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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5. 2019

18 일상을 의심하라

당연한 것을 의심하라!학교를 말한다 & 학교 내부자들

당연한 것을 의심하라!

학교를 말한다 학교 내부자들


 최근 2022년 대학입시개편안 문제로 다시 한번 교육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교육적으로 옳은 것, 학부모들의 경험, 그리고 교육부의 관료적 행태로 인해 제대로 된 방향의 개편이 아닌 졸속적인 입시개편안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뉴스와 기사들을 읽으며 문득 7년 전 좋은교사 북유럽교육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대화가 기억났습니다. 그 당시 자리를 앉다 보니 정병오 선생님 옆에 앉게 되어 장장 8시간 동안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교육을 옭죄는 두 개의 사슬 이야기였습니다. “한국 교육을 옭죄고 있는 두 개의 사슬이 있다. 하나는 대학입시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의 관료주의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끊어져야지 하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얼듯 생각하기에는 대학입시만 해결되면 학교의 교육이 살아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기적적으로 대학입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교육청과 학교의 관료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지금의 학교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다. 반대로 학교가 아무리 혁신하려 하여도 마지막 관문인 대학입시가 현재와 같이 경쟁 중심으로 유지된다면 학교혁신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대략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해주셨고 제가 또 묻고 답하며 비행기의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이기에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이고 이 문제만 해결되면 교육의 많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후 7년 동안 학교에서 연구부장과 학년 부장, 연구학교 주무와 같은 일들을 맡으며 과도한 행정 잡무와 관료주의적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아무도 보지 않는 각종 보고서와 자료집을 만드는 이유 무엇인가?’, ‘이렇게 많은 서류들과 종이 출력물들을 만들어낼 것이면 업무포털 시스템은 왜 필요한가?’ 등등의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문제는 보는 사람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마치 인민을 믿지 못해 수많은 위원회와 문서들을 양산하게 했던 옛 소비에트연방의 사회주의 국가처럼, 교육부는 학교를 믿지 못하고 교육청은 학교를 믿지 못해서 수많은 문서와 자료집계보고, 책임면피를 위한 각종 위원회와 회의록 계획서와 보고서 등등을 요구합니다. 그 속에서 저는 어느덧 교육의 전문가, 수업의 전문가가 아닌 문서 편집의 전문가, 없었던 일을 있었던 일로 만들어내는 소설가(?)가 되어버린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제가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를 섬긴다는 마음으로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일을 하고, 나름 기독교사공동체에서 경험한 리더쉽을 학교에서도 실천해보려 부장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뭔가 일을 간소화하고 또 여러 불합리한 일들을 바꿔보려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되었고, 그것보다 더 놀라운 속도로 불합리한 일들과 문화에 적응하게 되는, 결국 새롭게 바꾸고자 하는 고민 없이 그저 하던 대로 일을 쳐내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조금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지내던 그 즈음, 두 권의 책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리고 놓쳤던, 아니 내팽겨졌던 학교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릴 두 권의 책은 ‘학교를 말하다.’라는 책과 ‘학교내부자들’이라는 책입니다. ‘학교를 말하다’는 경북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계시는 이상우 선생님이 쓰신 책이고, ‘학교 내부자들’은 경남에서 초등학교 교감으로 근무하고 계신 박순걸 선생님께서 쓰신 책입니다. 두 권의 책 모두 초등학교 현장에 계시는 분이 쓰신 책인 동시에 서울이 아닌 지방에 계신 선생님께서 쓰신 책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제가 이 책을 훨씬 더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지방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권의 책은 다른 듯 같은 책입니다. 사실, 대형서점 교육부문에 가보면 수많은 교육 관련 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과정, 수업, 학습, 평가, 학급경영, 생활지도 등에 관련된 책입니다. 물론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이기에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우리 선생님들의 일상을 살펴보면 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은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 안에 있는 관료주의에 기반한 수많은 잘못된 관행들과 행정업무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아이들에게 그저 미안한 하루를 보내도 저를 포함한 많은 선생님들은 그 부분을 그러려니 합니다. 2월 말 업무분장만 잘 넘기면 한 해가 편하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서일까요? 그래서일까요?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책들은 있지만 우리 선생님들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문화와 관행, 관료주의 문화에 대한 책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소개해드리는 이 두 책은 굉장히 귀한 책입니다. 두 권의 책 모두 다 우리 학교 안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집중합니다. 매일 학교에 출근하며 겪는 수많은 불합리한 일들, 학교문화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많은 적폐들에 대해 말하고 또 대안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일’들인지 다시금 상기하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입장에서, 다른 한권의 책은 교감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교 안에 일어나는 ‘당연하지만(사실 당연하다라고 강요되어진) 당연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두 권의 책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이 진짜 교육을 바꾸는 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나 금방 읽어지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대해 고민해 보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당연하지 않은 것들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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