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보람차게 일한다

2026년 1월 21일 수요일

by 제갈해리

이제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영등포 매장으로 출근하는 루틴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기보다는 졸린 상태에서 눈에 힘을 주어 뜨고, 끙차 하고 일어나 추운 바깥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면 잠이 깬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돌아와 욕실로 바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면서 샤워를 시작한다. 뜨거운 물을 쐬고 있으면 긴장이 완전히 풀리는데, 계속 있으면 다시 잠이 오기 때문에 빨리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나와야 한다. 샤워실 밖으로 나오면 차가운 공기에 털이 바짝 곤두서기는 하지만, 그 상태에서 면도를 해야 하기에 잠시 추위를 참아본다. 수염이 난 부위에 비누 거품을 골고루 바르고, 날이 선 면도기로 꼼꼼하게 수염을 밀어낸다. 수염을 다 밀고 난 뒤 미온수로 볼과 턱을 깨끗이 씻어낸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젖은 머리를 털어내고, 몸의 물기를 닦아낸다. 그리고는 새 드로즈 팬티로 갈아입고 욕실을 나온다.


욕실을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얼굴에 수분 크림을 바른다. 원래 꼬북이가 올리브영에서 구매한 수분 크림인데, 자기는 쓰지 않는다고 나에게 선물해 준 것이다. 수분 크림 한 움큼 앰플 한 방울(이것 역시 꼬북이가 선물해 준)을 섞어 얼굴과 귀, 목, 어깨, 손, 팔까지 골고루 바른다. 씻기 전에 옷장에서 꺼내둔 상의와 하의를 입는다. 오늘은 회색 맨투맨 티셔츠와 기모가 들어간 진청색 청바지다. 검은색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난 뒤, 샘소나이트 가방을 메고, KF94 하얀색 마스크를 끼고 집을 나선다.


영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겨울 아침 날씨. 패딩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져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버스가 와서 승차를 하는데, 밖의 날씨와는 다르게 버스 안은 따뜻하다. 버스 뒤쪽에 자리가 있어 뒷좌석에 앉아 계양역 정류장에 버스가 멈출 때까지 있는다. 계양역 정류장에서 하차해 계양역으로 들어가 와플샵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전하는 중)를 사서 들고 가면서 마신다. 어찌나 빨리 마셨는지 김포공항행 공항철도 열차가 오기도 전에 다 마셔 버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그런지 잠이 제대로 깬다. 평소 같으면 지하철의 후끈한 공기 때문에 졸면서 갔을 텐데 말이다. 커피의 각성 효과는 정말 끝내주는 것 같다.


김포공항에 열차가 도착해 오늘은 신길역까지 5호선 지하철을 타고 간다. 9호선과 다르게 5호선은 좌석이 많이 여유가 있었는데, 앉아서 편하게 갈 수가 있어 너무 좋다. 앞으로 5호선을 이용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신길역에서 내려 환승 구간에 있는 진김밥이라는 분식점에서 청양참치김밥을 한 줄 사서 먹으면서 신길역 2번 출구까지 나온다. 신길역 2번 출구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영등포 03번 버스를 기다린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그 시간이 너무도 괴롭고 길게 느껴진다.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가서 근로복지공단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그리고 5분 정도 걸어 회사 건물 옆 흡연부스에 들어가 담배를 피운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1층 로비 옆에 있는 카페에 들러 직원 친구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서 지하 편의점으로 내려온다. 이미 출근해 계신 여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핸드폰 출퇴근 앱을 켜서 출근을 누르고, 창고로 가서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여사님께서 사무실에 가서 점장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하셔서 점장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점장님께서 어제 사건에 대해서 CCTV를 보자고 하신다. 어제 식권을 판매하던 중에 직원 한 분에게 5장을 팔았는데, 카드 계산이 안 된 상태에서 5장을 드려 버렸다. 그런데 손님이 계속 몰리는 통에 그분을 쫓아가 다시 계산해 달라고 말씀드리지 못하고, 결국 CCTV로 그 손님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점장님이 그때 내가 식권을 판매하던 순간을 CCTV로 보여주셨는데, 여러 명이 식권을 사 가다가 한 손님이 사가고 나서 내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이 손님이 계산을 안 하고 가신 분인 것 같다고 점장님께 말씀드린다. 점장님은 이 분이 자주 오시는 손님이라고 하시면서 이 분에게 따로 연락하겠다고 말씀하시고, 사무실로 돌아가신다.


