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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7. 2021

26 야곱 안의 내 DNA

자기 계발이라는 욕망의 이름으로

성공자기 계발이라는 욕망의 이름으로

성공은 이 시대의 신화입니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상은 성공을 찬양하고, 사람들은 성공을 바랍니다. TV를 틀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서점에 가면 성공한 이들의 멋들어진 스토리가 넘쳐 납니다. 바야흐로 성공이 전부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공을 욕망합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물질이 많아지기를 원합니다.

한병철은 그의 책 《피로 사회》에서 현대 사회를 성과 사회라 정의합니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열심히 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스스로 늦게까지 남아 일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우리를 몰아붙이는 동력은 성공에 대한 욕망입니다. 그 욕망은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됩니다. 성공을 위해 자기 계발에 몰입합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 살아남는다는 명목으로 성공을 추구합니다. 성공에 대한 욕망은 교회라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주일학교 시절부터 우리는 축복받은 성경 인물을 만납니다. 믿음의 사람 모세부터 골리앗을 넘어뜨린 다윗까지 성경의 수많은 인물은 믿음을 바탕으로 축복받았습니다. 사회에서는 자기 계발을 통해 성공을 추구하지만, 교회에서는 믿음과 기도를 통해 축복을 추구합니다. 믿음으로 헌신한 자는 하나님께 축복받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축복은 바로 우리가 갈망하는 성공입니다.




야곱의 축복?

하지만 솔직하게 성경의 인물에 한 걸음 더 다가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들의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보다는 저주받은 인생에 가깝습니다. 잠시 잠깐 축복받은 인생처럼 보이지만, 대체로 하나님께 축복받은 이후부터 인생이 꼬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축복받은 인생인 듯하면서도 저주받은 인생을 산 인물, 오늘 소개해 드릴 《내 안에 야곱 DNA》이라는 책을 통해 야곱의 인생을 만났습니다.

김기현, 《내 안의 야곱 DNA》

 이 책은 야곱의 인생 전체를 시간 순서에 따라 살펴봅니다. 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하나의 키워드로 그의 인생을 꿰뚫습니다. 그것은 바로 축복에 대한 갈망입니다. 야곱은 거룩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축복을 욕망하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저자는 먼저, 우리가 잘 아는 장자권 탈취 사건을 통해 야곱의 부도덕함을 설명합니다.

  이후 야곱은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은 놀랍게도 야곱에게 축복을 약속합니다. 이후, 그의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일하며, 그는 성실한 사람으로 변화된 듯 보입니다. 원래는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끝나지 않습니다. 야곱은 하나님과 만남 이후, 변화하였고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그는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고, 저주가 그의 인생 곳곳에 함께합니다. 야곱은 죽는 날까지 이 역설적인 삶을 반복합니다. 그의 인생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통제하는 삶에서 통제받는 삶으로죽음 앞에 속수무책인 자신을 통해 자신을 알고 하나님께 나아가게”(p. 226)된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축복을 착각한 것처럼 야곱도 하나님의 축복을 오해했습니다. 그는 물질적 성공을 추구했고, 자신의 삶을 통제하기 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기대한 축복을 받으면, 언제나 하나님을 만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지독히 변하지 않는 그의 삶은 우리의 삶과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축복의 약속을 지키십니다. 야곱은 축복을 구했다하나님은 야곱을 변화시켰다그것이 그에게 축복이다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이다.”(p. 251) 하나님의 축복은 변화입니다.




내 안의 야곱

책 속의 야곱은 저의 인생입니다. 어릴 때부터 성공을 꿈꿨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낮은 자아상은 늘 성공을 바라게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고, 그곳에서 성공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축복입니다. 교회는 하나님께 축복을 받으면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밤새 기도하며 미친 듯이 공부했습니다. 성적은 올랐고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는 저를 들뜨게 했습니다. 운 좋게 교육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 내내 열심히 선교 단체와 교회를 섬겼습니다. 주의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실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공동체를 섬겼습니다. 놀랍게도 한 번 더 운 좋게 임용 고사까지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스물네 살, 저의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이후 제 삶은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던 교사가 되었지만, 훌륭한 기독교사는커녕,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그 와중에, 원하지 않았던 TCF 지역대표를 맡았습니다. 물론,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통제하고, 성공을 위한 노력은 계속됩니다. 각종 대회에 나가고,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0년 뒤 20년 뒤 저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기대됐습니다.

다시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저의 삶을 통제하고 성공을 향한 저의 노력이 점점 먹히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남몰래 추구한 저의 야망과 욕망은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초반, 학교를 휴직하고, TCF 대표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남들처럼 유명해지고 남들만큼, 인정받고 싶은 바람과 달리, 남들과 다른 길,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삶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내가 통제하는 삶이 아닌 하나님께 통제받는 삶이 되었습니다.




야곱의 하나님나의 하나님

 《내 안에 야곱 DNA》는 제 안에 너무나 뚜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야곱의 욕망은 나의 욕망이고, 야곱의 실패는 나의 실패입니다. 끊임없이 성공을 추구하는 야곱을 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야곱 이상으로 변하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늘 야곱을 지키시고 변화시키는 하나님을 보며 희망을 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추구하며 사나요? 세상의 추구를 따라가고 있나요?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말씀처럼 세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되어 버린”(p. 204) 것은 아닌가요?

우리는 모두 야곱임을 잊지 맙시다. 그리고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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