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에서 제일 중요한 글자 중 하나

바꿀 역(易)과 볕 양(昜)

by 윤철희

“바꿀 역(易)”“볕 양(昜)”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日”과 “勿” 사이에 가로획이 없거나 하나 있는 글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는 “昜”이 들어가 있는 글자들 중 일부는

“昜”이 아니라 “易”이 들어가야 옳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주장을 펼치기 전에 우선 각각의 글자들 얘기부터 하겠다.


“易”은 동양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 중 하나일 것이다.

역학(易學, 물리학의 한 분야인 ‘역학力學’이 아니다)은

세상만물과 인간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학문으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바탕이 되는 철학사상이다.

역학의 대표적 경전인 『역경(易經)』은

주(周)나라 시대에 체계가 완비됐다고 해서 『주역(周易)』으로도 불린다.


“易”의 자원(字源)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중적인 설명은 하늘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해(日)”

이동할 뿐 아니라 날마다 모습이 바뀌는 “달(月)”을 합쳐서 만든 글자라는 것이다.

“易”이 “끊임없는 변화”를 상징하는 글자라는 점에서 그럴듯한 설명이다.


또 다른 설명은 “易”이 가진 뜻 중 하나인 “도마뱀”이라는 뜻과 관련이 있다.

이 설명은 “易”을 피부색을 “쉽게” “바꾸는” 도마뱀,

정확히는 카멜레온의 모습을 본뜬 상형자로 본다.

“바꿀 역(易)”이 “쉬울 이(易)”로 읽히면서

“용이(容易)하다,” “안이(安易)하다,” “간이(簡易)” 등의 단어에 쓰이는 것은

“쉽게”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易”의 자원에 대한 설명에는 “해(日)”와 “햇살(勿)”을 그린 글자라는 것도 있다.


이렇게 여러 주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타당하다고 보는 설명은

“변화”와 “이동”을 나타내는 “日”과 “月”을 합친 글자라는 첫 번째 설명이다.

내 생각의 근거는

재화와 용역의 이동을 통해 해당 재화와 용역의 주인(또는 향유자)의 변화를 나타내는

“무역(貿易)”과 “교역(交易)” 같은 단어에 “易”이 쓰인다는 것이다.


인명(人名)에도 많이 쓰이는 글자인 “주석 석(錫)”
“易”이 가진 “변화”와 “변신”이라는 뜻이 잘 반영된 글자다.

원자번호 50번인 “주석(朱錫)”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드는 청동(靑銅)처럼

여러 금속을 합쳐 새로운 성질을 가진 금속을 만들어내는 “합금(合金)”과

다른 금속의 겉에 바르는 “도금(鍍金)”에 쓰이는 금속이다.

주석은 글자에 들어있는 “易”의 뜻대로

다른 금속과 뒤섞이면서 그 금속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금속인 것이다.


한편, “易”과 비슷한 글자인 “昜”은

“볕 양(陽)”에서 글자 왼쪽에 있어서 “좌부방”이라고도 불리는 “언덕 부(阝)”를 뺀 글자다.

“볕,” “양달,” “양지(陽地)” 등의 뜻을 가진 “昜”은

무엇인가를 따뜻하게 데우거나 뜨겁게 끓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昜”이 “흙 토(土)”와 결합하면

“따스한 햇볕을 받는 특정 구역”을 나타내는 “마당 장(場)”이 되고,

“물(水)”을 뜻하는 “삼수변(氵)”과 결합하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탕(溫泉湯)”이나

설렁탕 같은 “탕국”을 가리키는 단어에 쓰이는 “끓일 탕(湯)”이 된다.

설렁탕이나 곰탕 같은 “湯”은

물과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를 끓여서 새로운 탕국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昜”이 아닌 “易”을 쓰는 게 옳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昜”이 들어가 있는 글자들 중에

“昜”이 아니라 “易”이 들어가야 옳을 것으로 보이는 글자들 중에는 “창자 장(腸)”도 있다.

여기서 “腸”은

구체적으로는 우리 체내의 장기들 중에서 소장(小腸)과 연결된 대장(大腸)을 가리킨다.

1980년대, 아니 2000년 전후까지만 해도

“대장”이 수행하는 주된 기능은 “수분 흡수”라고 배웠었다.

이런 시각만을 반영하면 “腸”에 수분을 증발시키는 “昜”이 들어있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그런데 생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서

“대장”은 “마이크로바이옴”으로도 불리는 다양한 장내미생물들이 활동하는 터전이라는 게 밝혀졌다.

오늘날 대장은 “제2의 뇌”라고도 불리는데,

그건 장내에 서식하는 다양한 미생물들과 우리의 몸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주고받고 있는데

그렇게 행해지는 교환행위 또는 교역행위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갖가지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腸”은 우리의 몸과 미생물들 사이의 교역(交易)이 일어나는 교역장소라는 것인데,

이런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하면

“腸”의 “육달월(月)” 오른쪽에 있는 글자는 “昜”이 아닌 “易”이라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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