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산업은 이렇게 탄생했다!!!

<파운더>

by 윤철희

존 리 행콕 감독이 연출한 <파운더>는
기업 경영이나 경영학·경제학·사회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다.

포스터에 그려진 노란 아치형 M자 로고에서 알 수 있듯

세계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를 다룬 이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패스트푸드 산업이 탄생한 순간과

그 산업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계약을 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크나큰 교훈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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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은 “창립자”라는 뜻의 <파운더(The Founder)>이지만

포스터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두 팔을 든 모습으로 등장하는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맥도날드의 창립자가 아니다.

진짜 창립자인 모리스와 리처드 맥도날드 형제(존 캐럴 린치와 닉 오퍼맨)에게서

“창립자” 지위를 강탈한 사람이다.

영화에서 묘사되듯 맥도날드를 오늘날처럼 성장시킨 공로로 따지면

“창립자”에 버금가는 존재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특이한 아이템을 선정해서 사업을 벌이는 족족 실패한 끝에

밀크셰이크 제조기를 영업하며 미국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레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캘리포니아의 햄버거 매장에서 많은 수량의 주문이 들어온 것을 미심쩍게 여긴

그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미국을 횡단하는 수고를 해가면서까지 직접 매장을 찾아간다.

주문한 햄버거를 받으려면 장시간 기다려야 하고

그나마도 주문한 햄버거하고는 다른 햄버거가 나오기 일쑤인데다

무겁고 값나가는 식기를 주방과 손님 사이를 왕복시켜야 하는

기존의 햄버거 조리 및 판매 시스템은

햄버거를 파는 사람과 먹으려는 사람 모두가 고충을 겪고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지만,

레이가 찾아간 매장은 기존 시스템과는 달리

무척이나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 시스템에, 그러니까 자동차나 기계를 조립하듯

햄버거를 조립해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시스템”에 흥미를 느낀 레이는

맥도날드 형제와 저녁을 먹으면서

그 시스템이 어떻게 생겨나 지금처럼 자리 잡게 됐는지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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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파운더>에서 정말로 좋아하는 장면이자

경영(학) 등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맥도날드 형제와 직원들이 테니스코트 바닥에 주방 배치도를 그려놓고

가상의 햄버거를 조립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서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투입 비용과 시간 면에서 최적의 햄버거 제작 동선을 알아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는 “선택과 집중,” “표준화와 분업화,” “효율화,” “비용 절감” 등

현대적인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된 개념들이 모두 등장한다.

성공 가능성을 포착한 레이는

그 표준화된 시스템을 무기로 삼아 지점을 내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형제는 이미 시도했었지만 실패했었다고 대답하는데,

실패 원인에 대한 형제의 설명에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두고두고 고심하는

“모든 매장에서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조직 관리”라는 화두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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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남들 눈에는 특이하지만

본인 눈에는 “대박”으로 보이는 제품들을 다루는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줄줄이 말아먹은 이력이 있는 레이는

“햄버거”라는 제품의 모습을 띈 “패스트푸드 시스템”에 헌신하기로 마음먹고는

형제를 설득하고 투자자들을 꼬드기고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성실한 이들을 규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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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에서 얻을 수 있는 경영(학) 관련 교훈은 그것만이 아니다.

영화는 변화에 대한 고객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성공하려면 그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부동산 기업”이라는

소더본(B.J. 노박)의 빛나는 통찰을 통해

맥도날드라는 기업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진짜로 가슴에 새겨야 할 이 영화의 교훈은 영화 끝부분에 나온다.

맥도날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보기에 불리한 내용을 계약서에 담을 수는 없다는

레이의 설득에 넘어간 형제는

“악수”라는 신사적인 행위를 통해 구두계약을 체결한다.

그러고서 <파운더>는 착한 심성에서 비롯된 사람 좋은 이 행위는

법정에서는 아무런 효력도 갖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면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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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는 크나큰 야심을 품은 레이의 냉철함과

장밋빛 이상을 추구하는 맥도날드 형제의 순박한 진심이

충돌하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쟁자가 물에 빠지면 그의 입에 호스를 물려줄 사람”인 레이와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형제의 대결에서 이기는 게 어느 쪽일지는

오래 고민해 볼 의문이 아니다.

그 결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맥도날드를 창립하고

초기 단계의 성공을 일궈낸 창립자들은

자신들의 성씨(姓氏)를 내세운 기업을 빼앗기는 처지가 되고,

형제의 삶은 엉망이 된다.

그나마 성씨라도 회사의 이름에 남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

반면에 싸구려 모텔방을 전전하는 와중에도

레코드로 자기 계발 강의를 들으며 자기 최면을 걸던 레이는

출세를 거듭한 끝에 그 시절에 듣던 내용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대중 연설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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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잘 나가는 사업가에 대해 세간이 품은 스테레오타입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도 느끼는 양

사업 파트너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그러면서 어렵던 세월을 함께 견뎌준 조강지처를 버린다.

자신의 가정과 남의 가정을 동시에 파괴했다는 점에서 보면,

그는 불륜행각 면에서도 최고의 효율을 거둔 인물이 되는 데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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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같은 영화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먹어봐야 할 요리 같은 걸작영화도 아니고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식재료로 만든 독특한 별미 음식 같은 컬트영화도 아니지만,

\적정량의 패티와 번과 채소와 소스를 조립해 만드는 패스트푸드 햄버거처럼

할리우드의 제작 공식을 충실히 따라서 만들어진 영화다.

그 결과로 <파운더>는

엄청난 별미나 진미는 아니지만

배고픔을 달래는 데 충분할 정도의 맛과 영양은 가진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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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가 따르지 않은 단 하나의 레시피가 있다면,

관객들이 착한 사람(들)이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훈훈해하며 극장을 나서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윤을 크게 중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사회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형제가

신의를 배신당하는 쓰라린 결과를 얻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윤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건 서슴지 않을 사람인 레이가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는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어쩌겠는가?

<파운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고

실제로 일어난 일이 그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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