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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r 07. 2021

33 현실을 있는 그대로

왜곡과 당위의 시선을 벗어나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기

한국 교육의 아이러니

저는 대학 시절 선교 단체에서 귀납적 성경 공부 방법을 배웠습니다. 여름 방학이면 2주일간 온종일 귀납적 성경 공부를 했습니다. 열심히 본문을 연구해가면 당시 간사님들께서 빨간 펜을 들고 좍좍 표시한 뒤 “다시 해와!”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귀납적 성경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은 ‘관찰’입니다. 선교 단체 간사님들께서는 계속 본문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궁금한 질문을 적어보라 하시는데 도저히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일 학교 설교를 통해 들어온 너무나 익숙한 본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문을 아무리 보아도 누가 나쁜 사람인지 누가 착한 사람인지만 보였습니다. 성경 공부에서도 정답이 무엇인지 찾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끙끙대던 저를 보시던 선교 단체 간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관찰이 제일 어려웠어. 학교에서는 정답을 빨리 찾는 방법만 배우고 교회에서는 적용하는 방법만 배웠던 우리가 어떻게 본문을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있겠니?”(웃음)


당위와 정답 찾기에만 익숙했던 저는 이후로도 귀납적 성경공부 시간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정답을 찾는 교육, 그것도 남보다 더 빨리 정답을 찾는 교육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 성장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 그리고 K-방역까지 우리는 정답을 찾고 실행하는 것을 잘합니다.


당연히 우리는 교육 정책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와 비교하며 끊임없이 우리 교육의 정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정답은 커녕 한국의 교육 정책은 언제나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저 또한 한국 교육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경 속에서 정답만 찾으려 한 대학 시절의 저처럼 우리도 우리 교육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여 현실이 말하는 진짜 답을 찾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교육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한 책을 만났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문재인 이후의 교육》입니다.

이범 《문재인 이후의 교육》, 메디치

 

현실을 통과한 교육

저자는 색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교육 강사로 성공한 뒤 메가스터디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사교육계를 은퇴하고 교육 평론가, 서울시 교육청 정책 보좌관,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공교육과 관련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정답으로서의 교육이 아닌 있는 그대로 교육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집니다. 다양한 통계자료, 그래프와 함께 ‘사회 운동에 오랫동안 힘써 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올바른 정책을 가지고 있고, 이를 정치라는 관문을 통해 실현하면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종종 올바른 것끼리 상충한다.’(p332)고 말하는 저자의 지적은 설득력 있습니다. 저자는 명분과 당위가 아닌 사람들의 욕망을 인정하고 동의할만한 교육 정책의 필요성을 말하며 기존의 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며 마무리합니다.


제목이 독특한 책입니다. 내용 또한, 제목만큼 새로운 시선으로 읽는 이에게 다가갑니다. 코로나19가 재난이 아닌 일상이 된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과 방향에 대해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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