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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Aug 30. 2016

04 나는 낀세대다



386세대도 아닌, M세대도 아닌

최혁준


저는 2016년이면 38살이 됩니다.(한창이지요^^ㅋㅋ) 고3 수능친 직후 IMF를 맞았고, 이 때문에 저와 제 친구들은 서울이 아닌 지방대로 사립이 아닌 국립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저 또한 그랬구요) 대학에 입학할 때 처음으로 민주화정권인 김대중 정권이 들어섰고 , 대학교 2학년 때, 전교조가 합법화되었습니다. 대학시절을 마치고 첫 발령 받았을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비록 경제는 어려워갔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풍요로왔고,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고, 개인의 인권과 자유는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서  신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와서는 학교내 부조리와 귄위주의를 당연시 하는 관리자와 그런 부조리함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50대 선생님, 부조리함에 대해서 일어나 싸우기도 하고 또 후배들을 챙기기도 하는 40대(386세대)선생님들을 보며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갔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20대 신규였을 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의 선배 선생님들이 저를 데리고 밥도 사주고 차도 사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선배들이 했던 이야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모르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선배들한테 물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사소한 공문 쓰는 법부터 아이들 알림장 써주는 법까지 선배들에게 참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선배들과 야구장, 당구장, 볼링장, 겨울방학 때는 스키장까지 함께 놀려 다녔습니다. 때로는 선배들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군제대후 복직한지 얼마 안 된 3월초 교장쌤이 3월초에 아이들을 잘 잡아야 한해가 편하다고 단체기합 주는 저를 보고 한 선배 선생님이 “아이들은 짐승이 아니야! 잡기는 뭘 잡냐!”며 저에게 한마디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이런 간섭(?)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 저에게 애정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저런 선배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 했습니다.(친절하되 간섭은 줄인 멋진 선배교사^^)


어느덧 13~4년이 흘러 저도30대 후반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나름 중견(?)교사로 학년부장으로 일하고, 후배 선생님들도 제법 생겼습니다. 그리고 매년 동학년이 구성되면 초임 신규 선생님이 꼭 한분씩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예전에 경험했던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챙기려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어린 후배 선생님들은 저에게 물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혼자 끙끙대지도 않았습니다. 학급업무나 학교 일은 아주 능숙하게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신규였을 때처럼 아주 못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당했습니다. 늘 자신감이 있어 보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실수해도 당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예전에 저를 챙겨주던 30~40대 선배 선생님들은 어느덧 40,50대가 되어 학교에서 관리자나 수석교사 교무부장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저에게 “넌 선배가 되어서 왜 후배들 안챙기냐”고 합니다. 밥도 사주고, 잘 챙겨서 학교생활 잘 하게 도와주라고.. 그런데 그 20대 신규쌤들은 바쁩니다. 주말도 바쁘고 평일도 바쁘고 방학 때는 더 바쁩니다. 그리고 학교일과 퇴근후 삶을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그 말은 퇴근 시간 이후에는 더 이상 함께 근무하는 직장 후배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제가 20대 때 저나 제 친구들은 퇴근 후에도 선후배나 동기들과 함께 교육과 관련한 책 스터디를 하거나, 다양한 오프라인 연수를 들으러 다녔지만, 지금 20대 선생님들은 자신을 계발하는데, 아니, 자신을 가꾸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저보다 10살이상 많은 선배 선생님들과 비록 삶의 궤적은 달랐지만, 그분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10살 이상 어린 후배 선생님들은 저와 일을 하는 방식도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서울에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어린 후배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난 86년생(29살)이하로는 포기했어, 걔들은 다른 인류야” 였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그 친구는 실제로 자기 부서에서 새로 들어온 후배들과 상사 사이에 끼어 여러 가지 갈등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왠지 이런 것과 관련된 책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찾은 책이 오늘 소개할 “낀 세대 리더의 반란”이라는 책입니다. 책은 자기계발에 가까운 책이기에 술술 읽어집니다. 대략의 내용은 40,50대(386세대)와 20대(M세대)사이에 낀 90년대후반에서 2000년 초반에 대학시절을 보낸 직장생활 10년차 이상인 30대 중후반 직장인들이 그 두 세대 사이에서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하고 다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386세대와 M세대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저는 M세대라고 명명된 – 왜 저자가 M세대라고 20대를 지칭하였는지는 책에서^^확인 해보시길 ㅋ- 20대들이 어떻게 자라왔고 배워 왔는지, 그들의 대학 시절과 저의 대학시절이 어떻게 달랐는지, 그러한 환경들이 어떻게 그들의 특성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상당부분 공감 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을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저와 비슷한 부분도 많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저는 오랜 기간 학교에 적응하며 드러내지 못한 것 뿐이었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많은 부분들이 기업의 상황들을 전제로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각자 속해있는 조직이나 공동체에 적용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의미없는 푸념보다는 함께 모여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눈다면, 내년에 또 우리와 만나게 될 많은 사회 초년생들을 한결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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