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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5. 2019

20 누구를 따르는가?

나는 누구를 따르고 있는가? 디트리히 본회퍼 ‘나를 따르라’

 나는 누구를 따르고 있는가?

 디트리히 본회퍼 나를 따르라


 저는 누구나 그렇듯 대학 시절 여러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큰 고민 중 하나는 캠퍼스에서 내가 공부하고 있는 전공과 신앙의 간극에서 오는 고민이었으며 학내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그에 대해 교회에서 답을 얻기 어려웠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극히 개인적인 신앙 문제를 제외하고는 교회 봉사와 여러 행사들에 묻혀 질문도 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세월이 20여년 지났지만 그 고민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교회 모임에서 삶의 문제에 대해, 혹은 저의 직업적 특성인 가르침의 문제들, 학교라는 조직의 어려움을 나누기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 신앙이나 자녀의 성적 혹은 이사문제 등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만을 나누게 됩니다. 대학 시절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 위해 애쓴 노력들을 역설적으로 대학부에서 나눌 수 없었던 것처럼, 학교에서 교실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교회 모임에서는 나눌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어느덧 저도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고민하기를 멈추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제 기억 속에 사라진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제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최근에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 11월 부산에서 좋은교사 주관으로 ‘배덕만 교수님과 함께하는 산 아래를 살아가는 지혜’ 열린 북 콘서트에 참여하였습니다. 거기서 함께 읽고 나눈 책이 바로 오늘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릴 책인 디트리히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입니다.




 사실 이 책은 (또 다른 제자에 관한 책인 )데이빗 왓슨의 <제자도>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1장이 시작되는 첫 번째 문장입니다.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는와서 죽으라고 명령하시는 것이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경악스러운 진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경악스러운 표현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이 신학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였다는 것 나치 독일 시절, 나치의 종교정책에 반대한 고백교회(Bekennenede Kirche)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에 가담했던 주요 인사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일이 항복하기 정확히 한 달 전 4월 9일에 교수형에 처해 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암살사건에 가담했다는 것이 생경했습니다. 아무리 히틀러가 역사상 최악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암살에 목사가 가담한다는 것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에서 수많은 기독교인이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바는 아니나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따르라’ 이 책을 읽으면서 본회퍼 목사님의 행동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저의 시선이 오히려 불편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곧 예수를 따르는 것이고 주님이 걸어가신 그 길을 따라가는 제자의 삶이라는 것을 새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전반에 흐르고 있는 주제는 “값싼 은혜”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닌 주님을 등에 업고 내가 성공하고 내가 출세하는 것이 은혜라고 생각하는 기복주의를 본회퍼 목사님은 값싼 은혜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값싼 은혜를 추구하는 것이 자신에게 복인지 독인지도 모른 채 현재의 안위만 추구하는 당시 독일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에 대해 지적하고 주님을 따르는 진정한 제자 공동체에 대해 말합니다. 놀라웠습니다. 마치 본회퍼 목사님이 지금 2019년 대한민국에 오셔서 한국 교회와 성도들의 삶을 보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저의 삶을 보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교회가 일제 강점기 시절 신사참배하고 일본의 제국주의를 찬양한 것처럼 독일교회도 히틀러에 대해 비판이 아닌 찬양을 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독일교회는 종전 후 우리와 달리 철저히 반성하고 본회퍼의 신학을 다시 정리하고 기억하는 부분에서는 우리와 다르기는 합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진정한 값비싼 은혜가 무엇인지, 그리고 예수를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값싼 은혜가 아니라 값비싼 은혜를 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값싼 은혜는 싸구려 은혜, 헐값의 용서, 헐값의 위로, 헐값의 성만찬일 뿐이라고, 싸구려 은혜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이 없는 은혜, 십자가 없는 은혜,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 곧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는 은혜에 불과하다고 끊임없이 말합니다. 분명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부끄럽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들어야 할 이야기지만 교회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 제 안에 잊혀진 단어였던 “제자”라는 단어를 다시금 기억나게 해주었습니다. 더 이상 교회에서는 예수를 따르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현실, 동성애, 북한 인권, 신천지 등 우리 교회 외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지적하고 정죄하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교회와 성도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본회퍼 목사님의 이야기는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교회와 공동체, 성도들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교회가 이 세상에서 어떤 의미인지 말합니다. 비록 권세를 추구하지 않고 낮은 자리를 추구하며 그로 인해 온갖 무시와 박해 그리고 모욕을 당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살기 때문에 세상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름받은 이들의 공동체, 에클레시아, 땅 위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 예수를 따르는 이들, 예수의 제자들, 그것이 곧 교회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우리 한국교회 모습이 정반대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쉬운 책은 아닙니다. 내용의 무게감이 크기에 책을 읽다가 멈추고 한참 생각하다가 다시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이 책을 곁에 둔다면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우리는 내일이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동료 교사들과 업무, 그리고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만남이 시작됩니다. 정신없는 일상의 파도 속으로 들어가기 전, 이 책을 통해 세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넘어서는 우리 선생님들이 되시길 기대하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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