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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Sep 06. 2017

10 벼락치기 교육개혁?

벼락치기로 교육개혁(?)-공교육과 기독교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유럽교회를 돌아보고 돌아가셔서는 꼭 이런 말씀들을 하십니다. 유럽교회는 다 죽었다. 유럽의 수많은 교회들이 술집으로 변하고 식당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 교회의 역사를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유럽교회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의 교회가 영주에 의해서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영주가 개신교로 개종하면 그 영주 땅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자동으로 개신교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주가 지은 교회는 마을의 한 가운데 위치하여 지역주민의 유아세례(출생신고), 결혼(혼인신고), 장례(사망신고)를 도맡아 하면서 그 지역의 관공서와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교회가 하던 역할을 국가가 맡게 되면서 교회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인들의 법과 제도 삶 속에 뿌리내려 있는 기독교문화를 자세히 살필 때,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대환 목사(덴마크 한인교회 담임목사)




 6년 전 덴마크 교육탐방 때 오대환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북유럽의 멋진 복지제도 바탕에 자리 잡고 있는 기독교 정신과 문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근대교육 또한 서구의 종교개혁과 함께 시작되었기에 현대의 공교육제도와 기독교는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서구의 학제와 교육과정의 틀을 그대로 가져 왔음에도 여전히 우리가 교육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 형식은 가지고 오되 그 형식 속에 담긴 정신과 문화는 가지고 오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릴 책은 2013년 좋은교사에서 "근대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기획한 강좌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낸  “공교육과 기독교”입니다.

  이 책은 그간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기독교와 지구상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현대 공교육제도와의 관계를 유럽과 영국, 미국 그리고 한국 등의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라별 상황에 따라 공교육과 기독교와의 관계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더 좋은 신앙인, 더 좋은 아이들을 키워 내기 위해서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속에 근대 공교육이 형성되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 시간들이 결코 짧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들은 200~300년에 걸쳐 현재의 공교육제도를 만들어 냈고 그 기간 동안 그들의 삶 깊은 곳까지 뿌리내린 신앙과 믿음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교육제도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한국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 부분을 읽다보면, (비록 한국의 근대교육이 선양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한계가 있지만) 교육을 통해 훌륭한 그리스도인을 키워내고자 했던 믿음의 선배들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이후 식민지 시절과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추구했던 원래의 정신이 훼손되고 변질되어가는  부분을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우리가 너무 급한 것은 아닌가?'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하다 보니 교육 또한 경제가 성장하듯 벼락치기로 급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늘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불만이 많습니다. 빠르게 성장한 경제처럼 우리의 공교육도 빠르게 어떤 식으로든 좋아지기를 기대하고 요구합니다. (물론 그 조급한 우리사회의 분위기가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교육 제도는 오랜 세월 구성원들에 의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갑자기 주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서구 공교육 제도 속에 담긴 그들의 치열한 고민들과 토론, 합의과정을 이해하고 또 우리 사회에 맞게 고민하고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어쩌면 그 과정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정권이 바뀌고 그동안 묵혀왔던 혹은 억눌려 왔던 많은 개혁에 대한 요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기대감과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이럴 때 지역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눈다면, 우리 속에 있는 공교육의 철학들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제의식과 관점들을 갖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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