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밟기 위해서는 오랜 제 자리 걸음이 필요하다

by 해피영희

여름인가 가을인가 헷갈리는 날씨들이 지나가더니 제법 쌀쌀한 며칠이 또 지나갔습니다.

요즘은 계절이 헷갈리게 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추위에 몸이 저절로 움츠려 들고 따듯함이 그리워집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차 안의 따듯한 시트, 따듯한 바람. 따듯한 핸들과 더불어 FM 101.9 클래식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마음이 포근하고 따듯해집니다. 참 작은 것에 소박하게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건 분명히 많지 않은데 마음에 각인되어있는 것은 항상 바쁘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부르게 먹는 밥도 한 그릇이면 되고 하루 세끼면 되는데 왜 마음은 끝도 없는 밥그릇을 원하는 사람마냥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제 진리라고 했던 것들이 오늘은 혼란스러운 것이 삶인 줄 진즉에 알았지만 그런 상황을 다시 만나면 또 어린 아이마냥 어쩌지 못하고 당황합니다.

'살면서 만나는 고통, 갈등, 불안, 등은 모두 나를 찾기까지의 과정에서 만나는 것들입니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 이렇게 힘든 것입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


이만큼 살고도 혼란과 혼란, 고민과 고민입니다. 인생 이거 쉬운 놈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럼에도 매번 발끈하며 지지 않으려고 하는 제 자신에게도 문제가 좀 있긴 한가 봅니다. 좀 유연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나는 설익은 과일처럼 여전히 텁텁한 맛을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

그럼에도 때가 되면 잘 익어서 말랑말랑 달콤해 질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나는 나를 찾는 여행을 합니다.


"하늘을 밟기 위해서는 오랜 제 자리 걸음이 필요하다"

내내 이 글을 곱씹어 보는 중입니다. 뭔가 쿵 하고 내려옵니다.

'왜 매번 생각과 달리 제자리인가?' 하는 답답하던 생각들이

'어쩌면 하늘을 밟기 위한 제 자리 걸음이었나?' 하는 희망으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나만 어렵다 생각했는데 삶이라는 것이 다들 호락하지는 않나 봅니다.


저 글을 쓴 이도 분명 오랜 다져짐의 과정을 거쳐 어딘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삶은 견디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서 있던 와야 할 시간은 오고 가야 할 시간은 또 갑니다. 어린 시절 시간은 참 길고 긴 지겨움이 있었는데 요즘 제게 주어진 시간은 한 줌씩 뺏기는 간식처럼 사라져 갑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생각하고 챙기고 고민해야 할 것이 많아서인가 봅니다.


과거에는 나 하나만의 존재이면 되었는데 지금은 직장, 가족, 돈, 건강, 인간관계 등등 수도 없는 영역에서 고민하고 계획하고 하다 보니 뚜렷이 마무리되는 것도 없이 바쁘기만 한 듯 합니다. 그럼 좀 단순해져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나 자신이 누구이고 내가 정말 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걸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것에 대한 정의 없이 나아가는 것은 무식하게 부지런하여 가진 에너지를 쓸데없이 낭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노력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억울해하던 이유를 문득 알 것 같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무엇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을 준비할 때 시험 범위 아닌 곳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들 좋은 성적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나름 확인했다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확인이 안 되었나 봅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나 봅니다. 사람이 다 이룰 수 없는데 나는 할 수 있다 생각했나 봅니다. 아니면 일의 순서가 바뀌었나 봅니다. 1층이 되어야 2층이 가능한데 급한 마음에 3층부터 시작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 알 수 없는 혼란과 고민 들이 뒤엉켜 버렸습니다. 과연 세상 사람들은 이 난해한 숙제를 어떻게 잘 풀어나가고 있는 것일까요? 나만 인생의 열등생은 아닐 텐데 왜 이리 헤매고 있을까요?

폭풍 같은 혼란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납니다. 언젠가도 지금처럼 답답하고 어렵고 두려운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 20대 후반이 그랬습니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 갖고 싶은 욕망, 가져지지 않는 현실,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좌절했었습니다. 희망적인 미래와 달리 현실 속의 나는 실업자였고 뭘 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말 아줌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때까지도 내려놓지 못한 개인에 대한 욕구가 너무 힘들어 우울함이 찾아왔었습니다.

‘신은 나에게 바라는 것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주거나 아니면 갖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지 못하게 태어나도록 했어야 했다.’


그 당시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관점이었습니다. 갖고 싶다는 욕망에 비해 이루어지지 않는 능력들에 너무도 좌절하고 아파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참 집요하게 포기하지 않고 안타까움을 안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첫째를 낳고 4개월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결과만을 두고 나를 대단하다고 칭찬했습니다.

가만 생각하면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가 오긴 오나 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정말 원하는 것들이 쉽게 가져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그냥 곁에서 바라보는 타인의 삶은 그리 치열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높은 곳에서 누리며 사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아주 소박한 욕심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소박함조차 이렇게도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나라는 사람은 왜 이리도 기본기가 약하게 태어난 것인가? 왜 세상은 이리도 불공평 한 것인가? 그런 삶의 서러움이 문득 문득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또 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조차 축복이다. 그것조차 이루지 못하고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아픔과 고민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는 최소한 그런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하고 매일 아주 조금 그 목적지에 다가가고 있다. 그것이 네가 가진 삶의 축복이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하여 타인은 나와 다를 것이라는 나만의 독단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이 내린 판단들이 그다지 정확했던 적이 많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내가 쉽게 산다고 생각한 그 누군가도 나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고군분투하고 있겠죠. 또 한편 그 사람이 어떠하든 그게 나 자신과는 사실 상관없는 일입니다. 비교 대상이 타인이 되는 순간 불행의 시작입니다. 그냥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면 됩니다.


아무래도 나라는 사람은 고집이 좀 있나 봅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뒤집어 보아도 힘은 들지만 쉽게 내려놓는 것은 못하겠습니다. 어느 구절처럼 오랜 시간 노력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노력 후에도 그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봐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나는 과거의 경험으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에 숨이 헐떡여도 결국은 도달한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할 수 없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다면 그것도 운명이니 받아들이는 것이 진리인 듯 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도 과정일 뿐 실패는 없다 했습니다. 내게 실패는 없습니다. 참 신기하게 또 황금색 빛줄기가 내 마음에 지나갑니다. 라디오에서 아베마리아의 아름다운 선율이 온몸에 퍼집니다. 어제와 같지만 매일 다른 나는 오늘도 하늘에 도달하기 위한 오랜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행복 주문 외워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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