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을 멱(冖)
“덮을 멱(冖)”은 “민갓머리”라고도 부른다.
“보자기 같은 것으로 무엇인가를 덮어서 가리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그래서 “덮다”나 “덮어 가리다”는 뜻이 있다.
이 글자를 보면 “갓머리”라고도 부르는 “집 면(宀)”이 떠오른다.
“宀”은 “사방이 지붕으로 덮어씌워져 있는 집”을 가리키는 글자다.
“冖” 위에 점을 찍으면 “宀”이 된다.
또는 “宀” 위에 있는 점을 지우면 “冖”이 된다.
툭 튀어나온 점을 찍거나 지우면
\상대 글자가 되는 두 글자를 생각할 때면 묘한 기분이 든다.
윗부분에 점이 있거나 없는 두 글자는
똑같은 글자와 결합했을 때 정반대의 뜻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집 가(家)”와 “무덤 총(冢)”을 보라.
똑같은 “돼지 시(豕)”가 들어있는 글자이지만,
그 돼지가 “宀”에 들어가 있으면 아늑하고 따스한 “집”인 “양택(陽宅)”이 되고
“冖”에 덮여있으면 “음택(陰宅)”인 “무덤”이 된다.
위에 툭 튀어나온 점이 있으면 살아있는 사람이 사는 집이 되고
점이 없으면 세상을 떠난 이가 영면을 취하는 무덤이 되는 것이다.
“흙 토(土)”를 옆에 붙여 “塚”으로 쓰기도 하는 “冢”은
“冖”이 어둡고 부정적인 분위기가 내포된 글자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冖”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가장 많이 반영된 글자는
“돌아가신 이의 명복(冥福)을 빈다”는 등의 표현에 가장 많이 쓰이는 “어두울 명(冥)”이다.
“冥”에는 “어둡다, 어리석다, 어둠, 밤, 저승” 등의 뜻이 있다.
“冥福”은 “冥”에 있는 “저승”이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죽은 뒤 저승에서 받는 복”을 뜻한다.
그리고 불교 용어인 “명계(冥界)”는 “사람이 죽은 뒤에 가는 영혼의 세계”를 가리킨다.
“冥”이 들어간 단어 중에서 꽤 많이 쓰이는 단어는
우주에 있는 별을 가리키는 “명왕성(冥王星)”일 것이다.
명왕성의 영어 이름은 플루토(Pluto)다.
그리스신화에서는 하데스(Hades)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플루토는
죽은 이들의 신이자 저승의 지배자, 즉 명계의 왕(王)이다.
명왕이 다스리는 별인 명왕성은
예전에는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 대우를 받으며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끝자리를 차지했지만,
2006년에 행성의 기준이 수정되면서
왜소 행성(矮小行星)으로 격하 돼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의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로 구성돼 있다.
“冥”이라는 글자의 구성 원리에 대한 설명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설명은 “冖” 아래에 있는 “日”과 “六”은 십육일을 뜻한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음력 십육일(十六日)에는 달이 이지러져 어두운데,
거기에 “무엇인가를 덮는다”는 뜻의 “冖”을 더해서는
더 심하게 어두워진 상황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日”과 “六”이 합쳐져 16을 나타낸다는 설명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설명은 “冥”의 갑골문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冥”의 갑골문에는 “冖” 안에 “입 구(口)”와 “받들 공(廾)”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이 글자는 어두운 곳에 갇힌 사람이
양손으로 벽을 더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어두운 곳에서 빠져나오려고 소리를 내는 모습을 표현한 “口”가
금문체(金文體, 청동기시대에 주조되거나 새겨진 글자체)에서 “日”로 바뀌었고
“廾”도 “六”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글자가 됐다는 게 두 번째 설명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冖”의 부정적인 의미가 반영된 또 다른 글자는 “원통할 원(冤)”이다.
의아한 건, “冖”과 “토끼 토(兎)”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 글자의 속자(俗字, 정자正字가 아니지만 세간에서 널리 쓰는 글자)가
“宀”과 “兎”가 합쳐진 “寃”이라는 것이다.
돼지(豕)하고 결합했을 때는 각각 양택과 음택이라는 정반대의 뜻을 가진 글자들이 됐는데,
토끼하고 결합했을 때는 똑같은 뜻을 가진 글자들로 쓰이는 건 무슨 영문인가 싶다.
어쨌든 “冤”은
“토끼가 그물을 뒤집어쓴 탓에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에서 비롯된 글자다.
도망가지 못하고 잡힌 토끼가 느끼는 심정에서
“원통(冤痛)하다,” “억울하다” 등의 뜻이 나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뜻하는 “원죄(冤罪)”와
“원한(怨恨)” 등의 뜻이 파생됐다.
“冖”이 들어있는데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글자도 있다.
“왕관(王冠)” 등의 단어에 들어가는 글자인 “갓 관(冠)”이다.
“冠”은 “冖”과 “으뜸 원(元)”과 “마디 촌(寸)”이 합쳐져
“머리에 모자를 씌우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다.
여기에서 “모자”는 과거에 벼슬에 오른 사람이 쓰던 “감투”를 가리킨다.
벼슬을 하지 않더라도 감투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결혼식이었다.
그래서 “冠”은 “성인이 된 남자가 상투를 틀고 갓을 쓰면서 치르던 의례(儀禮)”인
“관례(冠禮)”라는 뜻도 갖게 됐다.
※ “冖”을 다루면서 “冥福”에 대해 얘기하는 글을 쓰려다
몸이 좋지 않아 2주쯤 글을 쓰지 못했는데,
몸이 괜찮아져 글을 쓰려던 참에
공교롭게도 항공기 사고가 나면서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전부터 준비해 놓은 글을 업로드하는 것이니 오해하거나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