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포르노한류의 개척자가 화성에 가는 까닭은?

<화성인 247> ★ 40 ★

by 윤철희

이사칠은 되도록 두루뭉술한 표현을 써가며 심중에 오래 담아둔 주장을 펼쳤다.

“방송을 본 분들은 잘 아시듯,

우주에서 그 활동을 하려고 몸을 놀리는 건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우리의 퍼포먼스를 ‘사투(死鬪)’라고 표현한 분도 있더군요.

뭐, 실제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꽤나 힘든 건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딘가 의지할 곳이 있고 지탱할 곳이 있어야만 제대로 몸을 놀릴 수 있는데,

여기 우주에서는 그런 곳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활동을 할 때 육체적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중심을 안정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인데

몸을 고정할 곳이 없으니 그러기가 어려웠습니다.

제 팬들은 모두 아시는 테크닉이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진양조’와 ‘중모리,’ ‘자진모리’ 같은 테크닉을

여기서 리허설하는 도중에 시도해봤지만 도저히 안 되더군요.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런 좌절을 겪은 끝에 이번 퍼포먼스를 하면서 다시금 깨달은 교훈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건 중심이 잡혀있어야 하고

그 중심을 안정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중력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우리 인류를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줄곧 중력의 제약에 적응해서 그것을 상수(常數)로 놓고 행동하게끔 진화했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분야의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건 일반인이건 모두들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만,

지구의 중력인 1G 상황에서만 그런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라 할 저와 그레이스 오 두 사람이

오랜 동안 실전을 통해 익힌 고도의 테크닉은

여기 미세중력 공간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결국 우리는 완전히 맨땅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몸놀림을 연구하고 개발한 다음,

거듭된 연습을 통해 몸에 익혀야했습니다.

지상에서 호흡이 척척 맞았던 상대와 호흡을 새롭게 맞춰야 했고요.

이런 활동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런 활동에 있어서는 전문가인 저희도 이렇게 힘든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런 맥락에서,

우주에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제 전문 분야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실행에 옮기고

그걸 방해하는 요소들을 방송을 통해 온 세상에 생생하게 보여준 첫 사람이 된 저는

우주 이주의 첫발을 뗀 인류가 지금껏 인식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고심해서 해결해야 할 새로운 화두를 이 방송을 통해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칠이 은근슬쩍 내뱉은 ‘공식적’이라는 단어는

세상을 향해 꼭 하고 싶었지만 차마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뭉뚱그린 단어였다.

자신은 “우주에서 ‘공식적’으로 섹스를 한 첫 사람”이라는 이사칠의 발언에는

“우주에서 ‘비공식적’으로 섹스를 한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에 대한 암시도 담겨있었다.


이사칠 일행이 우주로 오기 전에 700명 가까운 남성과 200명 가까운 여성이 우주를 다녀갔다.

이사칠은 비좁은 우주정거장 선내에서 1년 안팎을 갇혀 지내며 스트레스를 받던 그들이

걷잡을 수 없는 욕정에 휩싸여서는 눈이 맞은 상대와 ‘비공식적’으로 섹스를 해서

욕정과 스트레스를 풀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짐작했다.


그런데 이사칠이 짐작할 정도라면

우주 생활에 대해 몇 십 년간 심도 깊은 연구를 수행해온 NASA와 관련기관들도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은 실제로 틈틈이 일어났을 것이고,

그 사실을 인지한 기관들도 그와 관련한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했을 것이다.

이사칠 생각에, 그런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그건 직무유기에 해당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와 관련한 연구가 실제로 진행됐더라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우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NASA를 비롯한 각국 관련기관들이

그 사실을 대중에게 공개할 리는 만무할 것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우주에 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섹스를 하는 상황을 납득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 결과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테니 말이다.


이사칠은 우주 진출에 필수적인 활동인

“우주 공간에서 하는 섹스”와 관련된 연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긍정적 인식을 촉구하고 싶었지만

이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지나치게 과한 발언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에

그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방귀 얘기를 하기로 했다.

“인류는 지구에 출현한 이후로 몇 십만 년간 방귀를 뀌어왔습니다.”


“방귀요?”


“네, 우리가 하루에도 몇 십 번씩 뀌는 방귀 말입니다.

그런데 인류가 방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건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일입니다.

방귀가 우주인의 건강과 우주선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한 NASA가

방귀를 연구한 게 방귀 연구의 시초이기 때문입니다.

그 연구 덕에 우리는 방귀 생산과 배출 과정, 방귀의 구성성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그렇게 얻은 지식과 정보는 의학과 생물학 등 관련 분야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인류의 건강과 안전을 증진하는 데에도 이바지했습니다.

NASA를 비롯한 각국 기관들은

방귀에 대해 연구했던 것처럼 제 전문 분야의 퍼포먼스와 관련한 연구를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맥스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사칠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그렇군요.

그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는데,

당신 얘기를 듣고 나니

우주에 진출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연구도 하고 조치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조금 더 구체적인 조치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저희가 이번 방송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교훈을,

그러니까 지상에서 하는 행위와 미소중력 상황에서 하는 행위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우주에서 그걸 더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담은 매뉴얼과 가이드를 쓰고 동영상 교재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저는 많은 연구기관이 이 행위와 관련한 주제들을 양지로 끌어내 공개적으로 다뤄줬으면 합니다.

장차 우주에서 생활하게 될 사람들이 시달리게 될

각종 스트레스와 내면에 쌓이는 욕구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이 행위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체친화적인 동작은 무엇이고

그걸 보조하는 역할을 할 인체공학적인 장비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깊이 연구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해줬으면 하는 겁니다.”


맥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주제는 짓궂은 농담거리나 유치한 궤변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라는 당신 주장에 공감합니다.

당신이 우주로 간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당장 나부터도 화성 이주의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단계에서

굳이 당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게 옳은 일인지 의아해 했었는데,

얘기를 들으니 당신 생각이 이해되고

당신이 그 프로젝트의 일원이 돼야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숨을 돌린 맥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당신 방송에 대해

진지해야 할 인류의 우주 탐사를 천박한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면서

탐사의 격을 실추시킨 짓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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