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식사
차우준 지음
밥솥에 씻은 쌀을 가득 채우고 밥을 짓는다.
좁은 1인실 자취방에 혼자 지내고 있는 나는
평소 하루 2끼, 그렇게 한 번에 이틀 정도 먹을 양의 밥을 짓는다.
오늘 같이 밥솥에 쌀을 가득 채우고 밥을 지으면
못해도 평소 밥 짓는 분량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지친 육신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밥솥의 김 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름날에는 축 처진 몸을 더욱 무겁게 한다.
다 지어진 밥을 밥그릇에 고봉으로 쌓아 올리고
냉장고에서 대충 꺼낸 밑반찬을 꺼내본다.
반찬이라고 해야 무말랭이와 먹다 남긴 소시지 몇 조각,
숟가락으로 밥을 수북이 퍼 입안을 가득 채운다.
우물우물, 대충 씹지도 않고 넘기기를 반복
그렇게 몇 분이면 윗배가 더부룩하게 차오른다,
몹시도 불편하고 불쾌한 배부름이 그렇게 차오른다.
텔레비전을 켜고 멍하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방송을 응시하고 있자면
어느새 가득 찬 배에서는 허기짐이 차오른다.
다시 밥공기에 밥을 고봉으로 채우고 또 먹는다.
그렇게 한두 차례를 더 반복하고 나면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뱃속을 다 비워낸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허기짐이 가신다, 착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