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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7. 2021

31 책을 읽는 이유

책은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의 이중성

저는 형제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부모님은 맞벌이셨습니다. 당연히 집에 오면 늘 혼자였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시에는 텔레비전이 24시간 방송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책 읽기를 싫어하지 않았기에 어머님이 집에 오시기 전까지 늘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심심해서 책을 읽은 것뿐인데 부모님께서는 칭찬하셨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고 친척들에게 은근히 자랑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주말이면 아버지와 함께 부산의 헌책방 명소인 보수동 책방 골목에 들러 한가득 책을 사 왔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는 읽은 책을 들고 가서 반납하고 다시 다른 책들을 가져 왔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만화책을 보다 4학년 때부터는 소설에 빠졌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명랑 소설부터 시작해서 한국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을 읽으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책 대여점이 동네마다 생기기 시작했기에 시간 날 때마다 책 대여점에 들러 책을 빌려와 읽었습니다. 그때도 부모님께서는 책 열심히 읽는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딱 초등학교 때까지였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부모님은 책 읽는 것을 더는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책 좀 그만 보고 공부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이제는 책 좀 그만 읽으라 하십니다. 책은 그만 읽고 문제집 풀고 시험공부 하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러하듯 인간이란 칭찬보다 금단에 더 끌리기 마련입니다.


그 시절 저는 몰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험공부 해야 하는 시간에 하는 독서는 꿀맛이었습니다. 그 시절 읽었던 책은 주로 영화, 역사, 문학 등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마침 주변에 저와 비슷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서로 시를 쓰고 돌려 읽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때 쓴 시를 보면 세상 걱정을 다 짊어진 염세주의자의 글 같습니다. 풉. 웃음이 납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대학에 올라가서는 늘 도서관에서 살았습니다. 대학에 올라가기 전까지 제대로 된 도서관에 가본 적이 없었기에 공짜로 책을 빌려준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정도가 좀 심했습니다. 3월 새내기 환영식과 몇 번의 술자리 그리고 고등학교 수업과 별반 다를 바 없던 교대 수업을 듣고 난 후, 저는 종종 강의실이 아닌 도서관으로 등교했습니다. 수업을 듣다 교수님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책이고 가방이며 강의실에 그대로 둔 채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너는 교회 다닌다는 친구가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고 보다 못한 과 동기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따분하게만 들렸던 교수님 이야기보다 혼자 도서관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좋았습니다. 그때 많이 읽었던 책들은 지금 돌아보면 왜 읽었을까 싶은 대안학교 이야기와 여러 교육학 관련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1학년 생활을 시작하던 중 책 읽는 것을 권장하는 기독교 동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독교 동아리는 독서를 권장했습니다. 그 당시가 한창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문화에 관한 책들이 유행하던 시기라서 그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니 기독교 세계관 책들을 대부분 철학을 다루고 있었고 기독교 문화와 관련한 책들을 사회 과학을 다루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마침 저는 교대에서 심화 과정으로 윤리교육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2학년에 올라가니 기독교 동아리에서 배운 내용이 강의 시간에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대학 강의에 관심이 가던 순간이었습니다. 이후로 과 생활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졸업 후 교사가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집을 구하고 흔히 말하는 재테크에는 그동안의 독서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동료 교사와 교장, 교감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독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늘 함께했던 책이 제 삶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 주위에 책을 전혀 읽지 않아도 훨씬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독서가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책은 삶을 바꾸는가?

어느 순간부터 책에 대한 회의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커가는 가운데 저의 아이들도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주위의 어떤 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부러워도 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그 시선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책에 대한 시선을 서서히 거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오늘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의문이 바로 책의 제목이었습니다. 차례를 살펴보니 제가 가진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저자의 삶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 《책으로 변한 내 인생》입니다.

이재범 《책으로 변한 내 인생》, 책수레

저자는 유명한 서평 블로거인 동시에 성공한 부동산 투자자입니다. 투자에 관한 책을 썼을 법하지만 놀랍게도 저자는 책 읽기와 독서의 중요성을 다룬 책을 발간했습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휙 한숨에 다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위로가 된 말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면 결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말이었습니다. 또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책에 있었습니다.


“백날 책만 읽으면 뭐해! 책 읽을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현장에서 뛰는 것이 백번 낫지.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은 죽은 지식일 뿐이야. 현실에는 적용하기도 힘든 힘들고 다 쓸데없는 짓이야.”(본문 중)


이 말은 저를 늘 주눅 들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독서는 결국 행동하게 만든다고 말하며 책을 읽을 때 이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읽다 보니 제 삶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생각이 많아 쉽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오래 시달린 저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평소에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온 인문 서적에 대해서 저자가 ‘인문을 배우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틀을 갖추는 데 있다.’(본문 중)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삶

지금도 모르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쩔 수 없이 관련된 책을 찾아봅니다. 형제도 없고 친척도 거의 없는 저에게 책은 여전히 선생님이자 좋은 친구입니다. 한동안 이 친구를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책으로 변한 내 인생》은 늘 우리 곁에 있는 좋은 스승이자 책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만남을 도둑맞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책과 만남을 다시 시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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