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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5. 2019

17 안 망하는 이유

왜? 우리나라는 망하지 않는가?

왜? 우리나라는 망하지 않는가?

EBS극한 직업의 한 장면

 저는 노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노동은 Work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몸을 쓰는 힘든 일을 말합니다. 대학시절도 남자들이 한번 씩은 도전한다는 그 흔한 노가다 알바를 한 적이 없고, 알바를 해서 돈을 벌기 보다는 돈을 안 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 살았고, 졸업 후 바로 교사가 되었기에 사실상 몸을 쓰는 일은 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군대 시절 몸을 쓰는 특기를 받아 이런 저런 노동의 맛을 보기는 했으나 체험 수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늘 몸을 쓰는 노동, 기술을 사용해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과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제 주변에는 일반적인 직장 친구들보다는 교사 동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동을 하는 분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가장 많이 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ebs극한직업>입니다.(놀랍게도 얼마 전에 초등학교 교사가 ‘극한직업’에 나왔었습니다. 당연히 방송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수많은 악플과 욕들이 달렸지요 ㅠㅜ) 그 방송을 보면서 잠시나마 일하는 분들의 삶을 엿보고는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저에게 ‘극한직업’은 판타지히어로물입니다. 하루라도 그렇게 일할 수 있을까?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마무리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한편의 히어로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광고나 나오면 제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생각해보면 ‘극한직업’이라는 다큐를 보지 않는 이상 우리가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직업군은 참 많습니다. 꽃게잡이, 돼지농장, 비닐하우스 농사나 자동차공장 등... 이런 직업은 우리 주변에 늘 있지만 교사라는 삶의 동선에서 만나기 어려운 직업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르쳐야 할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기에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의 삶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오늘 소개해드릴 책을 통해 우리의 인식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릴 두 권의 책은 한승태 작가의 책입니다.





  이 두 책의 저자인 한승태 작가는 좀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대학에 갔고 당연히 졸업 후에는 작가의 길을 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지 않는 길을 택합니다. 앉아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가 쓰고 싶어 하는 삶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그는 때로는 농장에서, 때로는 양계장과 돈육농장, 자동차 부품공장 등에 취업해 노동의 현장으로 뛰어듭니다. 그는 노동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그가 체험한 직업의 이야기를 르포형식으로 신명나게 풀어냅니다. 물론 그는 글 쓰는 사람이기에 노동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점에서 그 부분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그것을 계기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 신기한 것은 아무리 열악하고 여유가 없어 보이는 노동의 현장에서도 늘 저자를 돕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몰리고 몰려 그 자리까지 오게 된 많은 사연들. 읽다보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열심히 일한다고 성공하는 세상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와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며 안타까우면서도 놀라운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장 위험하고 현장에서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일합니다.


  저자는 이건 아니지 않냐며 노동법 이야기도 하고 계약 조건들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그러나 동료들은 오히려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라며 다들 힘들고 어렵다고 말합니다. 처음에 저자는 이 사실에 놀라워하기도 하고 가만히 있는 그들에 대해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말 삶의 끝자리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할 뿐 아니라 굉장히 단순한 일에도 전문성을 발휘하고자 하는 동료들의 직업의식을 발견하며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제품에 아무렇게나 찍어도 되는 검사필 도장을 가능하면 예쁘게 찍으려 애쓰는 분들의 모습 속에서, 당신은 이 자리에 있을 사람이 아니니 도망가라며 밤에 문을 열어주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성실함이란 무엇이며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인지 저자는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불법이 만연한 노동의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잘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많이 배우지 못하고 실패한 듯이 보이는 그러한 노동자 분들의 직업의식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용주에게 끊임없이 속임을 당하면서도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정직하게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 분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책 속의 악덕고용주는 끊임없이 거짓말로 월급 지급을 미루고, 어떻게 하던지 일한 것에 대해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용되어 일하는 그들은 여전히 자기 작업장을 정갈히 치우고, 자신이 맡은 일을 좀 더 열심히 일하려 합니다. 어쩌면 어그러진 사회와 현실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못 배우고 어리석지만 하루를 성실과 책임감으로 일하는 바로 그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무엇을 더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게 합니다. 




 금방 읽어지는 책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여름방학, 이 책의 일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해 보고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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