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사일기

교사 일기

3년 차 교사의 3월이란

by siriT

2년 차 교사 일기는 어디로 갔을까, 작년 학교 생활은 정말이지 숨 가쁘고 정신없이 지나갔다. 문득문득 학교생활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은(생각만) 했지만 몇 줄의 글을 쓰는 것도 벅찼나 보다. 3과목을 수업하느라 수업 준비만으로도 한 주가 순삭 되었고 교과 부장에 상조회 총무까지 맡으며 눈에 띄지 않는 이러저러한 일들을 많이도 했다. 게다가 올해 2월 결혼도 했으니 방학과 주말은 결혼 준비로 바빴다.


다행히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은 순하고 착했으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 방금 머리를 스친 아이가 한 명 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 순간순간 맘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 괜찮다. 아이들이 내게 준 교사로서의 보람과 뿌듯함이 훨씬 크게 남았기 때문에.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바쁜 대신 선물로 짠하고 받은 정말 고마운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3년 차가 되었다.

전면 등교라는 발령 후 처음 겪어보는 학교생활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지긴 했었다. 확진자, 유증상자, 격리 해제자, 동거인 확진, 신속항원검사 등등의 단어들에 파묻혀 출석체크마저 큰 일이었던. 하루에도 몇 명씩 열이 나서, 기침이 나서, 머리가 아파서, 배가 아파서 조퇴를 하러 교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학부모님과 일일이 통화하고 조퇴시키면서 그렇게 3월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쯤 출석은 안정을 찾을 것인가.

올해 만난 아이들은 참으로 말이 없다.

다른 반에서는 다 빵빵 터졌던 에피소드가 우리 반에만 가면 의미가 없다. 교과 선생님들이 찾아와 5반이 제 수업에만 반응이 없는 건 아니겠... 죠...?라고 조심스레 물으신다. 네.. 제 수업 때도 대답이 없답니다.. 하하. 오죽하면 며칠 전엔 '대답 연습'을 했다. '네'라고 대답하는 연습. 고등학교에서 이게 무슨 일일까.. 현타가 왔지만 담임으로서 이거라도 해야지..라고 마음을 잡았다. 결론적으로 대답 연습도 별 효과는 없었다. 다른 반 아이들은 벌써 친해지고 즐거워 보여 조바심이 났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사고 없이, 소외되는 아이 없이 지내고 있는 지금에 감사하기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랬더니 오늘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한결 편안하다. 역시 마음을 비워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학교 생활을 못했기에 학교에 적응하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꽤나 많다. 아이들 탓이 아니기에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까지 들 때가 많다. 고등학교 1학년 시기는 꼭 즐겁게 기억되기를 바라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재미있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마니또는 잘 되어가고 있는 거지 얘들아...? 선생님만 신난 거 아니지...?


<조용한 아이들과 재미있는 학교 만들기> 올해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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