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인생에 진심입니다.

by 해피영희

최근 당신은 ㅇㅇ에 진심입니까? 라는 릴레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가 무엇에 진심일까?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혹시나 내가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 있나 해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약 50년 시간여행을 해보니 제법 다양한 스토리를 안고 있는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5살 때는 전신마비였고, 차가 완전히 파손되어 죽을 뻔 한 교통사고도 2번이나 당했고, 투자로 수천만원도 날려보고, 스트레스로 졸도해서 간 병원에서 뇌종양이라고 하는 바람에 난리가 난 적도 있습니다.

참 치열하고 별나게 살아온 삶은 맞습니다.


남들은 보통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는데 저는 아이를 낳고 피눈물 흘려 가면 공부하고, 또 잘하고 싶은 욕심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매일이 지옥 같던 직장생활을 보내고, 나보다 못하고 사는 사람도 많구만 3일에 한번 시댁에 전화하고도 세상없는 부족한 며느리가 되어 울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은 다 애교로 봐 줄 수 있습니다.


제일 미친 사람으로 살아온 것은 엄마였습니다.

딸이 초5때 너무 힘들고 아파서 그 아이 정상으로 살려내겠다고 저는 초능력자가로 변신했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살짝 돌아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시간들을 살아내었을까? 생각해보니 딱 답이 나옵니다.

저는 ‘제 삶에 진심이었습니다.’

정말 대충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그리 생각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내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내가 아프고 내가 행복한 것이다. 너무도 소중한 내 삶이다.’


그리 생각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독서실 책상에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말려서 붙여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너무도 유치하게 적어 두었죠.

‘장미빛 내 인생을 위하여. ㅋㅋㅋ’

무엇이 그 어린 나를 그렇게 옹팡지게 이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경남 고성군 고성읍 시골 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의식치고는 나름 비장했습니다.


참 잘 살고 싶었습니다. 돈으로도, 의식으로도, 보이는 모양새도 제법 뽀대나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그것이 마음대로 된답니까?

20대, 30대 시절이야 쌩쌩한 패기도 있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희망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넘어가니 덜컥 겁이 나고 점점 자신이 사라져 갔습니다.

‘아~ 이러다 생각만 하고 손에 만지는 것 하나 없이 그냥 죽는거 아니야?’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는데 이대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바빠지고 아득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내 삶에 치트키처럼 달콤한 유혹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시작은 엄청난 불행이었습니다.

잘살아보겠다고 참 열심히 재테크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책에 나오는 매뉴얼처럼 어설픈 열정이 오히려 독이 되어 덪에 걸린 토끼마냥 낭패에 빠진 시간이었습니다.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다는 꼬득임에 넘어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투자한 돈을 찾기는커녕 앞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도 문제가 생길 판이었습니다.

약 6500만원,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렇게 날릴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법적 자문을 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미친 듯이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일정 시간을 보내고 나니 사업의 핵심인물들을 알게 되고 법적인 시스템도 알게 되고 잘만하면 전체사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정 일을 하니 법적인 이해력이 빨랐고 실제 사업이 추진되는 원리가 다 눈에 보이며 충분한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문제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능력도 없는 사기꾼 같은 몇 명이 그 사업비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속이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변호사 자문을 받아 정확한 법적사실을 확인 후 그 사실들을 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조합장 교체를 추진했습니다.


저의 객관적인 지적능력과 진실성에 많은 조합원들이 지지와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일명 비상대책위원의 핵심인물이 되었지요. 어떻게 모으고 살아온 시간인데 사기꾼들에게 내 돈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적극적 활동속에 점점 더 조합사업의 이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엄청난 돈의 흐름이 발생합니다. 그중간에는 자연스레 누수가 발생하구요.

그 금액은 보통사람이 상상하는 이상입니다. 누구 그 돈을 가져가는가 보니 결국 조합장과 그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인물 몇 명이 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제가 그 핵심인물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인물이 되어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 사업의 흐름을 바꾸고 자연스레 떨어지는 금액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사실 그 판에는 진실은 없고 다들 속이고 이용하는 작전만 있을 뿐입니다.

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어마한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겁이 났고 이제는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올라왔습니다. 제가 그 돈을 택하는 순간 종교 같은 내 소박한 일상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알지 못하는 주변에서는 왜 제가 갑자기 그러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저는 애초 돈이란 것을 제 행복을 위해 벌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그 돈 때문에 소박하고 반짝이는 제 행복과 맞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딱 그 순간 두 손 들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소송을 통해 손해를 보았지만 일부금액을 찾아왔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그 사연을 다 아는 한 사람이 그랬습니다.

“어떻게 영희님은 그렇게 돈을 포기 할 수 있었어요? 말이 그렇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ㅇㅇ씨 전 그 돈 보다 훨씬 가치 있는 내 꿈이 있었거든요. 돈은 또 벌면 되지만 내 행복은 한 번 망가지면 절대 다시 살수 없어요. 돈을 왜 버는데요? 절대 주객이 전도되면 안돼요. 덕분에 제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데요. 정말 0.1의 후회도 없어요.”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 무엇이냐? 물으면 저는 서슴없이 우리 딸, 아들을 낳은것이라 합니다 .

그리고 두 번째 잘한 일은 그때 그 검은돈을 포기하고 일상의 내 행복을 찾은 것이라 말합니다.

작년 올해 제법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저와 남편이 승진하고 아들은 이틀 전 연세대학교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돈은 많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벌이에 알뜰살뜰 잘 살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한결같은 가족이 이리 든든하게 있습니다.


만약 그때 제가 돈을 선택했다면 과연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보석들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제게 돈은 수단이고, 행복은 진심입니다.

살다 찾아온 유혹을 잘 이겨내고 정상적인 시간에 서있는 나를 칭찬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이웃님들의 지정에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공부에 지겨운 딸이 방황하다 다가와 볼 살이 찢어지도록 뽀뽀를 합니다. ㅋ


이 이상 뭐가 있다구요. 나는 내 인생에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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