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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Jul 11. 2017

16 안녕 지대넒얕

2016.6.    한국인에게 지적 대화는 가능한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앝은 지식



나의 대화 주제는 주로 무엇인가?  늘 대화를 하며 살지만 내 인생에 결코 대화 주제가 되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철학 과학 경제학 등 인문학과 같은 주제들이다. 사실 이 말 자체가 우습다. "철학을 주제로 이야기하다니... 철학이나 경제학은 특별한 개인이 책이나 전공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음의 이야기를 접하고 난 뒤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 (직장인 대상 설문 결과 )

1.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2. 월급여 500만원 이상

3.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소유

4.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5.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 ‘삶의 질’에서 정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 )

1.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2.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3.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4.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5.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6.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영국의 중산층 기준

 (옥스퍼드 대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 )

1. 페어플레이를 할 것

2.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3.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4.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5.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미국의 중산층 기준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 )

1.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2.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3.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4.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있을 것


오직 돈과 물질로만 자신의 삶의 수준을 재단하게 된 현실. 우리의 대화 주제와 깊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문득 주제에서 새는 이야기: 요새 교회에서 목사님이 우리 사회의 뼈아픈 현실과 어려움을 두고 말세가 가까워졌다는 맥락에서  예수님의 재림의 때가 다가오는 시대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은 경험이지만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것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프랑스, 영국, 일본 사람들이 우리보다 월등히 교양이 있거나 윤리적 수준이 높아서 저런 멋들어진 중산층 기준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삶에 대해 현실에 대하 고민과 같은 인문학적인 주제를 대화로 풀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인문학이라는 말 우리에게는 참 많이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말이다. 특히 최근 각종 인문학 강좌들이 범람하고 있기에 단어 자체는 굉장히 익숙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인문학 붐은 인문학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문학을 통한 처세(?), 자기계발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취업이나 시험에 임박한 특정 사람들 외에는 여전히 생경한 단어이다.


몇 년 전 북유럽 탐방 이후부터 개인적으로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다음 해부터 TCF지역 모임과 협동학습연구회 부산 모임에서 교육철학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하였다. 진행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고, 또 생각보다 쓸데없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늘 들어온 이야기 중 하나는 인문학 소위 철학이라는 것은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철학과는 절대 가면 안 되는 과로 알고 있었고, 어른들이 자신의 삶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할라치면 뜬구름 잡는 개똥철학이라고 치부해버리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흔히, 한국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주제 종교와 정치 이야기도 생각해보면 철학 옥은 인문학에 대한 무시 혹은 무지로 기인한 것이지도 모르겠다. 대신에 우리는 실용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재테크, 처세술 등등을 이야기할 때는 서로의 가치관과 상관없이 한마음이 되어 즐겁게 대화에 참여한다.


이런 대화의 결과가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것은 비약이다 과도한 비약,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우리의 대화 주제를 이렇게 만든 것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의 대화 주제를 이대로 둘 것인가? 


다행히 우리 TCF지역모임은 격주 혹은 분기별로 스터디를 하는 좋은 전통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에 교육철학을 스터디의 주제로 시작하기엔 우리 스스로의 거부감이 클 수 있다. 이에 인문학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책을 하나 소개하여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줄여서 지대넓얕 이미 모바일 팟캐스트에서는 인기리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한 저자가 방송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인문학 주제들을 일상의 말로 써 내려가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어려운 철학이나 과학과 같은 주제를 사정없이 후려친(?) 책이다. 이 책을 지역 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누어 본다면,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보는 즐거움, 윤리 시간에 자면서 들었던 철학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오히려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20년 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우리의 부끄러운 중산층에 대한 기준에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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