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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y 24. 2018

09 내가 만든 신

내가 만든 신은 누구인가?

 “우리는 우리가 사는 시대가 굉장히 현대적이고 문명화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거시대의 우상숭배와 노예제도, 사람을 바치는 인신공양 등을 미개함의 상징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과거의 노예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 타임머신을 타고 와 우리의 삶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최소한 해가 지고 나면 일을 쉬었던 노예들의 관점에서 해가 졌는데도 불을 켜놓고 밤새 일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우리를 부러워할까요? 오히려 이들의 주인은 누구 길래 이렇게 잔인하게 일을 시키는가? 라고 반문하지 않을까요? 자연을 섬기고 우상을 섬기던 그들이 지금 우리의 삶을 보고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백화점에서 멋진 옷과 전자제품 앞에서 좀비처럼 서서 그것을 갈망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그 앞에서 예배드린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모델하우스 입구를 향해 모두가 줄서서 들어가고 그곳에서 가질 수 없는 가구와 집을 가지고 싶어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과 바알의 신전 앞에서 바알을 갈망하는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 할 수 있을까요?”.... -tcf 겨울 컨퍼런스 중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컨퍼런스 전까지 아내와 가장 많이 이야기 했던 대화 주제는 이사와 더 큰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당연히 이 세상에서 무엇을 가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늘의 것을 갈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현실에 발을 딛고 살고 있다는 이유로 남들만큼 살고자 하는 저의 욕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든 교회에서든 내 나이에 맞는 차를 타고, 내 나이에 맞는 집에 살아야 하며, 남들 부끄럽지 않은 학교에 우리 자녀를 보내야 한다. 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왔던 것을 깨닫게 해준 설교였습니다. 


  꾸준히 교회를 나가고 교사모임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면 그것만으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만 해도 너무나 힘들었기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고 지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교회모임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파트 이야기, 자녀의 학교 이야기들 속에서 ‘지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컨퍼런스 저녁 그 설교를 통해서 제가 발 디디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 중에 알게 된 책 한권을 선생님들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팀 캘러의 “내가 만든 신”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 어떤 시대보다 가짜 신이 만연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대나 근대 이전의 사회처럼 눈에 보이는 우상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가짜 신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가짜 신들은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 어떤 것도 내가 만든 가짜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자식을 갖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던 사람에게는 자녀를 갖게 된 것이 오히려 우상이 되어 집착하고 자녀를 가짜 신으로 섬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더 많이 성취하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말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우리 자신을 학대하며 성공과 성취를 가짜 신으로 섬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과거 보다 더 나은 사회라고 증명할 만한 것을 없는 것 같습니다. 더 신기한 기계들이 나오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이 많이 편리해지고 그 어느 때보다 의식주가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 갈망을 성공을 통해 혹은 사랑과 권력으로 심지어 종교를 통해서 채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그 갈망이 다양한(?) 가짜 신들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가짜 신을 섬기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이전 조성들이 살았던 그 어떤 시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우상들, 교묘한 가짜 신들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미덕인 지금 시대야말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가장 힘든 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사람다운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더 충분한 삶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 저자는 지금 시대처럼 동일한 가짜 신들을 섬기던 성경 속의 여러 인물들이 그 가짜들과 어떻게 결별하고 제자리를 찾아 갔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처음 교사로 교단에 섰을 때, 마음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은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마비 시켜 세상의 가짜들 앞에 우리의 마음을 내어 놓게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또 교직 사회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잘 살아간다는 것은 더 큰 용기와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혼자 읽는다면 ‘좋은 생각’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꼭 필요한 것이 우리의 마음을 붙들어 줄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교사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눈다면 내가 만든 가짜들은 무엇인지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함께 그 가짜들과 결별하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손을 잡아주는 일들이 지역교사모임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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