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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7. 2021

27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진정 나인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

2001년 2월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가기 직전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선교단체 대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선교단체 간사님께서 저에게 질문하셨습니다. “혁준아 너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들을 얘기해줄래?” 저는 답했습니다. “마틴루터 킹과 전태일이요.” 당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와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던 저는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책에 있는 사람 말고, 내 곁에 있는 사람 중에서 중요한 사람은 누구지?”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 질문에 저는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답할 수 없는 저의 모습에 더 놀랐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책으로 사람을 만났습니다. 저자들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본받기 위해 애썼습니다. 주로 읽었던 책은 각종 자기계발 관련 도서였습니다. 책 제목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시간 관리, 인생 관리, 인간관계 관리 등 성공과 처세술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성공하고 싶었고 일을 잘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왜 그렇게 하고 싶었는지는 몰랐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이유를 찾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이목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주일학교 공과 시간에 때 저는 늘 정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가능한 가장 빨리 정답을 찾아서 일등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께 받을 칭찬과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발표했다는 승리감이었습니다.




에니어그램을 만나다.

그날의 질문 이후 간사님은 저에게 한가지 임무를 주셨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앞으로 두 달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선교단체 모임에 나오지 않아도 되고 단지 가만히 있기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임무였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겠다는 것은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뭔가 눈에 보이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에니어그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저 자신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에니어그램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저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왜 항상 타인의 시선에 목을 매는지, 왜 항상 성공에 집착하는지 하나하나 동기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핵심은 두려움이었습니다. 타인과 연결이 끊어져 혼자 버려질 것에 대한 무서움이었습니다.

이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며 에니어그램이 기독교적 전통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 서점에 방문해서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들을 찾았지만, 당시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수소문해보니 가톨릭 서점에는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산에 있는 가톨릭 서점인 ‘성바오로의 딸’을 뻔질나게 드나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에니어그램이 별도의 분야로 구분되어 다양한 책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비록 가톨릭 전통을 바탕으로 한 부분이 많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다양한 관점으로 쓰인 책들을 통해 내면을 인지하고 성찰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ivp에서 에니어그램과 영성을 다룬 책이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른 책을 주문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동안 느낌으로만 짐작하고 있던 에니어그램에 대한 신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후루룩 다 읽고 나니 새벽이 되었습니다. 오늘 선생님께 소개해드릴 책 에니어그램과 영적 성장》입니다.

크리스토퍼 휴어츠《에니어그램과 영적 성장》


더 깊은 자기 이해

이 책은 에니어그램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로써 접근합니다. 최근 인터넷이나 서점에 자기계발 코너에 있는 에니어그램 관련 책들은 유형에 집중합니다. 각 유형에 대한 설명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찾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가 몇 번 유형인지, 자신은 몇 번 유형인지 이야기합니다. 마치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정의하는 문화와 별다를 게 없이 소비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유형을 찾는 것이 첫걸음이라 합니다. 학기 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진단평가의 결과에 따라 아이의 학습상태를 진단하듯이 자신의 유형을 발견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에니어그램의 유용함은 자신의 성격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자신의 성격을 찾는가에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1부는 에니어그램의 기독교적 전통을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소개합니다. 에니어그램에 대한 수많은 연원이 있지만, 기독교 역사 속에서 에니어그램이 어떤 역할을 하며 흘러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최근까지 에니어그램의 치열한 역사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덧 우리의 대화와 학급운영의 주제로 오기까지 에니어그램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2부에서는 우리가 이미 다른 책을 통해 들어본 적 있는 에니어그램의 유형에 관해 설명합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3부(영적 성장으로 가는 나만의 독특한 길을 찾아서)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면 그다음은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성격 안에 갇혀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 성격과 유형을 넘어 자신의 진짜 정체성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부여하신 진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 영적 성장입니다. 하나님과 연결이 끊어지기 전 주님과 함께 있었던 집으로 찾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도법을 소개합니다.




온전한 인격에 이르는 길

“내 성격 알지?”, “내 성격 알면서 그러냐?” 우리가 흔히 하는 이 말은 자신이 그 성격 속에 갇혀 있음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그 성격의 감옥에서 벗어날 때 진짜 자신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유형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감옥에 갇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발견했다면, 다음 해야 할 행동은 열쇠를 찾아 감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누구인가요?, 선생님은 왜 하루를 살아가시나요? 세상은 우리에게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 합니다. 하지만 아시는 것처럼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열심히 아니라 방향입니다.

여전히 우리의 일상은 분주합니다. 해야 할 일들과 상황에 밀려 오늘도 하루를 버텨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삶 속에서 영적 여정의 방향을 점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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