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벌거벗은 기사가 화성으로 가는 까닭은?

<화성인 247> ★ 10 ★

by 윤철희

“‘포르노 합법화 운동,’
그러니까 여러분이 ‘이사칠 운동’이라고 부르는 운동과 관련해서는

‘논란’ 꼭지에 따로 정리가 돼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얘기는 그 꼭지들을 읽는 동영상에서 따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부분이죠.

우주정거장에서 성인용 콘텐츠를 생방송으로 송출한 인류 최초의 인물이 될 예정이다.”

이사칠은 이 대목을 읽고는 스킨수트의 MS 로고를 으스대듯 쓰다듬었다.

“며칠 있으면 이 문장이 ‘송출한 인물이다’로 바뀌겠죠? 바꿔주실 거죠?

여러분, 지금 제가 정말로 자랑스러운 건,

영광으로 여기는 건 제가 우주에 와있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물론, 생방송을 무사히 송출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그게 제 인생 최고의 자랑거리가 될 테지만요.


“여러분, 어디까지가 지구고 어디부터가 우주인지 아세요?

옛날에는 저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혔었는데,

우주비행사 훈련단에 들어와서 제대로 배웠습니다.

해발 100킬로미터가 기준이랍니다.

헝가리 물리학자 카르만이라는 분이

그 높이를 지구의 하늘하고 우주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정했고

이후에 과학자들이 모여

그 선을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합니다.


“카르만 라인 얘기를 왜 하느냐면,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카르만 라인을 넘은 사람이 900명 정도인데,

제가 빅뱅 이후로 지구에 태어난 수백 억 명의 인간 중에서

1000명도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됐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저 이사칠이 그런 사람이 됐습니다.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세요?

그 900명 중에 지구궤도를 벗어난 사람은 300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며칠 있다 여기 우주정거장을 떠나면 저도 그 300명 중 한 명이 되는 겁니다.

으쓱하냐고요? 그럼요, 으쓱하죠.

인류 최초는 아니었지만 900명에 들었고,

며칠 있으면 300명에 드는 거잖아요.

또 덧붙일 얘기는 그 900명 중에 여성은 200명이 안 되는데,

저랑 같이 온 그레이스 오하고 며칠 뒤에 자랑스럽게 선보일 버지니아 스타도

지구 역사상 200명의 여성에 포함됐다는 겁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카르만 라인을 넘은 생명체는 인간 말고도 수십 마리의 동물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동물들 대부분은 살아서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괜히 언급해봐야 듣는 사람 기분만 울적해질 터여서

이사칠은 동물에 대한 언급은 않은 채로 커서를 움직여 화면을 조금 내렸다.


“‘이름 및 예명의 의미 관련 논란’이라는 꼭지가 따로 있네요.

본명은 ‘한상진’으로, 이사칠은 예명이다.

예명 이사칠은 영어로 ‘항상’이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인

‘24 hours a day, 7 days a week’에서 유래한 ‘247’을

한국어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데뷔하고 3년간은 한국어로는 ‘이사칠’로, 영어로는 ‘247(e-sa-chil)’로 표기하다

4년째부터 영어 표기를 ‘e-sa-chil’로 바꿨다.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은

자신이 한국 출신임을 줄곧 강조해온 이사칠 특유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이사칠은 데뷔 4년차부터 영어 표기를 바꾼 것에 대해

그 정도 기간이 지났으면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팬들도

e-sa-chil의 의미를 알기에 충분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사칠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한상진.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예, 제 본명 맞습니다.

누가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링크해놨네요.”

이사칠은 본명 뒤에 달린 링크 아이콘을 눌렀다.

별도의 창에 사진이 떴는데,

여드름이 얼굴 여기저기를 덮은 풋풋한 사내아이의 얼굴 아래에

‘한상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하아, 이 사진은 도대체 어떤 녀석이 올려놓은 거야?

앳돼 보이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데,

솔직히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주겠네요.

졸업앨범에 있는 자기 얼굴 제 정신으로는 못 보겠는 건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여러분도 마찬가지시죠?”


“그럼 ‘예명의 의미 관련 논란’으로 넘어갈까요?

‘247’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냐를 놓고

오랫동안 온라인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발기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주장과

‘항상 발기해있다’는 뜻이라는 주장이 충돌했는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성인영상업계 컨벤션에서 팬들의 질문을 받은 이사칠은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동안은 ‘인간의 신체적 특성상 항상 발기해있는 건 불가능하므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발기할 수 있다는 뜻이 맞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그건 이사칠이 그쪽 측면에서는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시각이 반영된 주장’이라는

반론이 차츰 힘을 얻으면서

두 주장 중 어느 쪽도 정설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사칠은 여기까지 읽고는 숨을 골랐다.

그 뒤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247이 특정 신체부위의 길이(247mm)를 뜻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이사칠이 ‘진짜로 그렇다면 나쁠 일은 아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을뿐더러 그랬으면 하고 바라지도 않는다.

어떤 농구선수가 농구는 신장(身長)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 했다던데,

이건 내가 종사하는 분야의 일에도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일도 길이나 굵기가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면서

현재는 우스갯소리로나 쓰이는 주장이 됐다.”
이사칠은 이 문장을 읽지 않고 건너뛰고는 예명의 의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예명의 정확한 뜻이 뭐냐는 질문, 정말로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예명의 뜻에 대한 제 입장은 트웬티 포 세븐, 이사칠, 항상 똑같습니다.

‘제 입으로 제 예명의 의미를 밝히는 일은 절대로 없다,’

‘예명의 의미는 여러분 각자가 생각하시는 딱 그대로’라는 겁니다.”


이사칠은 태블릿을 옆으로 살짝 밀어 치웠다.

그레이스가 장난삼아 그를 향해 밀어 넣은 딜도도 웃으면서 붙잡아 옆으로 치웠다.

그러고는 방송을 마무리하는 멘트를 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펼쳐지는 성인용 퍼포먼스 〈스페이스 너바나〉가

미국 동부표준시(EST, Eastern Standard Time)로 사흘 뒤인

*월 **일 금요일 밤 11시에 생방송으로 송출됩니다.

한국에서는 대낮이죠.

*월 **일 토요일 낮 12시인데,

이 시간이 저를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들께서

방송을 즐기기에 적합한 시간이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만,

아무래도 팬들이 많은 북미와 중남미, 유럽을 중심으로 방송시간을 정하다보니

이런 시간이 잡히게 됐습니다.

한국 팬들께는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할 따름인데,

지구를 떠나기 전에 올린 영상을 본 분들이 보내주신 메시지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집이 비지 않아서 방송을 보기 편한 상황은 아니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역사적인 방송을 라이브로 감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휴일을 맞아 다른 팬들과 함께 대형 술집을 빌려

방송을 시청하는 이벤트를 열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참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이사칠은 복받친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을 잠시 가진 뒤 말을 이었다.

“아직 유료 시청을 신청하지 않으신 분은

화면 아래에 있는 e-sa-chil.space-nirvana.com 링크를 클릭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사흘밖에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주세요.

저는 내일 이 시간에 그물위키의 다음 꼭지를 읽는 방송으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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