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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Oct 11. 2020

오늘 생애 두 번째 대출을 받았다.

동학개미에 대한 단상

2020년 10월 11일 일요일 늦은 아침.


 오늘은 눈 뜨자마자 이번 주 내내 알아보던 대출을 결국 받았다. 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아니 통상의 금융기관에서 그다지 좋은 상황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내가 모자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기준에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미이다. 국시를 본 후 고소득을 보장받는 법조인이나 의료인, 혹은 회계사나 변리사, 감평사 등이 아닐뿐더러, 고액의 연봉을 장기근속을 통해 경제적 활동기간 내내 보장받는 안정적 급여생활자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별이 세 개, 혹은 하회탈 얼굴, 혹은 사우스코리아의 약자를 쓰는 그러한 재벌대기업 정년직 급여생활자가 아니란 말이다. 또한, 학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나,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이고 계층의 높낮이를 뛰어넘으며 신분을 보장받는 저명 대학교의 테뉴어 교수직을 받은 사람도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나의 대출(모바일 뱅킹을 통한)은 약 3분이 채 안되어서 내 생활비 통장으로 똭~ 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물론 금리는 지들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내 원하는 만큼 낮게 책정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요즘 '빚투'니, '영끌'이니 하는 용어들이 세간에 많이 떠돈다. 이전까지는 이것들을 단어적 의미로서만 이해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대출을 직접 진행하면서 이것들이 어떻게 쉽게 가능한지, 또 문제점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었다.

     투자라는 것은 엄연히 리스크 테이킹이다. 그리고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메커니즘은 단순하지 않다. 다만, 이것을 아주 단순화 하자면 투자를 통한 수익은 수요/공급의 관계속에서 발생하는 가격형성의 차, 즉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다. 물론, 장기 투자자인 경우에는 배당 수익 등도 얻을 수 있다.

     오늘 신문에서 동학개미라 불리는 국내 2030 청년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한계, 흔히 박스피라 불리는 그 특성상 더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10월 초부터(혹은 9월 말부터) 순매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을 한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박스피라 불리는 그 구조적 한계는 부인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어찌 되었든,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하면, 이미 벌어 나갈 사람들은 벌어 나갔고, 지금 단기적 현상의 해석이지만, 신규 유입된 투자자들은 더 이상의 재미를 보기 어렵게 된 상황이란 것이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랜선을 타고 해외로 나간 개미들도 상황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형성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의한 수익의 창출은 결국 밑거름이 되어준 투자자가 있다는 말이다. 속된 표현으로 우리는 이들에게 "물렸다!"라고 말한다. 이미 재미를 보고 떠나는 개미들은 결과론적으로 뒤늦게 신규 진입한 개미들의 물림 현상으로 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더욱이 문제는 현재 뭍 전문가들이 말하듯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괴리이다. 그 괴리가 적정한 수준을 벗어난 듯하다고도 한다. 게다가 정말 큰 부를 가진 이들은 현금을 쟁여놓고 있다고들 한다. 그것은 시중의 통화량이 풍부해짐(유동성이 커짐)에 비해 현금 회수율이 낮음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금융회사의 팀장급 투자/자산운용 심사역들과 임원 형들을 만나면, 그들은 내게 우스게 소리로 그런 이야기를 한다. 다른 세상 이야기. 바로 그것. 큰 부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들만이 공유하는 정보가 있고, 그 정보는 꽤나 유익하며 돈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가진다는 것. 나만 아는 것 같아도, 내가 사회/경제적 위치를 생각했을 때 평범하다면 결국 그 정도 수준의 정보라는 것. 따라서 괜한 심각한 고민을 해보자면, 부자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개미들과 다소 상반된 행위를 한다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일지 모른다.


흩날리는 내 생각들을 다시금 정리하면, 나의 문제의식은 이렇게 종합된다.

     하나, 무수저, 흑수저 등으로 불리는 우리네 청년들이 리스크 테이킹에 너무 목메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최근에는 충분한 정보 접근성에 기반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를 할 만큼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정보에 의한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다 이겠는가 하는 우려 섞인 생각이 든다.

     둘, 수익을 본 개미들이 떠나가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Say 'Good Bye'"하며 바통터치를 하고 그들의 물량을 받아준 개미(국내 2030층)들은 과연 안전한가 이다. 물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이 든다. 특히 국내/외 주식시장의 여러 구조적 한계와 현재 상존하는 사회/정치/경제/국제관계/바이러스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더욱이 그러하다.

     셋, 위에서 이 말은 빼먹었지만, 신용대출이건 담보대출이건 너무도 쉽게 진행된다. 비대면 모바일로 진행하는 금융은 더욱이 은행 직원의 대면 압박에서 벗어나기에 부담도 덜하여 심리적으로 너무도 쉽다. 다만, 금융상품들을 차근히 읽어보니, 지금의 저금리로 인한 메리트가 끽해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로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가 접근했던 금융상품 대부분은 평균 6개월 단위로 금리 조정이 있음을 코딱지 부스러기 만하게 적어놨었다. 이점을 고려하면 나의 문제의식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뒤늦게 바통 터치하고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우리네 2030이 최소 본전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본전 이하의 마이너스 수익을 가지게 된다면 다소 복잡한 개인적 금융문제를 가지게 될 것이고, 심각할 경우 개인의 신용도에 큰 문제가 생길 여지도 다분해 보인다.

     넷, 정부에서는 자본시장/주식시장, 그리고 기업들의 유동성을 해결해줄 특정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본의 아니게 여러 시대적 상황들에 맞물려 유입된 국내 2030에게 너무도 기대는 모습이다. 우리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새로운 세력이 되었다고 감탄하고 장려만 하는 모양세다. (물론, 정부 각료인 홍남기 같은 빌런도 있지만 말이다. 이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것이 과연 정부가 취할 태도인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단편적으로 미국의 주식시장과 한국의 주식시장를 비교해보면 좋겠다. 관련 제도에 따른 주식 투자자의 구성비율과 투자성향, 투자 추이, 주요 지수들의 상황을 곰곰이 비교해보기를 정부 관계자나 우리네 국민들에게 간청하는 바이다. (나의 이 목소리를 누가 들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한 후에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몰염치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지 느끼게 될지 모른다. 참고로 나는 지금의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괜찮은 정권이라고 생각하며 성공을 기대하지만, 사실 실망의 연속임은 어쩔 수 없다.


글이 길어졌다. 그래서 이쯤에서 마친다.



#빚투 #영끌 #주식 #부동산 #동학개미 #서학개미 #글로벌개미 #태평양에_미아되다 #문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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