평소처럼 하루 업무의 시작이던 물류 검수 업무를 하고, 오전 8시에 여사님이 1층 카페로 올라가시고 난 뒤 계산 업무를 보고, 장애우 친구가 출근해 함께 일하다가 9시에 여사님이 내려오셔서 발주 업무를 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오전 10시에 다시 여사님이 카페로 올라가셔서 카운터에 남아 계산 업무를 담당한다. 계산 업무, 특히 할인과 적립은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업무에 익숙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오전 11시가 되어 식권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식권을 차례차례 팔기 시작한다. 오전 11시 30분쯤 되어 여사님이 내려오셨고, 여사님이 계산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그러다가 어제 미처 계산을 안 하고 가셨던 손님이 오셔서 식권 5장 32,500원을 계산하신다. 여사님은 그 손님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이 친구가 많이 당황했어요 라고 말씀하신다. 손님도 겸연쩍게 웃으시고는 돌아가신다. 나 역시 그 손님에게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다.


오전 11시 55분이 되어 업무가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오늘은 잔치국수와 물만두 등이 나왔는데, 국수 국물이 진하고 짭조름한 것이 맛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핸드폰 출퇴근 앱을 켜서 퇴근을 누른다. 회사 건물을 빠져나와 흡연부스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신정동 매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버스 정류장으로 옮긴다. 버스 정류장에서 영등포 03번 버스를 타고, 신길역에 도착해 5호선 지하철을 타고, 신정역에 도착해 지상으로 올라와 신정동 매장까지 걷는다.


신정동 매장으로 들어와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유니폼으로 환복하고, 시재점검을 한다. 오늘은 100원이 과부족이 났다. 100원을 포스기 위에 올려둔다. 손님들이 오실 때마다 계산을 하고,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브런치 글을 쓴다. 매장 카운터에 서서 사장님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다. 내가 일하는 영등포 매장 얘기나 두바이 초콜릿, 연세크림빵 같은 신상품 얘기를 나눈다. 때로는 나의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일이 아닌 나의 일상생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신정동 사장님과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배려 깊고, 긍정적이다. 나는 여태까지 만난 사람 중에 신정동 사장님처럼 어른스럽고 배려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닮고 싶은 어른이다. 그 정도로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시다. 가능하다면 사장님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신정동 사장님에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말 야간 근무가 오전 8시까지이고, 내 타임의 교대 근무자가 사장님인데, 사장님이 늦게 일어나셔서 매번 지각하시는 바람에 나는 오후 1시나 2시쯤에 퇴근한다. 전날 밤 10시에 근무를 시작해서 다음 날 오후 1, 2시에 끝나면 15, 16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항상 피곤하고, 잠이 부족해진다. 사장님께 일찍 나와 달라고 말씀드려 봤지만, 불면증이 있으셔서 새벽에 잠을 잘 못 주무셔서 아침에 잠을 많이 주무신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늦을 수밖에 없으시다고, 미안하지만 고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한때 과도하게 많이 자는 잠으로 인해 일에 있어서 손해를 본 적이 많기 때문에 사장님께 할 말이 없어 사장님 출근하시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긴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담배 시재점검을 하는 날인데, 1시간 정도에 걸쳐 담배 재고를 확인한 결과, 두 갑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왔다. 재고가 마이너스이면 문제가 되지만, 많으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득이라고 해야 할까. 비어 있는 담뱃갑들을 진열장에 꽉꽉 채우고,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피운다.


저녁 7시쯤 되자, 사장님이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내시고, 퇴근하신다. 매번 발주 업무, 유통기한 확인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청소, 커피머신 청소 같은 작은 일도 손수 처리하시는 사장님을 보면서 일은 저렇게 매일 같은 자세와 루틴으로 하는 거구나 하면서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나도 언젠가 내 점포를 차리게 되면 저렇게 열심히 내 일을 해야지 다짐해 본다.


사장님이 퇴근하셨을 때마다 꼬북이에게 카톡을 해 매장으로 꼬북이를 부른다. 꼬북이는 매장으로 와서 나와 수다를 떨며 얘기도 해 주고, 맛있는 것들을 가져와 먹어 보라고도 해 주고, 물류 업무나 계산 업무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오늘은 오후 1시부터 일해 피곤이 누적되어 있다 보니, 저녁 시간에 잠이 급격하게 쏟아져 온다. 꼬북이에게 조금만 엎드려 잠을 자겠다고 하고선 카운터에 머리를 기대고 잠을 잤는데,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이 와 제대로 잠을 잘 시간이 없다. 결국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잠을 깰 수밖에 없다.

밤 10시가 되어 야간 근무자 친구가 출근해 교대하고, 꼬북이와 함께 퇴근한다. 퇴근할 때 근처 마트에 들러 귤 한 봉지를 사가지고 5호선 열차에 탄다. 꼬북이와 함께 게양역까지 동행하다가 버스를 타면서 꼬북이와 헤어진다. 집으로 도착해 마트에서 사 온 귤을 까먹으면서 꼬북이와 통화를 하고,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운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쏟아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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