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오늘도 다이어트는 틀렸다.

by 해피영희

“실장님, 열무김치를 담았는데 조금 드셔 보실래요?”

오잉~ 김치라니~ 침이 꿀꺽 넘어 가지만 그래도 사람이 체면이 있고 염치가 있는 법이지 어찌 냉큼 그러마 하겠어요.

“아쿠, 힘들게 담았는데 나눠 먹을게 있겠어요. 됐어요~”

“맛은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드신다하면 조금 가져올께요.”


흐뭇한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며 무언의 동의를 했습니다.

다음날 오후가 되니 다른 직원분이 그럽니다.

“아, 맞다. 열무김치 나눠야 하는데... 실장님, 과장님이 열무김치 한 통 들고 오셨어요.”

“그래요? 얼른 먹어봐야죠.”


어린아이처럼 사무실 냉장고로 가보니 어휴~ 그 한 통이라는게 그냥 한 통이 아닌 진짜 김치통입니다.

빨간 국물에 수줍게 담긴 초록 열무가 너무 신선합니다. ‘아싹~’

자극적인 상업적 음식과는 다른 깊고 구수한 손맛을 요구하는 정갈한 맛이 입안에서 톡톡톡 춤을 춥니다.


“음... 음... 너무 맛있어요. 너무 아삭하다. 어떻게 이리 짜지 않고 맛나지?”

사무실 여직원의 구성은 5명이고 김치를 가져온 1명을 제외하면 4명의 경쟁자가 남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든 음식이라면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는 교장선생님은 너무 강력한 존재라 배제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4명 중 1명은 아가씨라 사양을 하고 1명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 크게 호응이 없다며 조용히 양보를 합니다. 저는 진심 그들에게 양보해 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ㅎ

이제 50대 전후의 아줌마 2명과 60대 교장선생님, 3명의 후보가 사이좋게 김치를 나누어 담습니다.

다들 그리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표정으로 일회용 봉지에 담겨지는 열무김치를 경이롭게 바라봅니다.


그날은 오후 6시까지 대학센터 내 야간상담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퇴근 후 오랜만에 김밥천국을 방문해야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김치를 보는 순간 며칠 전 시골에서 가져온 빨간 고구마가 연결됩니다. 집으로 후딱 뛰어가 식은 밥도 한 덩이 데우고 고구마도 하나 삶아 가져온 김치와 볼이 터지도록 입 안에 넣습니다. ‘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 채워지는 그 순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든든함과 행복감이 온몸에 퍼집니다.


든든한 만족감으로 기분 좋게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동생이 카톡 사진을 하나 올려줍니다. 딸이 동생 집에서 신선한 만찬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부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갑오징어를 잡았답니다. 신선함으로 오징어에서 빛이 나고 있습니다. 딸이 마침 그 자리 참석한 덕분에 5마리의 오징어가 우리 집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식초, 소금, 설탕을 적당히 넣고 오징어를 살짝 데쳐 소금 뿌린 참기름과 초고추장을 함께 먹으니 또 이건 왠 환상의 나라인가 싶습니다.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맥주를 한 모금을 들이키니 시원한 탄산이 무슨 마약처럼 짜릿하게 퍼집니다. 남편과 식탁에 앉은 시간이 밤 10시인데 입안은 음식의 달콤함으로 자제를 이미 잃어버렸습니다.


“아, 맞다. 여보야. 우리 과장님이 준 열무김치 있어. 먹어볼래?”

‘보들보들한 오징어, 고소한 시골 참기름장, 시원하고 아삭한 열무김치’

작은 행복이란 바로 이 순간입니다. 남편은 당기는 입맛을 어쩌지 못해 밥 한 그릇까지 뚝딱 비우고서야 흐뭇하게 젓가락을 내려놓습니다.


“아니, 이분들 안 되겠네. 이 밤에 우리를 이렇게 과식하게 하고. 에잇 오늘도 다이어트 실패야.”

가만 생각하니 참 감사합니다. 요즘 세상에 김치를 담궈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요?

직접 잡아 온 오징어를 그 신선함이 살아있을 때 나누기 위해 직접 운전해 주는 정 또한 그리 흔한 것은 아니지요.


이러니 제가 해피영희라고 매번 외치는 겁니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이유입니다.

참된 사람의 정과 나눔이 존재하는 시간, 그것은 세상 어떤 가치로도 쉬이 평가할 수 없는 보석 같은 경험입니다.


늘 다짐하는 다이어트이지만 오늘도 이리 실패입니다. 남편의 천연덕스러운 한마디에 빵 터집니다.

“괜찮아, 여보. 걱정 안 해도 돼. 그 말 알지? 맛있으면 0 칼로리~~~”

ㅋㅋㅋ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저녁입니다.


과장님, 제부~ 모두 고마워요. 복 받으세요^^

오늘도 이렇게 내 생애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루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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