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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Sep 06. 2017

13 나의 학벌

2017.4.    나는 학벌로부터 자유로운가?

나는 학벌로부터 자유로운가? - 교사 입시를 넘다


최근의 뉴스와 사회적 상황을 살펴보다 보면, 지난 수개월간 국가적 위기 사태를 초래한 현 상황을 만드는데 조력자로, 혹은 직간접적 수혜자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정 대학 출신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학연으로 엮여져 있습니다.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개인의 실력이 아닌 선후배, 인맥, 학맥이 만든 지도력의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그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20살 시절 시험 잘 치는 능력이 곧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면, 특정 대학출신이 국가기관의 상층부를 장악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며칠 전 부모님 댁에 함께 식사할 일이 있어서 본가에 방문하여 식사 후 아버지와 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저희 아버지는 소위 SKY 대학 중 한 곳을 나오셨습니다. 불행히도(?) 아들은 지방교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뉴스에서는 당시 국가의 말도 안 되는 사태에 대한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비선 실세니, 문고리 삼인방이니 하는 사람이 구속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함께 흥분하고 분노하며 뉴스를 보며 이야기 하던 중 60대인 저희 아버지가 갑자기 하시는 말씀이 “역시 서울대가 다 해먹는 구나. 역시 높은 자리 가려면 최소 SKY는 나와야 명함이라도 내미는 거지!” 별 생각 없이 하신 아버지의 말 속에서, 우리의 의식구조를 지배하는 출신학교에 대한 당연한 차별의식에 대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지방대에 입학하여 지방에서 취업하여 살고 있는 저에게 20살 전후에 입학한 대학이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대학이 중요한가? 실력이 중요한 것 아닌가?’하면서도 막상 학교에 일할 사람들을 뽑거나 계약할 일이 있을 때면 사람들을 출신학교로 판단하는 부끄러운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깨달게 된 사실은 출신학교로 사람들과 제 자신을 판단한다는 것이 제 생각 이상으로 저의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오랜기간 동안 기독교사모임과 교사연구회 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한 번도 그 모임의 대표가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저의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저의 출신학교가 수도권이나 소위 명문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냥 이곳 부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감당해야 한다고만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부산’에 사는 제가 ‘부산’교대를 나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지방에서 국립대 출신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과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제가 부산의 다른 사립대를 졸업했거나, 부산이 아닌 다른 곳에 교사로 임용되었다면 저의 생각은 또 달랐을 것입니다. 지방국립대 출신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취업하게 되면 또 하나의 서열화에 의한 출신학교 차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몇 안되는 교육에 대한 국민적 합의 중 하나가 바로 이 출신학교 차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20대 초반, 4년 밖에 보내지 않는 출신대학이 인생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현실과 이를 당연시 하는 우리 사회의 의식이 사회를 점점 더 활력이 떨어지게 하고 비효율적인 경쟁과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힘들게 하는 폭압적인 학습강요와 기형적인 사교육 또한 마지막에는 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 전체에서 출신학교에 따른 열등감, 혹은 우월감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때문에 내 자식들은 이런 차별을 겪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부모님들도 죄책감과 미안함 감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이 경쟁과 사교육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15년차 초등교사 이면서 동시에 초등학생 자녀와 유치원 학생을 둔 두 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 혹은 아이가 어린 시절에는 학부모님들이 우리 반 학생들을 왜 그렇게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을 시키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커가면서,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점점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안함”입니다. 우리 아이만 낙오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 특히, 체면문화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이기에 명문대에 나의 자녀가 들어가 못했을 때, 명문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취업은 할 수 있는 대학이라도 들어가지 못했을 때, 느껴야 할 주위 시선들이 부모님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때문에 점점 연차가 더해질수록 학부모 상담이 어려워집니다. 예전에는 학부모님들께 체험 위주의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학교교육 성실하게 하면 된다고, 아이의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이제는 쉽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공감하면 할수록 쉽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출신학교차별은 공고하고 뿌리 깊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 교육을 어둡게 하는 입시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 많은 정책들이 무기력해지는 이유는 바로 소위 학별이라고 얘기되는 출신학교차별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몰라도 됐을 뻔한(?) 저의 답답한 고민을 시작하게 해준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바로 “교사 입시를 넘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수년 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진행한 교사등대지기 학교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 된 책입니다. 물론 이 책에 입시문제나 출신학교차별 문제를 단 박에 해결할 수 있는 쌈박한 답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에 익숙해져 답답함조차도 느끼지 못한 저에게 답답함(?)을 안겨 주어 변화와 희망에 대해 꿈꿀 수 있게 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선생님들이 우리 교육에 대한 비전을 다시금 꿈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해봅니다.


비전이란 현재 존재하는 그 어떤 것에 대한 깊은 불만족과 그것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붙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존스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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