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화성인 247>

★ 47 ★

by 윤철희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류 역사의 새 장을 연 이사칠이 우주에서 인사드립니다.”

이사칠은 생방송 후 처음으로 하는 그물위키 읽기 이벤트를 밝고 힘찬 목소리로 시작했다.

이날 읽을 주제는 ‘포르노 합법화 운동(이른바 이사칠 운동)’이었다.


‘포르노 합법화 운동의 발단’이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사칠이 20**년에 주도한,

대한민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포르노의 제작과 유통 등을 합법화하자는 운동으로,

주동자의 이름을 딴 ‘이사칠 운동’으로 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 귀국하면 체포되고 처벌받아야 하는 이사칠이

귀국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운동의 성격이 강했지만,

포르노를 암암리에 시청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만만치 않은 현실을 외면하고

무조건 불법화하는 현실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여론과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세력이

이사칠을 옹호하는 쪽에 가세하는 한편,

종교계와 보수 정치인들을 비롯한 합법화를 반대하는 세력도

급격히 세를 불려 반대 여론을 주도하면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 적힌 발단과 관련한 내용은 받아들이기 어렵네요.

완전히 틀린 내용이라고 부인하지는 못하겠지만요.

체포되고 처벌받는 일 없이 귀국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열심히 활동한 건 맞는 얘기니까요.

그렇지만 이 운동을 시작한 진정한 이유만큼은 분명히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이유는 한국인들이 한국 사회의 발전 정도에 어울리는 정도로

성(性)을 향유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 중에 포르노의 제작과 유통을 한국처럼 터부시하는 나라가 있나요?

사회가 발전하면 성과 관련한 인식과 문화도 발전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사회를 보면 정상에서 어긋난 사회라는 게 너무나 확실합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건 불편해 하면서도

실제로는 모두들 암암리에 즐긴 건 다 즐기는 위선적인 사회라는 것도 분명해 보이고요.

정상과 변태를 구분하는 기준은 굉장히 애매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한국 사회는 변태적인 사회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남들 눈을 피해 숨어서 포르노를 감상하면서도

그놈의 사회적 체면 때문에 포르노와 관련한 얘기를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는데,
이게 위선적이지 않으면 뭐가 위선적이겠습니까?


“한국 사회가 이만큼 발전했으면

적어도 위선의 탈은 벗고 즐길 건 떳떳하게 즐겨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듣는 이 없는 광야에서 홀로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신세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는데,

뜻밖에도 많은 분이 호응해주신 덕에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면서

장차 합법화가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밑에는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라는 꼭지 아래 양쪽의 주장이 정리돼있었다.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포르노를 합법화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었다.

표현의 자유 증대, 경제적 효과, 과학기술의 발전과 보급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

성범죄 감소, 볼 사람은 다 보고 있는 현실의 인정, 한국적 성(性) 문화의 정체성 확립.


“이 자리에서 각각의 항목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하는 건 무리인 것 같아서

조금씩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잖아요.

누구나 누려야 하는 거니까 긴 말 않겠습니다.


“제가 제일 주목하는 건 경제적 효과입니다.

제작사를 직접 차려 경영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포르노를 합법화해서 거둘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합니다.

우선은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포르노가 창출하는 일자리 얘기를 하면 흔히들 배우들만 생각하시는데요,

포르노 제작에는 여러 분야의 일꾼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포르노를 합법화됐을 때 창출되는 일자리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런 자리에 고용될 인재들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을 거고요.


“아울러 외화 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니까

한국인들이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가입해서 지불하는 회비가 상당한 액수일 거라고 하더군요.

그게 지금만 그러겠습니까?

예전부터 그랬고, 포르노를 계속 음지에 놔두면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포르노를 양성화하면 이 액수 중 상당 부분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합법적인 제작과 유통, 소비에 따른 세금을 걷을 수 있으니까 세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음성적으로 소비되는 시절에는 걷지 못했던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면서

국가 재정의 확충에도 도움이 되는 겁니다.

외국 정부의 세수가 될 액수가 온전히 한국인들을 위해 쓰일 세금으로 징수되는 거죠.


“합법화를 통해 인기 배우가, 저보다도 더 위대한 스타 배우가 탄생했을 경우도 생각해보세요.

그 배우의 생가를 보려고 한국을 방문하는 팬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갑자기 옛날에 어느 할리우드 유명배우가 한 얘기가 생각나네요.

자기 같은 슈퍼스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한 얘기요.

슈퍼스타가 있으면 그 사람을 출연시켜 돈을 벌려고 영화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제작인력들 일자리가 생기고

영화가 극장에 걸리면 팬들이 극장을 찾는 까닭에

하다못해 극장에서 팝콘을 파는 사람들도 생계를 꾸릴 수 있다고 한 얘기가요.

할리우드나 저희나 똑같은 엔터테인먼트산업이라서

이건 저희 업계에도 해당되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포르노 합법화가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혜택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보급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과 관련해서는

제 석사학위 논문에 잘 정리돼있습니다.

짧게 얘기하자면, 인터넷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성인용 콘텐츠였습니다.

성인용 사이트를 통해 포르노를 보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인터넷의 대중화에 큰 몫을 했고,

새로운 자극을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한

성인엔터테인먼트업계의 활약이 인터넷의 확산과 발전에 큰 기여를 했죠.

그렇게 개발된 기술은 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분야에도 보급되고 활용되면서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했고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재소설] 포르노한류의 개척자가 화성에 가는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