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사일기

교사 일기

마음 아픈 상담

by siriT

우리 반 Y는 앞머리를 일자로 싹둑 자른 예쁘장한 여학생이다. 외모가 왠지 힙하고 눈에 띄어 노는 아이인가 생각했었는데 청소시간이면 가장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자신의 역할이 아님에도 누구보다 깨끗하게 칠판을 지운다. 내가 외모로 아이를 판단했구나, 반성하고 다시 보니 고등학교 1학년의 앳됨이 가득하다.


학기 초 개인 상담을 진행하던 중 Y의 차례가 되었다. 적어 낸 자기소개 고민란에 적힌 '부모님의 이혼 준비'. 또다시 Y의 얼굴을 들여다 보게 된다. 보이지 않았던 슬픔이 눈 속에 가득하다. 고작 열일곱에게 부모님의 이혼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도 같다는 걸. 나도 그 시절 우리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에 정서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는 경험을 참 많이도 했기에 Y가 겪었을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마음이 아파 꼭 안아주고만 싶었던 상담 시간. 이 시간을 잘 버텨내주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반에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몇 명쯤 더 있다. 그 아이들에게 터놓고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그렇다고 모르는 척 덮어두기도 곤란하다. 편안하고 따뜻하게 그 아이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담임이면 좋겠는데 아직 부족한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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