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 박사,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네.”
“그 작업 정확하게 언제쯤 끝나겠어?”
“오늘 자정 전으로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1차 확인까지 한다면, 자네에게는 내일 오전에야 보여줄 수 있을 듯 해.”
“그러면 나와 같이 확인하는 일은 모레부터 시작합시다. 오늘 밤을 새면 내일은 오전 일찍 퇴근해서 쉬어야 할 테니까.”
“내일 바로 확인 작업을 시작해도 돼. 나는 연구실 쇼파에서 1~2시간만 눈을 붙이면 되니까. 자네 몇 개월 동안 내가 맡은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왔잖아. 그런 자네를 내가 더 애태우면 안 되지.”
“우리 같은 공돌이들이 그러다가 훅 가는 거야. 확인은 모레부터 시작해도 되니까, 오늘까지만 고생을 좀 해주고 내일은 아침 일찍 퇴근해서 쉬어. 알겠지?”
“그래, 알겠어. 김 박사가 연구책임자니까 나는 따르리다. 하하하.”
#2
마쓰오 박사의 도움으로 이제 곧 가상공간에서의 인간 커넥톰 구현이 완성된다. 마쓰오 박사는 유능한 컴퓨터공학자이자 AI개발자이다.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연구는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마쓰오 박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너무도 설레고 흥분된다. 인간 커넥톰은 1986년 존 그레이엄 화이트 박사가 꼬마선충(C. Elegans)의 커넥톰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가상공간에 구현해 낸 이후 7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와 마쓰오 박사에 의해 완벽히 파악되고 가상공간에 구현까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 커넥톰은 뇌 설계도이다. 그래서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인간 커넥톰 연구는 인간 뇌 설계도를 확보하는 연구라고 말할 수 있다.
몸길이가 1밀리미터에 불과한 미세생명체인 꼬마선충은 1,000여 개의 세포수를 가지고 있으며, 약 300여 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다. 존 그레이엄 화이트 박사는 이러한 꼬마선충의 뉴런 구조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전자현미경으로 찍어 꼬마선충 커넥톰을 완성하였다. 꼬마선충 커넥톰이 완성되었을 당시 전 세계의 학자들은 그에게 쉽지 않은 연구를 해냈다는 사실에 찬사를 보냈었다. 가상공간에 구현된 꼬마선충 커넥톰은 어떠한 데이터의 입력 없이도 현실세계의 꼬마선충과 동일한 움직임을 나타냈었다. 꼬마선충 커넥톰이 입력된 로봇 역시 어떠한 데이터의 입력 없이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의 학자들은 그 모습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들은 마치 영혼이 있는 존재처럼, 즉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이후 전 세계의 학자들은 인간 커넥톰이 인류에게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 줄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물학자들과 컴퓨터공학자들, 뇌과학자들, 인지심리학자들, 철학자들, 여러 분야의 학자들은 인간 커넥톰 연구를 나름의 방식들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낸 학자는 없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 이상의 뉴런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의 구조는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갖은 노력 끝에 결승지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십여 년 동안 AI 기술과 양자컴퓨터 기술, 정밀측정 및 로봇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이 연구를 기약 없이 진행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 생전에 인간 커넥톰 연구를 마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한껏 고양시킨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인지는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가? 영혼은 존재하는가? 뇌를 100% 활용하면 인간은 어떠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등, 인간 커넥톰은 이러한 여러 질문들에 답해줄 것이다. 그리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치매와 여러 정신병들을 치료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아, 오늘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벌써부터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