반응을 하잖아.”

“일리가 있는 말인 데! 그러면 지금 무엇을 해주어야 하지?”

“감각기관을 설치해주면 어떨까? 우선, 눈과 귀로서 카메라와 마이크, 센서들을 이 컴퓨터에 설치해주면 될 것 같은 데. 스피커는 설치되어 있으니 추가적으로 설치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어때?”

“좋은 생각인 데! 내가 바로 창고에서 그것들을 가져올게.”

나는 바로 창고로 가서 카메라와 마이크, 센서들, 기타 부속품들을 챙겨왔다. 마쓰오 박사는 그것들을 커넥톰이 시뮬레이션 되는 컴퓨터에 연결했고, 그것들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그리고 우리와 대화가 가능하도록 여러 언어들에 대한 프로그램도 추가했다.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김 박사, 창가의 블라인드는 치고, 시뮬레이션 되는 컴퓨터 위의 형광등도 끕시다. 처음부터 큰 자극이 주어지면 오작동 할지 모르니까. 지금 막 태어난 갓난아기라고 생각하자고.”

“오케이. 잠시만 기다려.”


#4

“제발 잘 되었으면 좋겠는 데.”

“잘 되겠지. 잘 될 거야. 이제 시작할게.”

마쓰오 박사는 시뮬레이션을 다시 시작했다. 약 30분 동안 나와 마쓰오 박사는 카메라에 여러 모습들과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마이크에 여러 소리들과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커넥톰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안되나 봐.”

“김 박사,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지금에 와서 포기하기에는 들인 공이 너무 크잖아.”

“그럽시다. 휴! 인간 뇌 커넥톰 연구는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나 봐. 꼬마선충 이후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자들이 너무 큰 기대를 가졌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어, 김 박사! 뭔가 반응한다!”

마쓰오 박사는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지는 컴퓨터를 보면서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도 화면을 다시 바라보았다. 미미했지만 분명 어떠한 반응이, 즉 움직임이 일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움직인다! 미미하지만 신경망들이 조금씩 움직이네.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나는 순간적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쓰오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커넥톰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 들리니? 그렇다면 ‘네’라고 말해볼래?”

약 1~2초 동안 지지직 하는 잡음이 발생했고, 이후 신경망들은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느, 느, 으, 네.”

“와! 대답했다. 대답했어! 마쓰오 박사, 들었지! 방금 ‘네’라는 대답 말이야!”

“이 커넥톰 정말 김 박사의 질문에 대답한 거야?”

“그런 것 같아. 내가 다시 질문해 볼게.”

“그래. 빨리 해봐.”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니?”

“네, 듣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누, 누구죠? 그리고 저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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