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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톰 #6~7

by 작가C

#6

마쓰오 박사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지만, 그 대화의 대부분은 잘 진행되지 않는 연구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오늘 우리의 대화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들로 가득했다.

벌써 저녁 11시가 다되어 간다. 곧 씻고 잠을 자야할 시각이지만, 오늘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내일부터 어떠한 실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그리고 예측치 못한 위대한 성과를 도출할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분명 오늘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인공지능을 대상으로는 통상 튜링 테스트를 진행한다. 튜링 테스트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공학자였던 앨런 튜링 박사에 의해 제안된 인공지능 판별 테스트이다. 이 테스트는 1950년 발표된 ‘계산기계와 지성’이라는 그의 논문을 통해서 처음 제시되었는데,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인간이 컴퓨터의 반응을 인간의 반응과 비교할 수 없다면 인간과 같은 지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철규는 인간 커넥톰이다. 즉, 인공지능이 아니다. 그래서 튜링 테스트가 철규에게 적합한 테스트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철규는 프로그램 되어 가상공간에 구현되었지만, 엄연히 따지면 인공지능과 다른 복제된 인간의 지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내일도 철규와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만 한다. 현재 ‘철구는 무엇인가?’라는 답을 찾기 위한 방법은 대화가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철규에 대해서 알아가다 보면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7

벌써 아침이 밝았다. 밤새 선잠을 잔 탓인지 개운치가 않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진동모드로 설정한 휴대폰이 침대 옆 테이블 위에서 울리기 시작한다.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이른 시각에 누가 전화하는 걸까?

“여보세요.”

“김 박사. 너무 일찍 전화를 했지?”

“어, 마쓰오 박사. 이른 시각에 무슨 일로 전화를 했어?”

“오늘 내가 연구실에 못 나가서. 행정팀 이민영 씨에게는 오늘부터 3일 동안 연차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자네에게는 출근 전에 이 사실을 미리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전화를 했어.”

“아니, 갑작스럽게 연차는 왜?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응. 새벽에 어머니가 다치셨다고 연락을 받았어. 그래서 아침 비행기로 일본에 다녀오려고.”

“많이 다치신 거야?”

“전화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시는 데, 뭐 가봐야 알겠지.”

“연구실 생각은 말고 잘 다녀와. 어머니 뵙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연락 주고.”

“그래. 알았어. 한참 중요한 시기에 괜히 미안하네.”

“미안하긴. 자네가 철규 작업을 마무리 해줘서 오늘부터는 가볍게 테스트만 해도 괜찮아. 여하튼 일본 잘 다녀오고, 어머니 상황 좀 알려줘.”

“알았어. 김 박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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