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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하일기

친절한 제갈해리씨

2025년 10월 4일 토요일

by 제갈해리

양천구 신정동 편의점은 5년 차가 되어가는, 내가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이다. 오래 일한 만큼 매장의 업무에 대해서나 위치적 특성, 단골손님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신정동 매장은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동네 주민 분들이 빈번히 매장을 드나드는데, 5년쯤 되니 자주 오는 단골손님들의 기호까지 알 정도가 되어 버렸다. 몇몇 담배 손님들 같은 경우는, 그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미리 그 손님의 담배를 찾아주기도 한다. 그러면 손님은 이 알바가 나를 잘 아는구나, 하고 기분 좋아하기도 한다.

나는 이 매장에서 친절하기로 소문난 알바다. 이건 내가 스스로 자랑하는 게 아니라, 단골손님들이나 사장님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는 손님들이 물건을 못 찾고 헤매고 있으면 직접 가서 안내해 드리고, 행사 제품이 있으면 행사 제품을 설명해 드리고, 손님이 하나라도 더 가져갈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손님이 아이스크림 50% 행사를 모르고, 3개만 사 오면 2개 더 가져와서 50%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처음에 2개를 더 가져와야 하는 게 어리둥절한 손님은 5개 50% 할인 행사로 오히려 가격이 다운된 걸 보고는 기분 좋아하며 돌아간다.


커피머신 작동법을 모르시는 어르신들이나 택배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시는 분들에게는 직접 가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알려드린다. 처음에는 기계 작동법을 몰라 헤매시던 분들도 알려드리면 이제 알겠다면서 기분 좋게 매장을 이용하신다.


사장님도 친절한 면이 강점인 내 업무 스타일을 선호하신다. 오히려 더 친절하게 행동하면 손님들이 매장을 자주 이용할 거라고 하시면서 응원해 주시기도 한다. 사장님의 응원을 받으니, 더 열심히 업무를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친절한 제갈해리씨는 오늘도 친절하게 손님들을 응대한다. 손님들이 우리 매장을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여기지 않고, 편하고 쾌적한 편의점으로 여길 수 있도록 애를 쓰면서 말이다.


친절한 제갈해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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