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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하일기

동생이 쏘아 올린 사진 한 장

2025년 10월 6일 월요일

by 제갈해리

아침 6시 30분. 기상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날이었다. 원래 새벽 근무자가 추석 당일 시골에 내려가야 한다고 사장님께 얘기를 하고, 사장님이 한 시간 조기 출근해 줄 수 있겠냐고 내게 요청하셔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던 게 며칠 전의 일이었다. 나는 오늘이 추석이었지만, 집에서 매장까지 1시간 15분이 걸리는 이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출근시간은 10시까지다)


매장에 도착하니, 8시 45분쯤 되어 있었고, 시재 점검 후 새벽 근무자와 전달사항을 주고받고, 추석 잘 보내라는 덕담도 주고받았다. 새벽 근무자가 퇴근하고 나서 몇 분 지나지 않아 냉동, 냉장 물류가 들어왔고, 검수와 진열을 마치고 나니, 9시 30분쯤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의 스키조 다이어리》 9화 <조현병의 치료>에 대한 마무리 발행 작업을 했다. 오후 12시로 예약 발행을 하고 나자, 오전 11시쯤 되어 있었는데, 그때부터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가져온 물건들을 계산하면서 수요일에 연재하는 《시선집중》 3화 <가정의 풍요를 기원하며> 작업을 완료했다.


오후 2시가 되어 사장님의 어머니께서 출근하시고, 시재 점검과 인수인계 후 추석 덕담을 나누고 퇴근했다. 퇴근 후, 신정동 투썸 플레이스로 이동해 꼬북이가 준 투썸 쿠폰을 사용해 멕시칸 파니니와 오렌지 자몽 주스를 주문해 먹고 마셨다. 그러면서 금요일에 연재하는 《삼국지에서 배우다》 13화 <배신자의 말로> 편을 완성했다.


모든 연재를 예약 발행하고 나니, 오후 4시 20분쯤 되어 있었다. 나는 신정동 매장에 출근하려고 투썸을 나섰다. 신정동 매장에 도착해 바닥 청소와 유리창 닦기 업무를 끝내고, 점점 몰리기 시작하는 손님들의 계산을 했다.


그때, 동생의 인스타그램에 동생이 쏘아(?) 올린 사진 한 장이 갑자기 눈에 띄었다. 동생은 잡채, 갈비찜, 전, 오징어 무침, 총각김치, 나물 등이 올라온 밥상 사진을 올렸는데, 동생이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해요."하고 가족단톡방에도 카톡 문자를 올린 것이다.


'아, 엄마, 아빠가 오늘 다정이(새로 태어난 조카 이름) 보러 동생네 가신다고 했지.'


나는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뭔가 씁쓸했다. 부러운 이유는,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였고, 뭔가 씁쓸했던 이유는, 내 처지가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결혼도 할 수가 없고, 아기도 낳기가 힘들다.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외삼촌처럼(외삼촌도 독신으로 살고 계신다) 앞으로 혼자 살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동생에게 남편과 아이가 생겼다. 그렇다면 동생은 엄마가 오빠인 외삼촌에게 대하고 있는 것처럼 나중에 혼자 살게 될 나에게 신경을 써 줄까. 그렇다면 매제는 아빠가 처가에 잘하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잘해줄까. 아마도 부모님 세대와 지금 세대는 다를 것이다. 앞으로 더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질 텐데, 과연 그때 동생네 가족이 나를 조금이라도 신경 써줄 수 있을까. 나는 처지가 점점 외로워질 내 신세를 생각하니, 마음이 우울해졌다.


어찌 보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동성애자인 내 삶으로 볼 때, 그리고 나보다 앞서 살아온 게이 형님들을 봤을 때에도 막연한 불안감만은 아니다. 곧 다가올 현실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자면 내가 경제적인 능력이라도 갖춰야 할 텐데, 실상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도 빚에 허덕이면서 대출 원리금을 갚아 나가면서 살아가는 현실인데, 중년이 되어 버리면 그때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 아닌가. 또, 그때면 조카도 많이 성장해 있을 것이고, 그러면 조카가 삼촌인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삼촌을 자랑스럽게 볼 수 있을까. 과연 나를 존경해 줄까.

이런 고민들을 꼬북이와 친한 형님에게 말하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동생이 그렇게 나를 무시할 것도 아니며, 앞으로 돈을 충분히 모아놓으면 되는 일이라고 나를 위로했다. 그래, 돈이라도 모아놓아야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다. 동생이나 매제가 나를 존중하려면 내가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살아가자. 잠이 들기 전, 이 글을 쓰면서 다짐해 본다. 존중받기 위해서 능력을 키우자. 능력을 키워서 무시당하지 않도록 하자. 내일도 힘을 내자, 제갈해리!


동생이 쏘아 올린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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