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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Jul 11. 2017

14 징검다리 인생

징검다리 인생 -곽노현 전교육감의 "징검다리 교육감"

2015년 1월에 쓴 글


지난 1월 저는 좋은교사운동에서 주관하는 정책아카데미에 다녀왔습니다. 전국에서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선생님들과 깊은 교제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둘째 날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만남의 시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곽전교육감은 교육청 혹은 교육지원청이라 불리는 지역교육청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신이 하려고 했던 교육혁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곽전교육감이 기독교인인 것도 처음 알았지만, 이제까지 제가 관심 갖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새로이 눈을 뜨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곽전교육감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나는 교육정책 혹은 교육부의 만행(?)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열을 올렸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교사의 일상의 많은 부분은 교육부의 정책보다는 교육청 그 아래 지원청 그리고 그 지원청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학교의 관료적 행정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북유럽교육 탐방을 같이 다녀오셨던 한성준 선생님께서 제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 한국 교육을 옥죄는 두 개의 사슬이 있다. 하나는 입시고 또 다른 하나는 관료체제이다. 그런데 이 둘 중 어느 것이 없어지는 것이 더 우리 교육을 새롭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듣고 든 생각은 '만약 우리 교육의 기적이 일어나서 입시제도가 완전히 없어진다면? 우리 교육의 모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선뜻 그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입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관료적 시스템 아래에 돌아가는 학교 시스템이  우리 교육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제 마음을 더 가슴 아프게 하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 자신이 학교의 관료적 시스템의 문제성을 그다지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정책아카데미에서 교육청의 문제 우리 교육의 많은 문제를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캠프 기간 동안조차 틈틈이 학교에서 오는 연락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많은 행정적인 의미 없는(?) 일들을 어려움 없이 처리하는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10여 년간 학교에 있다 보니 어느덧 관료적 시스템에 길들여진 저의 모습, 아이들 가르침보다 빠른 보고를 하는데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눈에 보이는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환경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관료시스템이 훨씬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책아카데미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후 곽노현 전교육감님이 쓰신 "징검다리 교육감"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정책아카데미의 과제이기도 했고 곽 교육감님이 자신이 교육청 안에서 관료제와 싸운(?) 실패와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는 교육계 출신이 아닌 곽노현 전교육감의 눈으로 서술한  교육청과 학교의 모습을 통해 "제 자신이 얼마나 학교의 관행과 교육청의 관행이 익숙해져 있었는가?"였습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학교와 교육청이 얼마나 경직된 조직(?)인지, 교육을 하기 위한 조직이 아닌 흡사 군대와 같은 조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이러한 관료체제를 바꾸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조직을 바꾸고 직제를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수십 년간 쌓인 이해관계와 기득권을 놓지 않는 이상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 곽전교육감님이 밝힌 것처럼 우리가 우리 세대에는 많은 변화를 볼 수 없을지는 몰라도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과 실패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 시대를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징검다리 교육감'이라는 책은 사실 우리 TCF에 어울리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책 속에 담겨있는 실패한(?) 교육감의 고민 성찰 속에 우리 지역모임이 각 지역교육을 위해 어떤 부분을 기도하고 중보해야 할지 많은 통찰력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함께 이 책을 읽고 내가 속해있는 학교 내가 맡은 업무에서 어떤 부분이 관료적인 관행 속에 있는지 함께 나누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찾는다면 우리 지역 모임의 책 나눔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속한 선교지의 불의를 개선하고 사회를 새롭게 했던 많은 선교사님들처럼 교단의 선교사로 부름 받은 우리 TCF선생님들이 우리가 속한 선교지인 학교와 교실의 불의와 관행에 침묵하지 않는 2015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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