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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Mar 07. 2021

1화. 81년생 남자 주식투자를 하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시점과 계기는 각자 다르겠으나, 그들의 공통적 목적을 찾는다면 '부의 창출'일 것이다.


주식은 위험자산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주식시장이 일종의 투기판이자 패가망신의 지름길처럼 암묵적으로 여겨졌다. 적어도 81년생인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는 그러한 분위기가 농후했다. 오죽하면 TV 드라마에서 죽기를 각오하거나, 알거지가 된, 그래서 집 떠나 길거리를 전전긍긍하는 가장들은 '주식판'에서 대부분의 재산을 잃은 사람으로 그려졌다. 몇몇은 과도하게 빚을 내어 주식을 하다가 빚쟁이가 된 사람들로도 TV 드라마에서는 묘사되었다.


2020년 3월은 여러 상황들과 맞물려 자산시장에 큰 변곡점을 가져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 된 COVID19 팬데믹은 2020년 2~3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했으며, 소시민들의 생계를 위협했으며, 자산시장의 하나인 주식시장을 대폭락 시켰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이 팬데믹은 막대한 피해 요인이었지만, 자산시장(특히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다른 효과를 나타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發 글로벌 금융위기, 한국의 90년대 IMF 외환위기, 2010년대 후반 유럽發 재정금융위기 등은 주식시장의 대폭락을 가져왔지만, 공포를 이겨내고(혹은 즐기며) 이를 기회로 삼은 이들에게는 막대한 자산의 증식을 단기간 내에 이루도록 했다. 2020년 팬데믹에 의한 주식시장의 충격은 이와 같은 몇 차례의 경험, 즉 학습효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산 증식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란 말처럼 주식시장에서 바보 같은 말은 없다. 


어디선가 누구에게서 들은 이 말은 2020년 팬데믹 이후 벌어전 자산시장의 변화(자산증식의 기회 포착 상황)에서도 틀리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020년 말 국내 주식시장 대표 지수인 코스피 지수는 전고점을 넘어 3200에 달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동년 3월만 하여도 2000선 초중반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란 걱정을 하였는데 말이다. 이는 코스피 지수를 우상향 하여 밀어 올린 주요 종목들이 투자를 했던 주식투자자들이 자산증식에 성공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쯤 하여 국내 각 언론매체에서는 자극적인 키워드로 '벼락거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즉, 2020년 팬데믹 이전과 같이 노동소득만 영위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동시에 주식투자로 자산증식을 하고 있는 주변인들에 비하여 부의 축적이 뒤쳐진다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벼락거지였다. 이 상황은 2021년 3월 현재 미국 증시의 단기적 폭락과 국내 증시의 지루한 조정 상황을 감안한다 하여도 유효한 것 같다.


나는 주식투자를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2010년 중반부터 시작했다. 사실, 내가 근무했던 이전 직장에서의 우리 사주 매입을 계기로 시작했던 터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목표를 가진 주식투자는 아니었다. 내가 재직했던 회사 그리고 자회사의 주식만을 매입한 정도가 다였으니 말이다.


2020년 3월 전 세계 주식시장이 대폭락 했을 당시 나에게는 그 상황이 기회의 기쁨이 아닌 공포와 우울의 절정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전부터 주식을 보유하였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주식계좌 잔고가 매일 나락으로 떨어지는 물체처럼 끝없이 줄어드는 상황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떤 종목은 약 70%에 가까운 손실을 보기도 했고, 평균적으로는 반토막 이상이 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보유했던 K종목은 평균단가 28,000원 정도였으나 팬데믹으로 13,000원 정도까지 떨어졌으며, W종목은 평균단가 14,000원 정도였으나 팬데믹 이후 6,000원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주식 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존버(존나게 버티는)' 모드로 일관했다. 몇 개월이 지나 가을이 왔고, 그 결과 K종목은 원금회복+10% 수준의 자산증식이 되었다. 한편, W종목은 9,000원 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원금회복의 기약도 없어 보였다. 결국, 수백만 원의 손실을 감내하고 손절매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으며, 내 삶의 있어 '부의 증식' 관련 가치관이 변화되었다.


이는 나이 마흔에 접어든 미혼 남성으로 살아가는, 그리고 매년 근로계약 연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살을 살아가야 하는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는지 모른다.



- 다음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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