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오늘 하루는 평안하길

2026년 3월 20일 금요일

by 제갈해리

3월 들어 처음 쓰는 글이다. 글쓰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야 여유가 생겨 글을 써 본다. 오늘은 2월 이후의 내 일상과 건강, 그리고 그에 따른 나의 감정 변화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고욕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야 하는데, 바로 일어나질 못하고 잠에 빠져 뒤척이다가 일어나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려 출근 시간이 항상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하루는 아예 잠에 빠져 버려 1시간이 지난 후에 깨어나 직장에 20분이나 지각을 해 버렸다. 그날 점장님께 한 소리를 들은 것도 당연했다.


"다시 한번 이렇게 지각하시면 다른 사람 구인할 거예요."

"네, 죄송합니다."


지각 때문에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나는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골몰했다. 먼저, 지각을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그 원인은 낮은 수면의 질에 있었다. 전날 신정동 매장에서 밤 10시에 퇴근해 집에 오면 11시가 넘는 시각이다. 집에 와서 씻고 잠 잘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덧 자정이 되어 있고, 12시에 잔다고 해도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니, 5시간 30분밖에 못 잔다. 그런데 야간에 소변으로 화장실을 빈번하게 들락날락하는 통에 잠을 깊이 들지 못한다. 실제로 자는 시간은 3, 4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이 낮은 수면의 질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일단 이비인후과에 가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내가 겪고 있는 코골이 문제나 수면 무호흡 문제를 치료하는 데 수면다원검사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영등포 매장과 신정동 매장 사이에 비는 오후에 목동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그곳에서 우선 알레르기 검사와 얼굴 CT를 찍었다. 의사 선생님은 CT검사 결과를 보시더니, 기도가 남들보다 훨씬 좁아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이 많이 심각했을 거라고 하셨다. 또, 비염과 축농증이 있어 숨쉬기도 불편했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수면 검사를 진행해 치료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수면 검사 당일이 되고, 나는 밤 10시 20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검사 담당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고, 나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선생님이 수면다원검사를 위한 세팅을 해주셨다. 온몸에 칭칭 전선(?) 같은 줄을 매달고 수면제를 먹고 잠에 들었다. 수면실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쾌적했다. 침대도 푹신푹신하고, 베개도 부드러웠다.


보기만 해도 절로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잠이 들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거라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그것도 잠시, 나는 잠에 빠져들었고, 2시간 만에 소변이 마려워 깨어났다. 소변을 보고 다시 잠에 들었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뒤척거리자, 선생님께서 에어컨을 켜 주고 나가셨다. 그리고 또 2시간 만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어나 화장실에 갔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깰 때마다 부착된 선들이 잘 붙어 있는지 확인하셨고, 자려고 노력하시라고 내게 말해주셨다. 나는 그때마다 잠은 잘 드는데, 다시 일어나니까 뭔가 잠을 잔 것 같지가 않아 찝찝했다.


5시쯤 되어 검사가 끝나고, 부착한 선들을 모두 떼어냈다. 선생님은 검사가 종료되었으니, 출근 시각까지 조금 더 주무시다가 출근하시라고 말씀하시고 퇴근하셨다. 나는 병원에서 조금 더 잠을 자다가 6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병원에서 영등포 매장으로 출근했다.


검사 결과는 다음 주 정도에 나올 듯한데, 아무래도 자다 깨다 반복하고, 잠이 깊지 들지 않아서 검사 결과가 매우 안 좋게 나올 것 같다. 그래도 수면상태와 건강을 측정하는 것이니만큼 내 상태가 제대로 확인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차후 수면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양압기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담당 선생님에게 들었는데, 어느 쪽이든 내 고질적인 수면 상태를 개선해 주었으면 한다.


수면으로 인한 아침 출근 문제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것은 주말 야간 근무다. 금토 야간에 물류나 진열하는 일을 다 못 끝내놓고 잠에 빠져서 일할 타이밍을 놓치고 사장님이 오실 때까지 일을 쌓아놓는 것이 문제였다. 토요일 새벽에 물류가 오는데, 물류가 오고 나서 바로 물류 정리를 해야 하는데, (제정신인지 아닌지) 잠을 자 버려 사장님이 출근하시는 11시까지 물류 상자가 쌓여 있었다. 사장님이 출근하시면서 일을 안 해놓느냐고 화를 내시고, 나는 그제야 바짝 물류 정리를 하는데, 물류 정리를 하고 나서 퇴근하면 오후 2시가 된다.


물론, 금요일에 세 탕을 뛰어야 하는 것 때문에 잠이 부족해 꾸벅꾸벅 졸 수는 있다. 그런데 일을 다 하고 졸 수는 있어도 일을 끝마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을 대놓고 자는 것은 좀 아니었던 것 같다. 일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에서 충분히 각성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일을 못 끝내는 결과를 만들지 않겠다고 사장님과 굳게 약속했는데, 실제로 내가 의지를 가지고 일을 끝내야만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가 있었다. 잠이 오는 것을 이겨내고, 조금 힘들더라도 물류 정리를 끝내겠다는 각오로 일에 임해야 할 것이다.


빡빡한 일 스케줄로 인해 잠이 부족해서 오는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영등포 매장에 아침에 출근하고 나서 오전 시간 동안 꾸벅꾸벅 조는 것도 문제였다. 몇 번 여사님께 들켜서 잔소리가 섞인 우스갯소리로 넘기기는 했지만, 여사님이 언제까지 내가 졸고 있는 걸 봐줄 리 만무했다. 어서 빨리 수면의 질을 개선시켜 오전 근무 시간에 조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잠 부족 외에도 심각한 건강 문제는 비만이었다. 그동안 야식과 술로 절어든 내 몸은 이제 90kg에 육박하고 있었다. 예전 65kg 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빠지지 않으니, 속이 터질 노릇이다. 그래도 야식을 안 먹고, 삼 시 세끼를 적게 먹어 체지방을 감소시켜야겠다. 밥 먹은 후 걷기라도 실천해서 체중을 감량해야겠다.

요즘 들어 일상과 건강에 따른 내 감정은 예민한 상태다. 잠을 잘 못 자서도 그렇고, 내 일상생활이 바다의 아슬아슬한 뗏목 위에 있는 것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가끔 친구인 꼬북이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지만, 위로를 구하는 것도 그때뿐이고, 정작 다짐을 하고, 실천을 해야 하는 것은 내 몫이고, 내 책임이기에 최대한 이 생활을 하루하루 버텨보기로 한다.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는 일을 해나가다 보면 이 역시 습관이 되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영등포 매장에서 일을 마치고, 여의도 매장에 가기 전에 길을 걸어가면서 가수 심규선의 <부디>라는 노래를 들었다. 부드럽고 청아한 심규선의 목소리가 삶에 지쳐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하듯 불러주는 이 노래가 듣기 좋아 몇 번이고 다시 들어본다. 그러다가 노래 감상에 빠져 그 속에 감정을 놓은 채로 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부디, 오늘 하루는 평안하길.


심규선, <부디>


부디, 오늘 하루는 평안하길
매거진의 이전글졸음과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