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노 Mar 05. 2019

19 피는 물보다 진하다

우리 민족은 이미 하나다?! 

우리 민족은 이미 하나다?!

평양 자본주의 백과사전 조선 자본주의 공화국


  2018년 한 해를 관통하는 여러 키워드가 있겠지만 우리 마음에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키워드를 꼽자면 아마도 ‘통일’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 말 ‘북핵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4월과 6월 남북회담, 북미회담을 거치면서 지난 10년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맡고 있습니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통일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멀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9월 제가 속해 있는 교사 모임에서는 특별한 분을 모시고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산 영도에 개교한 탈북학생대안학교인 고려국제영재학교 교감선생님을 모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지요. 강사로 모신 교감선생님은 북한에서도 교사생활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좋은 교사 저널에서도 다룬바 있는 NK선생님이셨습니다. 교감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탈북과정과 학교를 만들게 된 사연을 들으며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강의 중에서 제 귀를 사로잡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최근 탈북하시는 분들의 목적이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가족이 다 같이 탈북 하는 경우가 많고 자식을 위해서 탈북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6,7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희망의 땅 미국으로 이민을 가듯 말입니다. 자신들은 세탁소나 식당에서 일하며 고생하지만 자식들은 미국 땅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작장을 갖기 바랬던 것처럼요. 최근 탈북 하는 분들 역시 자신들은 이곳 한국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고생하지만 자신들의 자녀들만은 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으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북한이라 하면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이고,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수십년 간 단절된 시간 때문에 남한 사람들과는 생각이나 가치관도 굉장히 달라져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는 달리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너무 닮아있습니다. 그 모임 이후 저는 북한에 대한 최근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선생님들께 소개해 드릴 두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개해드릴 두 책은 북한과 유일하게 수교관계를 맺고 있는 영국기자 두 명이 함께 쓴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라는 책과 탈북자 출신의 기자분이 쓴 <평양자본주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입니다. 이 두 책은 저자가 영국인과 탈북자 출신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너무나 닮아 있는 책입니다. 


 먼저 두 책 모두 제목에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단어와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마치 보색처럼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왜 이 저자들이 책 제목에 ‘자본주의’라는 말을 넣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공화국>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 3자의 입장에서 한국과 북한 다 나라를 비교하면서 책 내용이 펼쳐집니다. 우리가 몰랐던 북한의 시장과 건설 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치 우리나라의 70년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스마트 폰과 태블릿 등이 북한에 들어가면서 마치 아프리카 대륙이 그러하듯 유선 인터넷 시대를 건너 뛰어 바로 무선 인터넷 시대로 넘어간 북한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북한사회시스템은 사실상 무너지게 되었지만, 놀랍게도 그 빈자리를 우리에게 익숙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TV에서 한번쯤 들어봄직한 장마당 경제체제가 바로 그것이의 시작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외에도 영국인이기에 접근 가능한 다양한 정보과 새로운 시각을 통해 우리의 관점을 새롭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이에 비해 탈북자 출신의 동아일보 기자인 주성하 기자가 쓴 <평양 자본주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북한 사회에 한발 더 깊숙이 들어갑니다. <조선자본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책이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사회에 대한 관찰기라면, <평양자본주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우리 민족의 차원에서 북한을 설명하고 바라보는 책입니다. 특히, 저자의 한국사회에서의 경험과 수많은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앞의 책과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씁쓸한(?)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기도 하였습니다. 


 북한의 갈라파고스식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백과사전이라는 머리말의 내용과는 달리, 우리 사회와 너무나 닮아 있는 북한사회의 모습은 읽다보면 슬픈 공감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강남 졸부를 뺨치는 평양 돈주들의 이야기와 0.01%급 금수저 인터뷰 등 북한사회의 상류층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우리나라의 상류층과 재벌 2,3세의 이야기들과 너무나 똑같아서 구분이되지 않습니다. 명목상 사회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권력층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부동산 부자가 되고 빈부격차가 한국보다 월등히 높아져가고 있다는 내용을 읽다보면 남북한이 서로 교류를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나 사회적 병폐가 닮아 있나 싶기도 합니다. 삶의 모든 부분에 뇌물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북한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뇌물과 청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슬픈(?)공감만 있는 책은 아닙니다. 평양 사람들의 일상생활 모습들을 서술한 부분들을 읽다보면 70여 년간 떨어져 있었지만 한민족은 한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떠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 분들을 통해 한국의 문화가 이미 북한 사람들의 삶속에 깊이 들어가 있어 우리의 문화와 많이 닮아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아울러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장마당이 형성되고 이 장마당의 상인들이 대부분 여성이 이루어지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이를 통해 경제권이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넘어가면서 북한식(?)양성평등을 이루어나가는 과정들을 보다보면 굉장히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독재국가인 북한조차도 세상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두 책은 같은 듯 다른 책입니다. TV속에 비쳐진 당과 수령의 사랑과 배려만 이야기하는 북한 주민들 이면의 실제 삶을 엿보게 하는 책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어느덧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온, 그리고 도둑처럼 우리 삶에 다가올지도 모르는 통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8 일상을 의심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