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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6~7

by 작가C

#6

“창희야, 너 지금까지 안자고 있었던 거야? 조금이라도 눈 좀 붙이지.”

“그러게. 잠깐 눈 좀 붙이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네.”

“이제 1시간 30분 후면 발인이다. 나는 가족들이랑 매희 보내줄 준비를 해야겠어. 너 발인까지 있을 거지?”

“당연하지. 매희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해야지.”

오전 8시를 조금 넘어서 매희는 우리 곁을 온전히 떠났다. 영정 속 매희는 이제 좀 편안하게 쉬겠다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슬픔보다 공허함이 크다.

‘명희야,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생에서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7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대기실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오후 4시 캐나다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해 놓았던 탓에 대중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주변 식당에서 끼니를 때운 후 바로 이곳으로 왔다. 무박 2일간의 일정 동안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모처럼 이었다. 캐나다에서의 최근 2년 동안 내 삶은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즐기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캐나다로 돌아가서 다시 한국을 잊고 지내려 한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도 가끔씩만 그리워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랬었는지 미처 인지하지 못했었다. 지금 보니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캐나다에서 사귄 친구 매디슨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요즘 K-Drama와 K-pop에 푹 빠져 있어. 한국은 너무도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조만간 나는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여행을 갈 거야.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

그 당시 매디슨은 내게 왜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을 왔느냐고 물어보았지만, 나는 “뭐, 서로가 생각하고 바라는 삶이 다르니까. 나는 캐나다에서의 삶을 더욱 바래서 왔어.”라고 답했었다. 굳이 그에게 내가 조국을 등지고 온 이유를 일일이 말하고 싶지는 않았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다. 한국인들은 한국에서의 삶이 고통스럽고 희망이 없어 이 공항을 통해 타국으로 떠나가는 데, 외국인들은 한국에서의 삶을 동경하여 이 공항을 통해 입국을 하니 말이다.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지금은 내가 옳지만, 언젠가는 내가 틀리기를. 그런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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