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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Sep 14. 2022

냉정과 열정 사이

2022년 9월 14일 수요일의 기록

  2022년 8월 14일,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와 나는 만났다. 그는 자신의 승용차를 끌고 왔고 나는 그를 아파트 입구에서 반겼다.


  착하고 순딩 순딩하게 생긴 그를 본 순간, 나는 대형견 리트리버가 떠올랐다. 꼬리를 살랑거리며, 반려인을 향해 애교를 부리는 그런 모습.


  하얀 얼굴과 큰 눈, 서글서글한 얼굴, 뽀얀 피부. 뭔가 찹쌀떡이 연상됐다. 하얀 가루를 잔뜩 묻힌 찹쌀떡. 그만큼 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를 꼭 껴안았던 것 같다.


  그날 이후, 우리는 2주 동안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다. 그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그와 나는 서울과 서울 근교의 명소와 맛집을 돌아다녔다. 그 장소들은, 그리고 사진들, 기억들은 하나하나 우리에게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았고, 우리의 관계는 점차 깊어졌다.


  이제 한 달에 접어드는 요즈음, 그와 나는 조금씩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는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연애를 원했고, 나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깊은 관계를 원했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면, 이성적인 성향이 강한 그는 각자 할 일을 할 때는 할 일을 하고 만날 때는 함께 하고,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좀 더 개인주의적인 관계를 지향했다. 반면, 감성적인 성향이 강한 나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공감하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그러면서 부부처럼 알콩달콩한 관계를 가지고 싶어 했다.


  나는 뭔가 조금씩 삐그덕거리는 것을 느낀다. 한편으로 불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나는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깊어졌는데, 그와 나의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데, 그와 나의 속도가, 그와 나의 생각이 많이 다른 것을 느끼고 나선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차갑게 느껴진다. 그도 분명히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가 가끔은 냉정하게 보이기도 하고, 나를 사랑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 그는 나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물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게 맞지만, 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을 생각하기보다 연인을 더 생각하게 되고, 연인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희생을 감수하지 않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감정적이라서 그가 사랑하는 방식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을 그에게 강요하고선 그가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괜스레 섭섭해하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그와 한 번 진지하게 얘기를 해 보고 싶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 사랑하는 방식을 맞춰나갈 수 있을지 그와 의논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내가 알았으면 좋겠다. 


  - 이 일기는 우리의 사랑을 하루하루 기록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추억이 오래도록 이 매거진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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