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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윌리엄스는 짐짓 근엄한 표정과 목소리로
“오늘 방송에는 미성년자가 시청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 있습니다.
미성년자가 시청할 경우 성인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합니다”라고 안내하고는
〈스페이스 너바나〉가 무사히 방송된 덕분에 성사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진지한 모습은 본 방송에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쾌활한 모습에 밀려났다.
맥스는 우선 ‘오늘의 게스트’라며 이사칠을 소개했다.
“지난 주말 이후로 지구상에 당신을 모르는 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자기소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사칠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지상에서는 몸을, 대체로 알몸을 쓰는 일에 종사하던 이사칠입니다.
지금은 MS 프로젝트 대원으로 우주에 와 있습니다.”
맥스는 빙긋 웃었다.
“당신을 모르던 분들도 이제는 기억을 떠올리셨을 거라 믿습니다.
자, 당신은 지난 주말에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을 했습니다.
우주에서 아주 특별한 생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죠.
방송 종사자로서, 그런 종류의 방송을 25분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위업이었는지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생방송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이사칠에게 “고맙다”는 대답을 할 시간을 잠시 내준 맥스는
디지털 데스크의 디스플레이에 뜬 디지털 파일에 전자펜으로 선을 그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날 방송은 유료 시청자 수가 2,500만 명으로 집계됐고
유료방송 역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넷 방송을 위해 투입된 서버의 규모도 역사상 최대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주에서 성인용 콘텐츠를 생방송으로 송출한
세계 최초의 제작자 겸 배우가 됐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질문을 마친 그는 펜을 내려놓고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 올렸다.
이사칠은 맥스의 얼굴에서 웬만해서는 알아차리기 힘든 긴장감을 감지했다.
사전 인터뷰 과정에서 이사칠이 반드시 밝혀야겠다는 소감의 내용을 확인한 맥스와 제작진은
난처해하면서 내용을 바꿔 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사칠은 제작진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자신의 소감을 솔직하게 밝힐 기회를 적어도 한 번은 가져야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우주여행이 결정됐을 때부터 꼭 하기로 마음먹은 소감이었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결국 맥스와 제작진이 물러서면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힐 기회를 얻었다.
“방송이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며칠이 지난 지금도 무척이나 벅찬 심정입니다.
방송을 마무리할 때 공중에 떠있는 액체를 보면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이사칠 개인에게는 늘 하던 평범한 사정일 뿐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분출이다.’”
이사칠은 숨을 잠시 골랐다.
방송으로 내보내기에는 조금 위험한 소감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던 맥스는
위험한 순간이 지나간 것을 후련해하는 웃음을 빙긋 지었다.
이사칠은 화면 밖에 떠있는 태블릿을 조작하고는 당당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팬들이 남긴 댓글을 보면서 기분이 더 뿌듯해졌는데요,
댓글을 몇 개 읽어도 될까요?”
이사칠은 맥스에게 고개를 끄덕일 짬을 주고는 댓글을 읽었다.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보는 놀라운 광경,’
‘찬탄밖에는 나오지 않는 위대한 성취,’
‘포르...’ 죄송합니다. ‘성인용 콘텐츠를 몇 단계 높은 차원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작품.’
특히 ‘이사칠의 방송 이후로 인류에게 하늘은 이전과는 다른 곳이 됐다.
이제 인류가 욕망을 해소하고플 때 상상하는 공간이 광활한 우주로까지 확장됐다’는 댓글을 보고는
더 이상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분이 쓴 댓글처럼 앞으로 뭔가 흥분할 거리가 필요한 분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시면 될 겁니다.”
맥스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발언이었지만
선을 지나치게 많이 넘지는 않았다고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인 후
농담에 가까운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이사칠 개인에게는...’ 이라는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군요.
아무튼 지금 우주에, 정확히 말하면 우주정거장에 계시는데, 하나 묻겠습니다.
거기서 보는 우주는 어떤가요?”
이사칠은 현창 쪽으로 슬쩍 시선을 던졌다.
우주를 유영하는 대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늘 똑같은 분량대로 섞여있는 어둠과 빛만 보였다.
이사칠은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고는 대답했다.
“우주 개척 초창기에 우주를 다녀온 우주인들이 똑같은 질문을 받고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는
대답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방금 질문에 제가 드릴 대답도 딱 그겁니다.”
“그렇군요. 언제 한 번 직접 가서 봤으면 좋겠네요.
어떻게, 시차는 적응이 됐나요?”
“시차요?” 이사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을 이었다.
“흐음, 저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로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채로 몇 십 년을 살았던 사람이라
시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편인데,
여기에 오고 나서는 ‘시차’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우주는 또 다른 성격의 공간이라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시차라는 게 원래 살던 곳하고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른 공간을 경험하는 데에서 생기는 건데
해가 하루에도 10번 넘게 뜨고 지는 여기에서 ‘시차’라는 표현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그런데 시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온 이후로 항상 몽롱한 상태이기는 합니다.”
“말씀을 들으니 우주라는 환경이 정신적인 측면에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군요.
그런데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건
그 환경이 육체적인 측면에는 어떤 영향을 주느냐 하는 겁니다. 어떤가요?”
“당연히 육체적인 측면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지상에서 훈련받을 때도 많은 얘길 들었습니다만,
이 방송은 그런 얘기를 자세히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전문적으로 하는 일, 그러니까 이번 방송에서 펼친 퍼포먼스와 관련해서 묻겠습니다.”
맥스는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할 때 늘 그러는 것처럼
두 팔을 크게 벌리고는 몸을 기울여 두 손으로 테이블을 잡았다.
“그런 퍼포먼스를 펼칠 때 지상과 우주의 차이는 큰가요? 크다면 얼마나 큰가요? 무엇이 다른가요?”
“크고 다릅니다.”
이사칠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다릅니다.
제 방송을 보신 분들은 이견이 없으실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상에 있는 분들이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환기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가 우주에 오게 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우주에서 그런 활동을 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우주로 간 이유라고요?”
“그렇습니다.
제가 벌인 퍼포먼스는 어디까지나 흥행을 위한 상업적인 성격의 것이었지만,
그 행위는 근본적으로 인류가 번식을 위해 하는 활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참여한 이 MS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에 인류를 정착시키고 화성을 ‘제2의 지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화성에 정착한 대원들이 후손을 낳아야 할 텐데요,
그 후손을 어떻게 낳을 겁니까?
제가 한 퍼포먼스와 동일한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공자궁 같은 게 만들어져
인간이 애를 쓰지 않아도 태아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에는 말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맥스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