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포르노 한류의 개척자가 화성에 가는 까닭은?

<화성인 247> ★ 16 ★

by 윤철희

"지구에 있는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사칠이 우주정거장에서 보내드리는 그물위키 읽기 두 번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사칠은 우주에서 내려다보니

한반도 상공에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다는 날씨 이야기를 한 뒤

모두들 좋은 하루를 보냈기를 바란다는 인사를 건넸다.


“자, 오늘은 ‘한국에서 보낸 성장기’ 꼭지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생지 서울’ 맞고요, 제가 다닌 초·중·고등학교도

학교 이름이 바르게 적혀있으니까 건너뛰기로 하겠습니다.

금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경제학 학사다.

군대에서는 군사정보를 다루는 특수부대에서 복무하다 병장으로 제대했다.

군대 동기였다는 네티즌 여러 명의 증언에 따르면 굉장히 평범했다고 한다.

다들 이사칠이 포르노에 출연한 걸 보고는 같은 사람이라는 걸 믿지 못했다고.

여기에 대해서도 별로 할 얘기가 없네요.

그런데 동기들 눈에는 내가 그렇게 평범해 보였던 걸까요?

내가 그렇게까지 평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계속 읽겠습니다.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직후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이사칠의 인터뷰에 따르면,

외동아들로서 양친을 잃고 고아가 된 이후로 삶의 의욕을 잃고 방황하면서

모범적으로 생활하던 이전과는 완전 딴판인 허랑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데이트 앱을 통해 자신의 성행위를 찍어

해외의 유료 동영상 구독 플랫폼에 올리는 여성을 만나

그 여성과 동영상을 찍으면서 자신이 이런 일을 좋아하고

적성에 맞으며 재능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사전에 점검할 때 부모님이 당한 사고 얘기를 읽다 잠깐 울컥했던 이사칠은

이번에 그 문장을 읽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의 바람은 어느 정도는 이뤄졌지만,

살짝 불거진 눈시울과 떨리는 목소리까지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그는 아무쪼록 부모님 얘기에 대한 반응을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했기를 바라며

재빨리 더블엑스 걸(XX girl) 얘기로 넘어갔다.


“여기 ‘여성’이라고 적혀 있는 분 있죠?

그분 이름은 ‘더블엑스 걸’입니다.

물론 본명은 아니죠.

그분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어떻게 본명을 밝히겠어요?

그러고 보니 세월이 흘러서인지 그분 본명도 가물가물하네요.

아무튼 더블엑스 걸은 여기 적힌 플랫폼에서 사용하던 ID입니다.

X가 두 개라는 거에 주목하세요.

‘트리플엑스(XXX)’가 아니라 ‘더블엑스’입니다.

그분 스스로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는 트리플엑스 수준은 아니라고 선언한 건데...

잘 모르겠어요. 소프트한 내용이기는 했지만, 모든 걸 다 노출했는데...

물론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얼굴은 카메라로 잡지 않거나 모자이크 처리했기 때문에

트리플엑스라고 보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더블엑스라고 한 것 같은데요...


“믿으실지 모르겠는데,

저도 그렇고 그분도 그렇고 돈을 벌려고 한 일은 아니었어요.

구독료를 받았고 그 구독료를 모으면 상당한 액수인 건 사실이었지만요.

계좌에 찍힌 액수를 보면 기분이 좋았지만 돈을 보고 한 일은 아니었어요.

더블엑스 걸은 부잣집 출신에다 수입도 꽤 좋은 직업이 따로 있는 분이었거든요.

나이가 나보다 다섯 살 많았는데,

자신이 그런 행위를 하는 모습을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게 좋아서,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아서 그런 일을 하는 거였어요.

시청자들에게서 받은 구독료는 다음에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투자했고요.


“그 투자에는 당연히 제 몫의 인건비도 들어있었는데,

저는 처음에는 돈도 벌고 욕구도 해소하니까 일석이조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 생각도 그분처럼 변하더라고요.

돈보다는 묘한 노출 욕망을 채우려고 동영상을 찍는 쪽으로요.

그때 인생 처음으로 쾌감을 느꼈어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어요.

그때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았어요.


“하아... 그때 생각을 하니까... 참... 좋네요.

그때는요, 자는 시간이 정말로 아까웠어요.

눈을 뜰 때마다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고요.

오늘은 어떤 재미있고 참신한 콘셉트와 설정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킬까

고민하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찍은 영상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 호응을 접하면서 느끼는 쾌감이 섹스 자체의 쾌감보다 더 짜릿했어요.

그 쾌감이 말이죠... 마약이에요. 끊을 수 없는 마약.

마약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제 경우에는 그 마약의 약효가 진짜 마약보다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마약에 중독돼 여기까지 온 거예요.


“〈네이키드 나이트(The Naked Knight)〉 시리즈 얘기를 하는 건 조금 이른 것 같은데요,

그 시리즈 관련해서 꼭지가 따로 있는 걸로 알지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 지금 그 얘기를 할 게요.

〈네이키드 나이트〉하고 〈네이키드 나이트 라이즈(The Naked Knight Rises)〉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은 코스튬을 걸쳤을 때가 아닌

코스튬을 벗은 알몸일 때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되는 히어로에 대한 얘기잖아요.

사실 그 시리즈는 더블엑스 걸하고 동영상을 찍으면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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