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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7. 2021

30 미리보기와 돌아보기

코로나19 처음을 기억하다

발단을 기억하다

지난 2월 초 교육청에서 앞으로 수업할 때는 마스크를 껴야 한다는 공문이 왔습니다. 다시 메르스 때처럼 한동안은 정신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학교 입구에서 체온 재고 마스크 끼고 수업하고 손 소독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상황을 다시 반복할 줄 알았습니다. 신종플루 때도 그랬고 메르스 상황에서도 이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도 짧으면 몇 달, 길어도 한 학기 정도 고생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구 경북 지역 신천지 이단 교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은 이 상황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그때도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집단의 일탈로 인한 확산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랬기에 온 국민은 합심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했고. 전국에서 의료진들과 방역 공무원들이 대구와 경북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대구 시민들과 정부의 적극적인 방역 정책으로 K 방역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개학이 연기되고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좌충우돌 헤맨 시간이 있었지만 언젠가 이것도 추억이 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 사이 이태원 클럽이나 인천 학원가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그 위기를 잘 넘겼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중순 이후 모든 것이 원위치 됐습니다. 다시 2월로 돌아갔습니다. 그나마 지난 2월은 특정 지역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수도권에서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재확산되었습니다. 이제 예전의 생활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리보기

올 한 해 동안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책들이 서점가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 많은 책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쌓아온 모든 지식과 지혜를 위한 노력의 방증입니다. 저 또한 한동안 코로나가 붙은 책들은 거의 다 섭렵한 것 같습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저의 성향 때문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길어지면서 이제 재난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다닌 기억도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며 떠들었던 기억도 아련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을 나서는 것은 옷을 입지 않고 집은 나서는 것과 똑같습니다.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선생님들께 가볍고 얇은 책이지만 내용은 무게감 있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첫 번째 책은 《오늘 시작한 미래》입니다. 이 책의 접근법은 신선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며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들을 미리 보기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원격 수업, 재택근무 등은 정말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단 몇 주 만에 우리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강만훈 외《오늘 시작한 미래》,다돌책방

이 책은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다가올 미래의 예고편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예고편을 바탕으로 진짜 본편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당면할 미래 사회의 문제들로 바라봅니다. 현재의 재난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우리가 직면할 다가올 미래를 조망하는 책입니다.



  

돌아보기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책은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입니다. 이 책은 오늘 시작한 미래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여러 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에 맞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이루어진 대담집입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19를 처음 경험한 우리 사회의 각 분야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돌아보는 책입니다. 실제 대담이 3월부터 9주간 동안 매주 열린 대담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 책을 읽는 동안 당시의 긴급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기에 급급한 책들로 넘쳐나는 가운데 지난 시간을 복기하는 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지난 몇 달이 얼마나 급변한 시간이었는지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비상 상황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이 책을 통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변진경 외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 SJB


결말이 궁금하다

우리 시대의 결말이 궁금합니다. 몇 년 뒤 우리의 학교 생활과 수업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될지 모르는 현재, 이 두 책은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실마리를 주는 책입니다. 요즘처럼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힘든 적이 있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가을이 시작되는 지금, 이 작은 책 두 권을 통해 시대 속 우리의 위치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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