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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Veronica Nov 09. 2021

사랑하는 우리 아가 복덩이에게

게으른 엄마의 새벽 감성 편지

복덩아, 안녕!

벌써 너가 엄마아빠에게 온지 5개월이구나~ 원래 매일 매일 임신 일기를 쓰려고 했었는데 엄마가 게을러서 그게 잘 안 되서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려해~


요즘 밤에 자려고 누우면 꼬물꼬물 움직이는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엄마는 너무 신기하고 고맙고 그래~그리고 하루에 한두번씩은 너가 잘 있는지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해. 엄마가 너가 잘 있는지 궁금해도 알기가 어려워서 기도밖에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쑥쑥 커서 너가 존재한단 걸 느낄 수 있는게 너무 감사한 요즘이야.


하루에 1분씩 태담을 하는게 좋다고 하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게 조금 어색해서 더 짧게 얘기할 때도 많고 아빠는 안뇽~ 하고 별 얘기를 못하지만 그래도 너를 위하고 생각하는 마음은 세상 누구보다 크단다. 


엄마는 너가 처음 생긴 걸 알았을 땐 너무 놀랐고 신기했고 실감이 안났어. 좀 더 건강한 상태에서 엄마가 됐으면 해서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덜컥 너가 왔다고 하니까 겁이 나더라고~너가 있는 줄도 모르고 아빠랑 자전거도 타고 맥주도 마시고 감기약도 먹었는데 혹시나 너가 잘못되진 않을까 해서 무서웠거든~그리고 아 이젠 엄마가 되면 이전에 하던 수많은 걸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어. 코로나 때문에 아빠랑 많은 걸 해보질 못했는데 너가 태어나면 모든게 너가 중심이 되어야 할테니까~


엄마는 겁이 없고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혼자 여행도 많이 다니고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했는데 이제 너가 생겼으니 그 모든 걸 다 조심해야겠지. 아빠랑 만나고 나서 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사실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은 많이 못해봤었어~아빠랑 나중에 같이 해보면 좋겠다 했었는데 이젠 아마 위험한 것들은 영영 못하지 않을까? 너가 태어나면 혹시나 엄마가 잘못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못 할 거 같아 ㅎㅎ 엄마가 위험한 걸 하면 할머니는 한번도 못하게 하신 적은 없었는데 항상 걱정하셨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엄마는 너가 아직 뱃속에 있는데도 너가 나중에 위험한 걸 하겠다고 하면 그래 해봐! 하고 응원해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이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싶다 ㅎㅎ


너가 혹여나 잘못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됐을 때 엄마는 무서워서 자주 울었어. 겁이 없는 엄마였는데 복덩이 앞에서는 겁쟁이가 되버리더라. 아빠도 항상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 매일이 조심해야하는데 아빠 걱정도 되고 복덩이 걱정도 되서 맨날 무섭더라고~근데 엄마가 무서워할 때마다 아빠가,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증조할머니랑 삼촌이랑 외숙모까지 모두모두 지켜줬어.


복덩아! 아빠랑 엄마는 우리 복덩이가 엄마  뱃속에서 별탈없이 5달동안 커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이제 절반이 남았는데 엄마가 이제 공부를 해야해서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직까지도 서투른 게 너무 많고 앞으로 너가 태어나면 함께 하는 과정에서 더 어려운 게 많을거야~엄마의 욕심이나 고집으로 힘들지 않게 노력해볼게~


엄마가 아직 철이 없어서 가끔 너가 있는 걸 생각못하고 빨리 걷다가 숨이 차서 헐떡거리기도 하고 너무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다가 심박수 체크할 때 너가 너무 밑에 있어서 놀라기도 해. 엄마가 좀 더 조심할게~


아빠는 쑥스럼이 많고 표현하는 걸 잘 못해서 티가 잘 안 날 수도 있는데 누구보다 너가 생긴 걸 젤 좋아하고 있어! 그리고 엄마가 힘들까봐 아빠가 이것저것 잘 도와주고 있어서 엄마도 많이 힘이 된단다~어제 엄마가 너무 손이 아파서 새벽에 잠을 못자고 뒤척거리고 있었는데 아빠가 잠결에도 엄마 손을 조물조물 마사지 해주더라고~아빠는 말은 잘 안해도 참 따뜻한 사람이니까 나중에 너가 태어나서 아빠가 먼저 말을 잘 안해도 너는 표현을 많이 해줘~그럼 아빠도 똑같이 해줄거야! 


오늘은 아빠가 사준 파라핀으로 마사지 하고 나니까 엄마 손이 조금 덜 아파서 긴 편지를 쓰고 이제 자려고 해~ 올해 복덩이가 엄마 아빠에게 와준게 제일 행복한 일이고 복덩이가 오고 나서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 정말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어! 항상 건강하고 바르고 즐겁게 자랄 수 있게 엄마 아빠가 도와줄게~사랑해! 오늘은 엄마가 푹 자도록 노력해볼게 복덩이가 푹 쉴 수 있게~ 잘자~내일 또 얘기하자!


2021년 11월 9일


복덩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wk #D-138 #복덩이 #태담 #복덩이에게쓰는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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