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멈출 수 없는 열정과 꾸준함으로(끈기, 긍정)

by 해피영희

“아이고 산을 너무 열심히 다녀왔더니 다리가 아프다. 거의 뛰다 시피 했지 뭐야”

“아니 왜 그랬어? 누가 또 당신을 자극하는 사람이 있었어?”

“어머, 여보야. 어떻게 알았어? 아니 갈 때는 어느 아주머니가 나를 자극하고 돌아올 때는 아저씨가 나를 힘들게 하지 뭐야. 질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뛰었지 뭐야.”

“아이고, 못산다. 진짜 병이다. 병. ㅋㅋㅋ”


역시 남편은 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약 30년 세월을 함께 하더니 제법 눈치가 생겼네요. ㅎ

그제 일요일 아침 뒷산을 갔습니다. 그 산은 여유 있는 걸음으로 다녀오면 1시간 50분, 숨가픈 걸음으로 움직이면 1시간 40분 정도가 됩니다.


일요일 아침 7시 30분, 세상에는 생각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구석구석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산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몸을 풀기도 하고 무슨 급한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처럼 바람같이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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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리 바쁜 일이 없었습니다.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길에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고 아주 미약한 숨 몰아침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적절한 호흡으로 잘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산의 3/1을 지날 때 쯤 한 아주머니가 아주 가볍고 날랜 걸음으로 눈앞에 나타납니다.


예쁜 핑크색 상의를 입고 작은 백백을 메고 걸어가는 그 모습이 어찌나 가볍고 날쌘지 나도 모르게 걸음걸이 속도가 덩달아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분을 경쟁 삼아 나는 더 이상 여유가 아닌 전투적인 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등에서 땀이 나고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눈앞에 목표가 나타났는데 그냥 갈 수는 없습니다. 한껏 걸음의 속도를 높이지만 아슬 아슬 동행을 하는 시간이 지속됩니다.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달리기 시작합니다. 한 10분을 달리니 더 이상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이겼다는 어이없는 생각에 한껏 기분이 좋습니다.

몰입한 시간 덕분에 등산의 반환점이 시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빠르게 눈앞에 나타납니다.


잠시 멈춰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도 찍고 숨고르기도 하고 휴~ 하고 긴 호흡도 내뱉어 봅니다.

이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좀 전과 달리 숲속 길에 핀 꽃도 보고 말라가는 가을 낙엽도 보고 그렇게 여유가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쿵쿵쿵~ 점점 커져오는 발자국 소리~


누군가 뒤에서 오고 있다는 자각이 듭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 건장한 아저씨가 또 힘찬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주 잠시 한눈 판 사이 쌩~하고 저를 지나쳐 갑니다.

아니, 이런~ 추월당했다는 어이없는 생각과 함께 또 뭔가 불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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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나의 다리는 주인의 이성과는 상관없이 이미 부스터를 달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이번에는 쉽지 않습니다. 역시 건장한 중년 남성의 걸음걸이는 너무 힘차고 빨라 감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제가 아니지요.


모양이 우스꽝스럽지만 두 팔을 세우고 재빨리 앞뒤로 흔들어 대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신체는 너무도 신기해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고 팔의 흔드는 속도에 따라 다리의 속도도 달라지는 것을 저는 이미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팔을 흔들어 대자 정말 다리에 엔진이 달린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총총총, 턱턱턱, 속도를 높여가며 열심히 걷자 드디어 아저씨의 뒷모습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이번에도 마치 가까운 동행인처럼 다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한참을 걸어가게 됩니다. 이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에이~ 후다닥 달리기 시작합니다. 올 때와 차이점은 좀 더 긴 시간을 달려야 한다는 고달픔입니다. 거의 산의 마지막 자락까지 뛰어오니 완전히 혼자가 되고 이내 평평한 산 입구가 나타납니다.

자연스레 시간을 봅니다. 와우~ 왕복 1시간 25분. 의도하지 않게 나의 산행기록은 그렇게 갱신이 되었습니다. 마치 스포츠 경기의 그 무엇처럼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그제야 온몸에서 신호를 보냅니다.

뻐근한 다리, 저 깊은 곳 까지 끌어올린 에너지의 방전으로 어질한 머리, 울렁이는 속까지.. 후유증이 장난이 아닙니다.


남편이 “내 주변에 당신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왜 그러는데? 남이야 가던지 말 던지. 신경을 왜 써?”

“그러게? 왜 그러지? 그런데 나는 내가 뒤 처지는게 너무 싫다. 진짜 잘하고 싶어.”

그 말을 하는 중에도 나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고 눈에도 알 수 없는 빛을 채우는 나를 발견합니다.

진짜 나라는 사람은 지독히도 잘 살고 싶나 봅니다. 딱히 어린 시절을 뒤돌아봐도 크게 결핍된 것은 없습니다. 사랑이 넘치던 부모님,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았던 경제 환경, 늘 따듯했던 주변의 친구들

모든 것이 적절하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40이 넘어가던 그 어느 날 저는 갑자기 변했습니다.


잠들어 있던 세포가 삶의 생채기에 피 흘리며 알 수 없는 세균에 감염된 것처럼 변하더니 멈추지 않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는 나를 봅니다. 그러다 가끔은 욕심만큼 안되는 내 삶이 안타까워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감정이 10대에 있었더라면 제가 서울대도 갔을 텐데 말이지요. ㅎ

여하튼 내 부족한 지식과 체력은 뒤늦게 찾아온 열정을 따라가지 못해 여간 고달픈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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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포기는 없습니다. 목표가 세워지면 일단 가는 겁니다.

그런 시간 덕분에 최근 10년 동안 나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한 번도 타고난 재능이 탁월했던 적은 없습니다. 늘 누군가의 중간 또는 뒤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다만 시작한 것은 반드시 끝을 보는 성격입니다.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했으면 더없는 최선을~


한번이 안 되면 두 번, 두 번이 아니면 세 번, 그렇게 남들보다 무조건 한 걸음 더!

그리고 무조건 긍정적으로~

수많은 경험과 책과 시간을 통해 제가 배운 삶의 비법!

포기하지 않기, 긍정적으로 살기


세포가 재생하고 죽고 다시 재생 하듯 나의 삶은 수 없이 자라고 죽고 또 자라왔습니다.

그 속에 나의 꾸준함은 하나의 무기가 되어 이제는 제법 번쩍이는 광채를 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나는 잘하는 것이 없습니다. 신은 참 잔인한 듯 섬세합니다.

어째 이 애타는 욕구와 함께 재능이 아닌 꾸준함을 주신것인지...

늘 욕심만큼 다가오지 않는 현실에 매번 나는 안타까움으로 두 발을 구르지만 결국 나는 도달할 것입니다.

죽어도 멈출 수 없는 이 안타까운 열정과 꾸준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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