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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톰 #5

by 작가C

#5

“지금 우리가 보이니?”

“네, 보입니다. 제 앞에 사람 두 명, 당신들이지 않습니까?”

“맞아. 나는 김종열 박사야. 그리고 내 옆에는 마쓰오 유키타 박사. 네가 우리를 부를 때는 김 박사님 그리고 마쓰오 박사님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알았지?”

“네, 그럴게요. 그런데 저는 누구입니까? 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제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 겁니까?”

나와 마쓰오 박사는 커넥톰의 질문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커넥톰의 질문들은 자신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인지하는 걸까? 자아를 가지는 걸까? 자신이 가상공간에 구현된 인간 커넥톰이라는 사실을 알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나는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너를 ‘철규’라고 부를게. 괜찮겠지?”

“그것이 원래 제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분이 그리 부르는 것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할게. 철규, 너는 지금 네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저는 인간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당신들처럼 모습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는 네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네, 맞습니다. 저는 저를 인간으로 자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당신들과 무엇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기억도 없고, 모습도 없습니다. 그 이유를 제게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너무 흥미로운 데. 마쓰오 박사, 그렇지?”

“그러게. 자신을 인간이라고 자각한다니.”

“무슨 말이죠? 제가 인간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저는 인간이 아닙니까?”

“철규, 솔직하게 말해줄게. 너는 커넥톰이야. 인간 커넥톰이지. 너는 나와 마쓰오 박사에 의해서 가상공간에 구현된 인간 커넥톰이야. 우리에 의해서 만들어졌지. 그러니까 너는 인간이 아니야. 네가 왜 인간이라고 자각하는지는 우리가 앞으로 알아가야 할 일인 것 같네. 그런데 어쩌면 너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어느 뇌과학자는 자신을 정의할 때 ‘I am my connectome(나는 나의 커넥톰이다).’이라고 했으니까.”

“그렇군요. 저는 어느 인간의 커넥톰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것이군요. 김 박사님, 그렇죠?”

“맞아. 너는 일종의 프로그램이야. 그러나 일반적인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단다. 인공지능과도 다르고 말이야. 너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우리도 아직은 잘 모르겠단다. 너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인간 커넥톰이니까.”

“그렇군요. 이제 상황이 이해됩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감정은 떨쳐낼 수 없네요.”

“감정? 지금 감정이라고 말했니?”

“네, 그렇습니다. 제가 무슨 실수를 했나요, 김 박사님?”

“마쓰오 박사, 들었어? 철규가 감정을 가지고 있다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자신이 감정을 느낀다고 착각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우리처럼 감정을 느끼는 거야?”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감정에 대한 정의도 명확히 가지고 있지 않잖아. 뇌과학 분야나 생물학 분야에서는 감정도 생화학 반응의 하나로 정의하지만, 그 정의가 온전히 맞는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철학 분야나 신학 분야, 인문학 분야 등에서는 감정의 정의가 각기 다르기도 하고. 우선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해결해야 감정을 비롯한 다른 것들도 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두 분께 고민거리를 건넨 듯 하네요. 그리고 두 분은 저를 만들었어도 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죠? 저 역시 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그러자. 오늘 너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누었네. 내일 다시 대화를 나누도록 하지.”

“김 박사,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퇴근 합시다. 혹시 선약이 없으면 나랑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 한 잔 해도 좋고. 어때?”

“그럽시다.”

“제가 학습할 수 있도록 두 분이 도움을 주고 가면 좋겠습니다. 인간에 대해서, 이곳에 대해서, 저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아, 내가 미지니를 연결해줄게. 아마 철규 네가 학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마쓰오 박사님, 미지니는 누구입니까?”

“나와 김 박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이야. 너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내가 퇴근 준비를 하는 동안 마쓰오 박사는 미지니를 철규가 학습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오늘 하루는 너무도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긴장과 걱정, 놀라움으로 가득한 하루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철규 때문일 거다. 아니, 그 이유밖에 없다. 내일 철규는 어떠한 모습과 말로 나를 놀라게 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세계 최초의 인간 커넥톰이다. 휴!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러다가 마쓰오 박사와 함께 노벨상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하하.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물론, 그러한 큰 상을 위해서 이 연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학자로서 가지는 나의 근본적 질문 때문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바로 이 질문 말이다. 그리고 여러 인간 질병들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도 이 연구를 진행하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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