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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Sep 06. 2017

15 매국노의 삶

2016.12.      매국노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다.

매국노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다.

     

"한겨레 역사 인물 시리즈이완용 평전"

     

한겨레 역사 인물 시리즈- 이완용 평전

  


저는 올해 5학년을 담임하고 있습니다. 5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 사회시간을 통해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역사에 대해서 교실에서 배우기 시작합니다.  무슨 이유인지언제부터 알았는지(?) 저희 반 아이들은 역사공부는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혹은 재미없는 시간이라고 -아주 틀렸다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생각하며 공부를너무 어려워 했습니다때문에 유물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연극을 꾸며 보기도 하는 등가능하면 우리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손에 잡히는 역사수업을 해보려 부단히 애를 썼던 지난 2학기 였습니다.


그런데역사수업을 준비하면서 역사속 사건과 지금 일어나는 우리의 삶의 문제와 연결 시키려 하다보니,  머리가 더 복잡해져 버렸습니다신라말기 귀족들의 타락과 백성들을 도외시하던 당시 지도자들을 배우다 보면 지난 몇 달간 일어난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고고려의 대외무역과 외교등을 공부하다보면지금의 사즈배치와 관련한 국제관계과 외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문제는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 현재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제 강점기 부분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역사속 제가 알고 있던 많은 악인들은 저의 기대와 달리 너무나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해주었던 책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여러분은 이완용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을사 오적고종 대신에 을사조약에 싸인을 주도한 사람그야말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우리 역사의 완벽한 악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몇 년 전 한겨레출판사에서 "한겨레 역사 인물 시리즈-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이완용 평전" 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책을 만드나(?)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실제로 이 악인(?)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이완용은 막판에 날아 팔아버린 극악의 악인이기 이전에 어린 시절 명문 반가의 양자로 들어가 고전을 익혔으며 과거 급제 후 육영공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주미대사관 참찬관으로 파견되었던,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지식에 두루 열려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각종 교육 개혁을 이끌고 독립협회 회장을 지내며 정동파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복잡다단했던 구한말 정계에서 주목받는 기민한 정치인이도 하였습니다.이미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독립문의 휘호를 쓴 사람도 이완용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을사조약 체결과 함께 국망의 원인 제공자이므로  당연히 그의 매국적 행동은 용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니 대한제국 말기의 사회적 모순을 이완용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함으로서 다른 이들은 국가 혹은 민족의 이름 아래 숨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이 책에서 그리는 이완용은 기존의 평가처럼 탐욕스러운 인물도, 근대적인 주권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 전통적인 관료도 아니어습니다.  ‘매국노’ 이완용은 오히려 합리적인 근대인이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제국주의의 폭력에 분노하기보다는 자신을 포함한 다수의 혜택을 위해 절대로 분노하지 않는 이성적 인간, 위기 앞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보다는 국가와 민족의 가치를 미래로 밀어내고 현재를 껴안으려 했던 현실적 인간이었이었습니다. 문제는 그의 근대적 합리성이 극단의 시대와 마주했을 때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끊임 없이 합리적인 판단과 스마트한 사고 방식을 고수하는 듯한 그의 삶의 태도는 강대국앞에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그리고 자신 주변 사람들의 이익에 대해 먼저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일제의 식민체제에 대해서도 의심과 저항 보다는 이미 거절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해 발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체제가 요구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합니다. 그는 매일 아침 계란과 우유에 간단한 스프를 곁들인 식사를 합니다. 음식을 탐하지도 여자를 가까이 하지도 않는 검소한 삶을 보냅니다. 그는 부단하게 근대인으로서 새로운 그의 조국인 일제의 관리로서 성실하게 생활합니다.  3.1운동으로 민족의 분노가 표출되었을 때도 그는 한편으로는 야만적 폭거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분노하는 군중의 모습을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차별, 불평등, 억압에 분노하기보다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부조리한 우리 현실 속에서도 자기계발과 스펙쌓기를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시대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지난 10여년을 지내온 저의 30대는 그전 20대와는 너무나 다른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유, 인권, 정의, 평화와 같은 단어들은 이제 우리의 일상속에서는 찾아 볼수 없는 단어가 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몇 달간 일어난 말도 안되는 사건들을 접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에 출근하여 부조리한 많은 일상에 잘 적응하여 살아내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완용이라는 매국노의 삶을 통해 우리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해봅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800년대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알렉세예비치 네끄라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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