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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7. 2021

25 매일매일 떠나는 여행

코로나19시대 여행이란?

교사에게 여행이란?

우리는 언제나 여행을 꿈꿉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방학을 기다립니다. 3월 첫날 아이들과 만남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여름 방학이 떠오릅니다. 9월 개학 날 수업을 마치고는 겨울 방학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은 우리와 멀어집니다. 점점 방학 때 해야 할 일이 늘어납니다. 신규 시절에는 국외 자율연수 계획서를 내고 도망치듯이 일상을 떠날 수 있었지만, 연차가 쌓이고 학교에서 맡은 업무가 많아질수록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여행은 과거의 추억이 됩니다. 특히나 요즘같은 시기에 여행은 정말 요원해 보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갈망하지만 추억 속 사진으로만 여행을 되새기고는 합니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떠납니다. 어떤 이는 다양한 체험을 하기 위해 떠납니다. 일상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의 교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이 됩니다. 그리고 일상에 지친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모든 여행은 일상을 떠나 일상을 회복하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낯설음과의 만남

이렇게 일상을 떠남이 여행의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한 책이 있습니다. 최재원 작가의 두 번째 책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입니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작은 여행이라는 말에 주말을 이용한 밤도깨비식 해외여행 가이드 책인 줄 알았습니다. 표지를 보니 잠깐 다녀오는 여행은 아닌 것 같기에,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내용에 재빠르게 책장을 넘겼습니다.

최재원,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에 주목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 여행 목적은 일상을 벗어나 낯설음을 만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일상을 여행으로 바꾸자 합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뭐 여행하듯이 일상을 열심히 살자는 익숙한 얘기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안들을 듣다 보니 점점 일상을 여행으로 살자는 그의 이야기에 설득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목적을 우리의 일상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일상의 익숙함을 떠나는 것이라면, 우리의 관점을 바꿔 익숙한 장소를 낯선 여행지로 바라보자고 제안합니다. 그는 첫 번째 여행 코스로 퇴근 후 1시간 여행을 추천합니다.     

퇴근 후 여행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왔다고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며익숙한 우리 동네를 혼자서 거닐고 탐험하는 것입니다복잡한 일이나 마음을 어지럽히던 관계의 문제는 두꺼운 외투와 함께 잠시 벗어 놓고종일 손에서 떼지 못하던 핸드폰도 내려놓고오직 한 사람 나 자신만을 데리고 가는 여행이지요.”(p.19)     

너무나 허무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퇴근 후 옷차림은 어떻게 하고, 준비물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읽다 보면 어느덧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사람처럼 익숙한 동네를 여행자가 되어 걸어갑니다. 이 코스의 핵심은 일상에서 자신을 떼어 놓는 것입니다. 휴대폰 없이 약간의 비상금만 들고 집주변을 돌아다니며 힘을 얻는 여행을 매일 밤 떠날 수 있습니다.




작아서 소중한 작은 여행 코스들

저자는 작은 여행 코스를 몇 가지 더 제안합니다. 두 번째 여행 코스는 본격적인 작은 여행, 집에서 멀지 않은 다른 동네에 숙소를 잡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숙소를 잡는 것만으로 익숙한 도시가 새로운 풍경으로 보이는 눈을 가지게 됩니다.

세 번째 코스는 배움으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요트를 배우면서 지중해 바다를 느끼고태국 요리를 배우면서 태국을 경험하고스페인어를 배우면서남미 여행을 떠납니다.”(p.84)     

세 번째 여행은 비용이 상당이 듭니다. 하지만 직접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합니다. 바로 회원권이나 동호회에 가입하지 말고, 무료 이벤트나 원데이 클래스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합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책에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방법과 간단한 파티를 준비하는 방법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다른 사람의 삶만큼 거대한 여행지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한 사람은 한 권의 책과도 같아서 그 속에서 내가 보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어쩌면 그 세상의 주인공은 나와 비슷한 것으로 고민하고좌절하고또 버텨 내며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최대한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토론해 보세요.”(p.119)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여행입니다. 알고 지내는 사람의 모르는 면을 알아 가는 것 또한, 여행입니다. 저는 이 페이지를 읽으며 우리 선생님들의 지역 모임을 생각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새로 오신 선생님을 환영하고 새롭게 알아 가는 우리의 모임이 어쩌면 여행이 아닐까요?




삶이란 여행의 길 위에서

이 책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내용을 마무리합니다. ‘여행지에서 나의 모습은 어땠나요?’     

우리는 여행지에서 자유롭고사랑이 넘치고 크리에이티브합니다그런데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거짓말처럼 그 모습들이 사라지고다시 예전과 똑같이 일상을 버티며 살아갑니다.”(p.170)      

저자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어떻게 여행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여행입니다. 매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여행입니다.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몸과 마음이 지쳐 어디론가 떠날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일상과 나를 떼어 놓는 ‘여행’을 통해 그날(?)이 올때까지 버티시기를 응원하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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