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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Jul 31. 2021

동네 산책을 하며 지역 약탈자를 생각하다.


부산에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내려온 지 만 2년 하고 9개월째가 되어간다. 내가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구성원 대부분이 부산과 경남, 울산에 연고를 둔 사람들이나, 내가 업무하고 있는 부서는 다소 독특한 인적요건 특성상 절반 정도는 소위 객지인들이다. 물론, 회사 바로 옆 건물인 BIFC에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공공기관 직원들도 있어, 거기도 소위 객지인들이 많은 편인 듯하다.


나는 문현동에서 일한다. 문현동에서도 국제금융단지 내에서 일하고 숙식하고 있다. 평일 중에는 사람들이 꽤나 있는 편이다. 직장인들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다만, 금요일 저녁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썰물 빠지고 난 갯벌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이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신용평가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데, 그곳 여의도 역시 그러했다. 주말에 추가 업무를 하러 가는 날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거의 없고 휑~한 분위기. 여기 역시 비슷한 느낌이다.


비혼자들이나 미혼자들, 기혼자들 대부분이 부산이란 도시에 와서 생계를 위해 돈을 벌고, 이쪽에 이전하여 터를 잡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그런다. 지역 텃새니, 내 연고가 없어 어색하느니, 가족이 다 위에 있어서이니,.... 등등.


나는 2~3개월에 한 번 정도 집으로 올라간다. 나 역시 수도권에 부모님과 동생 가족, 친구들이 있다. 아직 미혼과 비혼 사이에 있는 그래서 독거하고 있기에 내 직계 존속 가족은 없다. 나는 그래서 부산에 오자마자 주민신고를 부산에 하고, 주민세를 내고, 주말에도 부산에 남아 부산 사람들을 사귀려 노력하고 부산에서 내 대부분의 소비를 한다.


부산에서 생계든 뭐든 무엇을 위해, 아니 어느 지역에서든 돈을 벌면 그 지역에서 거주하며 세금을 내고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돈은 그 지역에서 지역민들의 소비에 기반하여 우리 주머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수출 등의 특수 상황을 예외로 하면 말이다.


아직은 아이들 교육환경상 내려올 수 없어요. 나는 부산이랑 안 맞아요. 연고가 없어요. 몇 년 있다가 다시 올라갈 거예요. 생각이야 각기 다를 수 있고, 존중받아야 할 수 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람들 모두 지역 약탈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와 내 가정의 생계 해결을 위한 경제적 수입원이 부산 등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말이다.


오늘도 치과 진료를 받고서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돌고 왔다. 상권이 말이 아니다. 대부분 문을 닫고 임대를 내놓았으며, 사람들이라곤 서면 쪽에 가까운 지역 말고는 거의 없다. 서면의 지금 사람들 마저도 이전의 부산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코로나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도 이건 아니다.


영리기업이든, 비영리공공기관이든, 소상공인이든 뭐든 부산에서 경제적 수입을 얻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부산 지역민들의 돈을 내 주머니로 옮겨왔을 뿐이다. 그런데 그 돈을 지역에 다시 풀지 않고 수도권으로 수도권에 가까운 지역(충청권, 강원 원주+춘천 정도)으로 옹창 들고 가는 행위는 이전 제국주의 열강들이 타 국의 자원을 수탈하여 자국으로 가져가는 축소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나는 과소비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소 내키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소비는 해야 한다. 내 전 생애 주기와 경제활동 가능한 시기 등등을 고려하면서 소비를 조절할 필요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벌고 있다면 분명 일정 수준 소비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극단적 미니멀리즘이라 말하는 경제주체들을 극도로 내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많이 인용하는 경제/법학자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인 조지프 슘페터의 말, 바로 "신용(경제 창출 기반과 밀접한 연계)은 구매력에 기반한다."라는 이 말을 그들에게 해주고 싶다. 구매력은 유효/잠재적 수요에 기반하는 경제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즉, 소비에 기반한 수요가 없다면 시장도 형성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자면 나의 생계 수단인 일자리도 없을 수 있다. 물론, 수요와 공급 무엇이 우선인지는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이긴 하다.


서울, 경기도, 인천, 강원도 영서지역 일부(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 교통권인 춘천, 원주 등), 대전, 천안 등 범 수도권을 제외한 부산이나 그 외 지역들은 지역경제의 극단적 악화와 이로 인한 지역민 이탈이 심하다. 지역이 무너지면 국가 차원에서 경제와 사회의 큰 한 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어 단 1년이라도 돈을 벌고 있다면, 그 지역에서 세금을 내고 소비하고,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지역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을 위해 기부도 하자. 지역 약탈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개념의 카테고리에서 지역 약탈자라는 멍에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지역에서 잠시라도 정착하지 않는 이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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