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247> ★ 07 ★
이사칠은 인터뷰 취소 가능성을 거론하는 맥스의 얘기
매정한 처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역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었기에
방송의 생리는 잘 알고 있는데다,
포르노업계에서 오래 활동하며 별의별 멸시와 천대를 감내해온 그에게
이런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맥스 윌리엄스 쇼 측도 사정이 있는 거니까요.”
맥스는 이사칠이 끄덕이는 걸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긴 뒤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인터뷰 내용을 검토해볼까요?”
맥스는 예정된 방송시간,
방송 도중에 두 번 들어갈 중간광고의 시점과 길이 등을 언급한 후
인터뷰 때 주고받을 예정인 Q&A 항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사칠의 의견을 듣고 동의가 필요한 사항에는 동의를 얻어냈다.
이사칠은 자신이 동의하는 모습을 담은 화면은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출될 거라는 점을
사전에 안내받은 터였다.
방송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는
이사칠 입장에서 대답하기 껄끄러운 내용도 최소화됐다.
대체로 생방송으로 얻게 될 금전적 이득과 관련된 내용이 그랬는데,
제작진과 이사칠은 이사칠 일행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프로젝트측에 지불한,
항간에서 자금 출처에 대해 갖은 의혹이 제기되는 안건인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제작진을 돌아보며 분위기를 확인한 맥스가
지금까지보다 많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전에 데이브한테 들은 소문이 있습니다.
이번에 우주에 간 대원 중 한 명인 닥터(Doctor) 에밀리 박에 대한 소문입니다.
아직은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지만
프로젝트의 정식 대원으로 소개된 에밀리 박이
사실은 당신 제작진의 일원이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지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맥스는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려 이름을 확인했다.
“앨리스 원더(Alice Wonder)?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이 앨리스 원더라는 사람이
닥터 에밀리 박하고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이번 인터뷰에서 에밀리 박이 당신 제작진과 어떤 관계인지 소개하고
에밀리 박과 앨리스 원더의 관계를 밝히는 건요?”
에밀리에 대해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앨리스 원더를, 그리고 그녀가 에밀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걸 보면
과연 세계 최고의 토크쇼 제작진다웠다.
맥스 말마따나,
공식적인 자료에는 “MS 프로젝트의 의료 전문가”로 올라있는 에밀리가
실제로는 이사칠의 일행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순전히 시간문제일 터였다.
그렇지만 이사칠은 에밀리의 존재가 밝혀지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에밀리와 앨리스 원더의 관계는 할 수만 있다면 영원토록 비밀로 묻어두고 싶었다.
이사칠은 앨리스 원더 얘기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고,
에밀리의 정체도 당분간은 비밀로 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맥스는 에밀리의 정체를 방송에서 최초로 밝히는 것은
꽤 큰 특종이 될 거라서 욕심을 낼만 한데도 이사칠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미성년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있으니
미성년자는 성인의 지도 아래 시청할 것’을 권고하는 문구를
화면에 계속 내보낼 겁니다.
그렇더라도 방송 중에 언급해서는 안 되는 표현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으셨죠?”
맥스는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데이브를 쳐다봤다.
“예. ‘포르노’랑 ‘f로 시작되는 단어’랑
아무튼 그런 것과 관련된 단어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되고,
방송에 내보낼 수는 있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을만한 표현이 있을 경우
넌지시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해달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려고 조심할 테니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흡족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조작해 파일을 닫고는 회의를 마무리하려던 맥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파일을 다시 열었다.
원하는 자료를 찾은 맥스는 놀라는 표정으로 이사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스페이스 너바나〉를 시청하려고 유료 결제한 사람이
1시간 전 기준으로 2,500만 명이나 되는군요? 1인당 시청료가 얼마죠?”
“1편만 시청하는 걸 선택할 경우는 15달러,
열흘 뒤에 방송될 〈스페이스 너바나 2〉까지 시청하는 옵션은 25달러,
여배우들이 각각 3회씩 하는 단독방송과
추후에 공개될 ‘비하인드 더 신(Behind the Scene)’ 영상 시청까지 포함하는 옵션은
35달러입니다.”
이사칠의 대답을 들은 맥스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러고는 지인이 복권에 당첨됐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낼법한 목소리로 말했다.
“2,500만 명이 첫 방송만 시청하는 옵션을 선택했다고만 쳐도
총매출이 3억 7,500만 달러나 되는군요. 와우.”
“유료 방송 단일회차로 거둔 수입 면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매출은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데이브가 거들었다.
맥스는 낮은 탄성을 질렀다.
그러더니 뭔가가 또 생각난 듯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천문학적인 거액이 달린 방송이라 반드시 성공해야 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우주에서는 발기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우주에 온 이후로 그레이스와, 그리고 버지니아와 여러 번 리허설을 했지만
몸을 마음먹은 대로 가누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몸 상태가 지상에서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맥스가 저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미소중력이 인간의 성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연구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포르노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더군다나 “247”이라는 인상적인 예명을 지어
온 세상에 ‘강한 남자,’ ‘지치지 않는 남자’의 이미지를 자랑해온 사람으로서
그걸 인정하는 건 말도 안 될 일이었다.
“글쎄요. 딱히 그런 걸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이 들은 얘기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에게나 통하는 거지
저 같은 전문가한테는 아무 영향도 없는 것 같군요.
관련된 얘기를 하자면,
여기에 오면 물건이 커질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진짜로 커진 것 같거든요.”
이사칠이 사타구니로 손을 내리며 너스레를 떨자 지상의 제작진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니 맥스, 당신은 여기에 오면 이름을 바꿔야 할 겁니다.”
“이름을요?”
맥스가 여전히 껄껄거리며 물었다.
이사칠은 두 손을 턱 앞으로 올리고는 적당한 크기로 벌렸다가 잠시 멈춘 뒤에
더 크게 벌리고는 말했다.
“그냥 맥스가 아니라, 슈퍼 맥스가 될 테니까요.
프로그램 제목도 바꿔야겠군요.
‘슈퍼 맥스 윌리엄스 쇼’로요.”
그 얘기에 제작진은 맥스와 맥스의 사타구니를 번갈아 쳐다보며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맥스는 제작진의 폭소가 잦아들자 흐뭇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어서 이 즐거운 회의를 끝내야 한다니 아쉽군요.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스페이스 너바나〉가 성공하기를,
그래서 우리가 월요일에 밝은 표정으로 재미있게 인터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맥스의 진심에서 우러난 말에 이사칠은 역시 진심에서 우러난 말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꼭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