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5일 일요일
어젯밤 9시쯤 출근해 꼬북이와 함께 매장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다투게 되었다. 그 이유 인즉은, 원래 일요일 퇴근 후 꼬북이와 함께 점심 식사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내가 추석 전날이라 엄마 음식 장만하시는 걸 도와야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꼬북이는 매주 나와 점심식사 하는 것을 항상 좋아했는데, 갑자기 약속이 펑크가 나자,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며 화를 냈다.
그렇지만, 엄마가 힘들게 차례상 음식 준비를 하시는데, 아들로서 도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꼬북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꼬북이는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계속 화가 풀리지 않자, 이번에는 내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꼬북이에게 조금씩 짜증이 났다.
"그거 조금 이해해 주는 게 힘드냐?"
"너라면 약속 전날에 펑크 낸 게 기분 좋겠어?"
"그래도 다른 일도 아니고, 집안일이잖아.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아니, 이해 못 해."
그러면서 우리는 점차 언성이 높아졌다. 그 자리에 (매장에 볼 일이 있으셔서 들르신) 사장님도 계셨는데, 우리는 계속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다. 싸우면서 그동안 꼬북이에 대해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까지 했는데, 그 말이 꼬북이를 더 화나게 했다.
"휘(가명) 형이 그러는데, 형(꼬북이)이 나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 아는 게 아니래. 내가 힘들 때 도와주지만, 그게 때로는 강압이 되고, 속박이 되기도 한다고. 나를 얕보고, 무시하고,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나는 계속해서 꼬북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쏘아붙였다. 꼬북이는 그만 듣고 싶다며 말을 하지 말라고 했고, 나는 그런데도 계속 꼬북이를 몰아붙였다.
"형이 야간 근무하기 싫다고 해서 내가 바꿔줬지? 형은 그런데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더라. 또, 내가 언제 형한테 같이 매장에 있어달라고 요구한 적 있어? 형이 먼저 여기 머물러 있었잖아."
꼬북이는 원래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와 함께 있어 주었는데, 내가 담배를 피우러 갈 때나 화장실 갈 때 카운터 계산을 봐주곤 했다. 그리고, 야간 근무할 때 심심한 나와 얘기를 나누며 적적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게 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모든 것을 꼬북이의 탓을 하고 있었다.
꼬북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창고 정리를 하고 계시는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매장을 나갔다. 꼬북이가 나가고 몇십 분이 지나서야 나는 내가 말이 대단히 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말이었는데, 이렇게 쏟아낼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후회가 됐다.
오전 12시 40분이 조금 지났을까. 스마트폰 알림 창이 떴다. 그건 바로 브런치 좋아요 알림이었다. 꼬북이가 내 브런치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것이었다. 나는 나에게 심한 욕을 듣고 갔음에도 좋아요를 눌러준 꼬북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카톡으로 꼬북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꼬북냥이, 좋아요 눌러줘서 고마워요."
"ㅗㅗ"
꼬북이에게 'ㅗㅗ'라는 육두문자가 왔지만, 나는 꼬북이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매번 힘들게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시던 엄마가 이번 차례상은 음식을 사서 하신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아침에 되어 엄마에게 확인해 보니, 과연 그랬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음식 장만은 아침에 다 끝나 있었다. 내가 가도 도와드릴 게 없었다. 괜히 엄한 꼬북이에게 화만 낸 꼴이었다.
나는 업무를 끝내고 나서 꼬북이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꼬북이에게 전화를 하니, 꼬북이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꼬북냥이, 잘 잤나용?"
"아뇨. 비몽사몽이에요..."
"나와요. 같이 김포공항 가요."
"엄마 도와드린다면서요?"
"엄마가 음식 사서 하신다고 하셨어요. 안 도와드려도 될 것 같아요."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그래요."
10분 정도 기다리자, 꼬북이가 잔뜩 피곤한 표정으로 현관을 열고 나왔다.
"꼬북냥이, 나왔군요."
나는 꼬북이를 보자마자, 와락 껴안았다. 꼬북이도 나를 안아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화해를 했다. 나는 꼬북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 롯데몰로 가서 중국 음식을 먹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고, 꼬북이가 야간 근무 끝내고 밥까지 먹어 엄청 졸려하는 나를 집 앞까지 바래다줘 집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꼬북이와의 싸움은 항상 칼로 물 베기인 것 같다. 어제 싸우면 오늘 화해하고, 오늘 싸우면 내일 화해한다. 우리는 헤어질 수 없는 소울메이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